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패스는 2월 14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플레디스 소속 투어스(TWS)의 팬 미팅 현장에 처음으로 도입된다. 별도 티켓·신분증 없이 얼굴 인식만으로 본인을 확인해 공연장에 빠르게 입장할 수 있다. 본인 확인까지 걸리는 시간은 1초다.

“일명 ‘암표’로 불리는 부정 예매를 근절하기 위해 공연·기획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티켓을 만들었지만 실패했다. NFT 티켓이 담긴 스마트폰 기기 자체를 넘긴 탓이다.기기 비용까지 포함해 암표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만 생겼다. 확실한 본인 인증 방안을 고민했고 우리는 답을 ‘얼굴’에서 찾았다.”

임경영 놀유니버스(Nol Universe) 엔터 최고기술담당임원(CTO)는 최근 인터뷰에서 암표 방지 수단으로 반드시 얼굴 인식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묻자 “지문이나 정맥 인증 절차도 검토했지만 별도의 장비를 통해 등록해야 하고 NFT 티켓 양도처럼 지문·정맥 등록 기기를 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임 CTO는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넥슨 등을 거쳐 2022년 인터파크트리플에 합류했다. 놀유니버스는 2024년 12월 27일 야놀자 플랫폼과 인터파크트리플 조직이 통합돼 새로 출범한 법인이다. 임 CTO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부정 예매를 근절할 수 있는 ‘정공법’을 고민해 왔다. 이를 위해 놀유니버스는 대형 연예 기획사 하이브, 핀테크 토스와 협업해 정공법 마련에 나섰다. 얼굴을 인증해 암표를 방지하는 시스템인 ‘얼굴패스’를 구축한 것이다. 임 CTO는 “각 분야의 정점을 찍은 하이브, 토스, 놀유니버스 등 세 기업이 ‘1초 만에 입장’ ‘암표 완벽 방지’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것”이라며 “불가능해 보여도 도전해야만 더 나은 대책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만든 결과물”이라고 했다. 얼굴패스는 2월 14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플레디스 소속 투어스(TWS)의 팬 미팅 현장에 처음으로 도입된다. 별도 티켓·신분증 없이 얼굴 인식만으로 본인을 확인해 공연장에 빠르게 입장할 수 있다. 본인 확인까지 걸리는 시간은 1초다. 이때 본인 ID 계정당 등록한 얼굴은 재사용이 불가능하고, 등록한 얼굴은 변경할 수 없어 암표 방지가 가능하다. 

임 CTO는 “본인 확인 후 입장 팔찌를 수령한 뒤 대리 입장하게 하거나 외국인처럼 신분 확인이 어려운 경우 등 제도적 구멍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경영 놀유니버스 엔터 CTO-
서울대 컴퓨터공학·석사, 전 LG전자 주임연구원,
전 네이버 개발자, 전 엔씨소프트 개발자,
전 넥슨 디렉터, 전 피냐타랩스 CTO,
전 아퀴스코리아 CTO /사진 민영빈 기자
임경영 놀유니버스 엔터 CTO- 서울대 컴퓨터공학·석사, 전 LG전자 주임연구원, 전 네이버 개발자, 전 엔씨소프트 개발자, 전 넥슨 디렉터, 전 피냐타랩스 CTO, 전 아퀴스코리아 CTO /사진 민영빈 기자

얼굴패스를 구현하는 과정은.

“토스나 인터파크 애플리케이션(앱)의 마이페이지에 있는 얼굴패스 탭을 누르면 해당 ID·계정에 얼굴을 등록할 수 있다. 얼굴을 직접 촬영해서 넣기 때문에 ‘증명사진’ 형태로 저장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토스에서 구현한 기술은 해당 얼굴이 갖고 있는 패턴을 정보값으로 바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예를 들면 코의 높낮이나 눈과 눈 사이 간격 등 얼굴 전반적인 패턴을 분석해 데이터 형태로 저장한다. 저장된 데이터베이스는 공연장에서 본인 확인을 할 때 패턴 정보값의 일치 여부로 본인인지를 확인한다.”

TWS 팬 미팅에서 얼굴패스 시스템이 처음 도입된다. 얼굴을 등록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나. 

