2024년 12월 31일 오후 여야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2024년 12월 31일 오후 여야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는 ‘공익을 위해’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로마제국 당시 지도층의 공익을 위한 헌신과 기부를 촉구하면서 비롯한 말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주로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성을 자발적이고 대가 없이 공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표현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프로 보노 퍼블리코는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정신으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의 미국과 2013년 유럽 재정 위기 당시의 PIGS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시 미국은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위기 극복을 위한 결집을 호소했고, 야당인 공화당도 이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미국은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을 도입할 수 있었고 금융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 제조업 혁신 및 회귀 등을 통해 실물 부문을 중심으로 위기 전보다 더 강한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 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 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PIGS도 마찬가지다. 당시 최고 지도자는 대내적으로는 국민의 지지도 회복과 위기 극복 역량 회복에 집중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국가 신뢰도 회복을 최우선시했다. 또, 위기의 원인인 만연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해소를 위해 작은 정부를 실현했고, 감세나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시장경제의 장점을 복원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들 국가는 프랑스와 독일 등으로 대표되는 유럽연합(EU)의 전통 강자에 비견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경제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대조적으로 일본은 1990년대 본격화한 버블 붕괴의 영향에서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원내각제라는 정치 특성을 반영하더라도 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까지 포함해 스무 번에 걸쳐 총리가 바뀔 정도로 정치 혼란이 이어졌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실패했고, 그 결과 버블 붕괴 후 3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한 디플레이션 탈출에 성공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위기 극복 과정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을 수 있고, 독일이나 프랑스는 여전히 EU의 맹주여서 PIGS 중 한 국가가 이를 대체할 수도 없다. 일본도 경제에 대한 평가만큼은 최근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위기 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위정자의 모습과 국민의 자세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기득권을 내려놓거나 적어도 거리를 둘 수 있을 정도의 겸손함과 국민의 자발적 희생에 의한 국가 위기 극복 역량의 결집 정도에서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정부 스스로도 1%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할 정도로 경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갈수록 거세지는 정치 공방으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면서 위기 극복 동력의 상실을 우려해야 할 지경이다. 지금이라도 타국의 사례를 타산지석, 반면교사 삼아 잘못을 경계하고 교훈을 얻어 하루라도 빨리 위기를 타개해 국민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로 공익을 위한 것임을 깨닫고 실천했으면 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