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신세계 계열 분리 속도, 정용진표 세계화 전략 가속, G마켓 만성 적자 탈피 기대
방미 일정 마치고 귀국하는 정용진 회장./사진  뉴스1
방미 일정 마치고 귀국하는 정용진 회장./사진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 취임식 참석’ ‘이마트·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하 알리바바) 합작’ ‘이마트 지분 추가 매입’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024년 12월 중순 이후 한 달여간 보여온 행보다. 

2024년 12월 20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정 회장은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트럼프 1기(2017~2020) 때인 2018년 미국의 프리미엄 슈퍼마켓 체인 굿푸드홀딩스를 인수하면서 박차를 가한 미국 사업의 향후 방향이 주목받는다. 

특히 이마트를 중국 진출 20년 만인 2017년 중국에서 전면 철수한 아픔이 있는 정 회장이 과거 소셜미디어(SNS)에서 한 ‘멸공’ 발언이 중국 공산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며 논란을 빚은 바 있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합작 속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리바바와 협업으로 G마켓 적자 탈피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과 G마켓 매각설이 엇갈린다. 

정 회장은 또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를 오는 2~3월 중 전량 매입, 지분율을 28.56%로 높이기로 했다. 계열 분리가 빨라지는 것과 함께 트럼프 취임식 참석과 알리바바 합작은 가속화하는 정용진표 이마트 사업의 방향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이마트를 그룹에서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두 법인을 지주회사 형태로 운영해 왔다. 정용진 회장은 2024년 3월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으며, 같은 해 10월 정유경 회장도 총괄사장에서 회장으로 직함을 바꾸며 그룹의 계열 분리 작업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인맥 과시 정용진, 취임식 이어 무도회도 참석

정용진 회장은 2024년 12월 16일 트럼프 대통령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5박 6일간 머물며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등 비즈니스 리더들과 만나 사업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정 회장이 미국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이 미국 내 투자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색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도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했다는 시각도 있었다. 

또한 미국에서 사업을 전개 중인 정 회장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이야기했을 것이라는주장도 나온다. 이마트는 굿푸드홀딩스에 이어 2019년엔 뉴시즌스마켓 등을 운영하는 뉴시즌스를 사들였다. 2022년에는 계열사 신세계푸드의 미국 법인을 인수했다. 트럼프 2기, 이마트가 국내에서 성공적이라는 평을 듣는 스타필드 마켓 모델을 미국에 적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 회장은 1월 20일 트럼프 취임식에 이어 저녁에 열린 무도회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재계 인사 가운데 취임식과 무도회에 모두 참석한 이는 몇 명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 합작, G마켓 재무구조 개선과 글로벌 전략 교차점

정 회장은 미국 방문을 끝내고 귀국한 후 나흘 만인 2024년 12월 26일 중국 알리바바와 합작 투자를 공식화했다. 신세계그룹, 정확히 이마트는 아폴로코리아란 회사를 통해 G마켓 지분의 약 80%를 갖고 있다. 나머지 20% 지분은 미국 이베이가 갖고 있다. 지난 1월 초 아폴로코리아가 50, 알리바바의 알리익스프레스가 50의 비율로 출자해 ‘그랜드오푸스홀딩’이라는 이름의 조인트벤처(JV) 합작 법인을 세웠다. 한국과 중국 자본을 5 대 5로 투입한 새로운 이커머스 회사가 생긴 셈이다. 그리고 이 밑으로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넣었다. 즉,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 이베이가 G마켓,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사업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 지분 배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40%, 알리바바가 50%, 이베이가 10%를 보유해 알리바바가 주도권을 잡는 구조로 재편됐다. 2024년 말 이베이는 보유하고 있던 아폴로코리아 지분을 사모펀드 운용사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이번 협업은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 양사가 모두 윈윈하는 전략이다. 알리바바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 직진출이 막힌 상황에서 한국 시장이 꽤 매력적이다. 트럼프 집권 2기 정부의 중국 억제 정책에 따라 중국이 미국 규제를 피해 한국을 해외 진출 전진 기지로 삼았을 가능성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중국제 상품에 60%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 제품에 대한 제재에 따라 알리바바가 G마켓과 손잡고 우회 노선을 구축하고자 한 것도 이번 동맹 목적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2024년 8월 기준 이용자가 900만 명에 달했다. 아직은 쿠팡의 약 3260만 명에 비해 여전히 적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향후 신세계그룹의 물류망을 활용해 배송 속도를 개선하고, 신세계 브랜드를 이용해 한국 소비자 사이에 자리 잡은 부정적 인식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시장에서 G마켓과 동등한 수준의 기업이라고 보긴 어렵다. 사용자 수는 많지만 거래액(GMV)이 상대적으로 적어서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2023년 알리익스프레스 거래액은 약 2조원 수준으로, G마켓이 한때 20조 원에 달했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번 협업이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도 득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G마켓의 만성 적자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2021년 6월 3조4400억원을 투입해 이베이코리아로부터 인수한 G마켓의 같은 해 영업이익은 59억원 적자였다. 이후 2022년 영업이익은 654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2023년에도 321억원 적자였다. 신세계그룹은 자본력과 해외 사업이 검증된 알리바바와 협업해 G마켓의 적자 구조를 탈피하고, 이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와 합작으로 신세계그룹은 G마켓 지분율이 80%에서 40%로 줄었다. 신세계그룹이 주도권을 일부 포기한 대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G마켓이 자회사에서 벗어나면서 이마트 재무제표에 반영된 회계적 손실이 감소하게 됐다.

기회와 리스크 속 소비자 신뢰 회복이 과제

이번 합작으로 G마켓 지분율을 낮춘 신세계그룹이 이마트·SSG닷컴과 연계성을 서서히 지운 후 엑시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 합작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하지만, 소비자 반응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일부 소비자는 중국 제품의 품질 문제와 개인 정보 유출 우려 등으로 알리바바에 대한 신뢰가 낮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한국 시장 내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알리바바와 협업이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이 중장기적으로 알리바바와 파트너십을 활용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지 그리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이커머스 시장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윤곽이 드러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