아니다. 얼굴 정보를 등록하지 않은 고객은 기존의 본인 확인 절차에 따라 본인 확인을 거쳐 입장하면 된다. 다만 최근 K팝 공연이나 팬 미팅 규모가 커지면서 일일이 얼굴을 확인하면 입장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이 부분을 보완해서 팬과 관객이 보다 빠르고 편하게 입장할 수 있도록 얼굴패스를 도입한 것이다.”

1월 8일 경기도 성남의 판교에 있는 놀유니버스 본사에서 만난 임경영 놀유니버스 엔터 CTO가 얼굴패스를 시
연하고 있다.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되는 아이돌그룹 투어스(TWS) 팬 미팅에 얼굴패스를 등록한 팬은
얼굴 인증 시스템이 담긴 아이패드로 얼굴을 확인한 뒤 1초 만에 입장할 수 있다. /사진 놀유니버스
1월 8일 경기도 성남의 판교에 있는 놀유니버스 본사에서 만난 임경영 놀유니버스 엔터 CTO가 얼굴패스를 시 연하고 있다.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되는 아이돌그룹 투어스(TWS) 팬 미팅에 얼굴패스를 등록한 팬은 얼굴 인증 시스템이 담긴 아이패드로 얼굴을 확인한 뒤 1초 만에 입장할 수 있다. /사진 놀유니버스

성형·시술 등으로 얼굴이 달라지는 경우엔 입장이 불가능한가.

“성형·시술 또는 성장으로 얼굴이 달라지면 얼굴패스에서 본인 확인이 안 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 별도의 부스도 운영한다. 서류나 신분증 등으로 본인 확인이 가능한 경우에는 얼굴을 재등록할 수 있는 현장 시스템도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부정한 양도처럼 얼굴 재등록을 악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얼굴 재등록 횟수를 제한하는 등으로 보완하고자 한다.”

얼굴패스에 등록한 얼굴 정보 도용에 대한 우려는 없는가.

“많은 사람이 얼굴패스라는 용어 때문인지 등록한 얼굴 사진을 실물과 비교한다고 오해한다. 얼굴의 각도에 따른 변화나 특징 등 얼굴 패턴을 분석한 데이터베이스는 토스에서 별도로 관리한다. 최소한의 인원만 접근하도록 하고 해킹·유출·도용 등이 이뤄지지 않도록 관리·감독하고 있다. 이를 위해 토스는 개인정보위원회에 사전 적정성 검토 과정을 거쳤고, 개인정보보호법상 안전하게 처리할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또 개인 정보 보호 관련 각종 해외 인증 자격을 취득하는 등 개인 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용자가 우려하는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신사업 또는 연계 상품 개발에 얼굴패스를 적용할 계획도 있는가.

“이번 TWS 팬 미팅을 잘 마치면 공연·기획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 외에도 스포츠 관람이나 레저 산업 등 타 업계에서도 요청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 관람을 즐기는 관객 중엔 시즌권(정기권)을 끊는 사람이 제법 많은데, 이들이 경기장에 재입장할때마다 신분증을 들고 본인을 확인하는 것보다 편할 뿐 아니라 최근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기승을 부리는 암표 시장을 근절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야놀자와 인터파크트리플이 놀유니버스로 통합되면서 사업 영역이 더욱 넓어졌다. 항공·숙박·레저사업 등으로 얼굴패스를 확장할 계획도 있다. 아직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팬 미팅 현장에서 판매하는 굿즈·MD(상품 기획)나 공연용 오페라글라스 대여 서비스 등에도 얼굴패스를 연계할지 고민하고 있다.”

놀유니버스 이름으로 선보이는 첫 과제가 얼굴패스라 부담스러울 것 같다.

“야놀자의 풍부한 기술력·노하우와 인터파크트리플의 티켓 파워가 어우러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날 거라고 믿는다. 모두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관객·팬이 우려하는 부분을 잘 해결하고 있다는 걸 처음으로 보여주는 자리가 TWS 팬 미팅이다. 첫 삽을 잘 떠서 얼굴패스가 업계에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 

민영빈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