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뉴럴링크는 2024년 1월 사지마비 환자의 뇌에 BCI 장치를 이식해 생각만으로 체스 게임을 할 수 있게 했다. 이어 2024년 8월 두 번째, 2025년 1월 세 번째 이식 수술을 마쳤다. 머스크 CEO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5에서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며, 연내 20~30명에게 추가 이식수술을 하겠다고 밝혔다.

프리시즌 뉴로사이언스(Precision Neu-roscience·이하 프리시즌)는 미국 블룸버그와 CNBC 등 주요 경제 매체가 ‘뉴럴링크의 경쟁사’로 가장 먼저 꼽는 기업이다. 뉴럴링크의 창립 멤버인 신경외과 의사 겸 엔지니어 벤저민 라포포트(Benjamin Rapoport)가 하버드대 동문인 마이클 메이거(Michael Mager)와 함께 2021년 미국 뉴욕에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1억5500만달러(약 2283억원)이고, 창업 약 4년 만에 기업 가치가 5억달러(약 7366억원)로 치솟았다.

프리시즌은 메이거가 CEO로서 기업을 이끌고, 라포포트가 최고과학책임자(CSO)를 맡고 있다. 메이거 CEO를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메이거 CEO는 홍콩에서 헤지펀드 워드 페리의 파트너로 약 8년간 활동했고,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투자사 리지 로드에서 파트너로 활동했다. 리지 로드에선 2014년 미국 주방 리모델링 기업 키친아트를 인수한 뒤 이사진으로 활동하고, 2019년 상장사 퍼거슨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메이거 CEO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프리시즌의 설립 계기는.

“하버드대 동문인 한 지인을 통해 라포포트를 만났다. 라포포트는 BCI 기술 개발에 평생을 헌신해 왔다. 라포포트는 BCI 기술과 관련해 5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4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 및 보유하고 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신경외과 의사 겸 엔지니어다. 라포포트는 뉴럴링크 창립 멤버였으나, 환자에게 더 안전한 최소 침습형(뇌에 칩을 삽입) BCI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2018년 뉴럴링크를 떠났다. 나는 그의 아이디어가 엄청난 사업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소 침습형 BCI는 뉴럴링크의 침습형 BCI 기술과 무엇이 다른가.

“프리시즌의 최소 침습형 BCI는 특허받은 수술법인 ‘두개골 미세 절개술(Cranial Mi-croslit)’을 쓴다. 일반적인 침습형 BCI가 개두술(Open Brain Surgery)로 전극을 뇌 조직에 직접 삽입하는 것과 대비된다. 프리시즌의 최소 침습형 BCI는 두개골을 1㎜ 미만으로 작게 절개할 뿐 개두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곳을 통해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전극을 뇌 표면에 부착한다.

개두술은 대규모 수술이며, 이식된 전극이 뇌 조직을 손상시켜 부종이나 흉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헤드셋 같은 외부 기기를 통해 뇌파를 읽는 비침습형(뇌에 칩 비삽입) BCI도 있지만, 기본적인 뇌파 모니터링에 유용할 뿐 정밀한 뇌·컴퓨터 상호작용에는 신호 정확도가 다소 부족하다. 프리시즌의 기술은 침습형 BCI와 비침습형 BCI 두 기술 간 간극을 메운다. 개두술 없이 고품질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프리시즌 뉴로사이언스의 BCI 장치 ‘레이어 7 코티컬 인터페이스’. /사진 프리시즌 뉴로사이언스
프리시즌 뉴로사이언스의 BCI 장치 ‘레이어 7 코티컬 인터페이스’. /사진 프리시즌 뉴로사이언스

BCI 시스템의 작동 방식은.

“BCI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운동을 담당하는 뇌의 운동 피질에 이식된다. 사용자가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는 동작을 생각하면, 이식된 BCI 시스템이 생각에서 생성된 신호를 기록하고,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명령어로 변환한다. 사용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생각만으로 조작할 수 있다.

프리시즌의 장치인 ‘레이어 7 코티컬 인터페이스(Layer 7 Cortical Interface)’는 얇고 유연한 폴리머로 제조됐다. 셀로판 테이프 같은 모양이며, 전극이 내장돼 있다.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 중 환자의 뇌 활동을 모니터링할 때 사용하는 뇌피질전도(ECoG)의 고급 버전인 셈이다. 일반적인 뇌피질전도가 8개 전극만 포함하지만, 레이어 7 코티컬 인터페이스는 1024개의 초소형 전극을 내장한다. 뇌 활동에 대한 훨씬 더 세밀한 정보를 제공한다.”

BCI 기술은 어느 정도 성숙해 있나.

“유망한 과학 실험으로 여겨지던 BCI 기술은 수십 년간 학술 연구소에서 개발 및 검증을 거친 뒤  점점 더 신경계 질환, 특히 마비 환자에 대한 실질적인 치료 옵션으로 간주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학계와 상업 분야에서 BCI 기술은 놀라운 진전을 이루었다. 학계에서는 심각한 언어 장애를 겪는 뇌졸중 환자가 디지털 아바타를 통해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며, 상업 부문에서는 프리시즌, 뉴럴링크, 싱크론, 블랙록 등 네 개 회사가 환자에게 기기를 이식했다. 환자가 BCI 기기를 통해 생각만으로 애플 비전 프로를 조작하거나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2025년에는 더 놀라운 일이 가능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사업 계획은.

“다른 BCI 회사는 환자에게 기기를 이식하기까지 8~12년이 걸렸지만, 프리시즌은 창업 약 4년 만에 총 28명의 환자에게 기기를 이식했다. 프리시즌이 임상에서 빠르게 진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독특한 기기 디자인 덕분이다. 우리 기기는 다른 BCI 이식 기기와 달리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

현재까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은 짧은 기간 동안 이뤄졌는데, 2025년에는 최대 30일 동안 환자에게 기기를 이식하는 규제 승인을 얻기를 기대한다. 또 현재 협력 중인 마운트 사이나이 헬스 시스템, 펜실베니아대 페럴만 의과대학(펜 메디슨), 웨스트버지니아대 병원 등과 함께 임상 환자를 늘릴 계획이다.

BCI 기술은 어떤 잠재력이 있나.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2000만~3000만 명의 마비 환자가 있다. BCI 기술은 이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잠재력이 있다. BCI 기술을 통해 이들은 친구 및 가족과 더 쉽게 교류하고, 주변 환경을 제어하며, 심지어 일터로 돌아가 돈을 벌 수 있다. 프리시즌은 BCI 기술의 의료 분야 응용에도 집중하고 있다. BCI 기술은 가까운 미래에 우울증, 강박 장애, 알츠하이머 같은 신경 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고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