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김모씨는 2024년 9월 1일 아들에게 2억원 상당의 국내 상장 주식을 증여했다. 증시 부진 여파로 주가가 낮아진 지금이 증여 적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저점인 줄 알았던 주가는 더 떨어졌고, 한 달 동안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증여세를 내긴 했으나, 아쉬운 마음이 들어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증여 시점을 몇 개월 늦췄다면 세금을 1000만원가량 아낄 수 있었다. 김씨는 증여를 취소하기로 마음먹고 세무사를 찾아갔다.
국내 주식 증여를 문의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이때가 증여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코스피 지수는 10%, 코스닥 지수는 22% 빠졌다. 그런데 김씨 사례처럼 증여 이후 주가가 급락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일단 증여 취소 후 다시 저점을 모색하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 증여는 증여하는 사람과 재산을 받는 사람 간 계약이기 때문에 상호 동의하에 언제든 해제가 가능하나, ‘시점’ 에 따라 증여세가 달리 부과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증여 가액은 ‘4개월 종가 평균’
증여 취소에 앞서 주식의 증여 가액 평가 방법을 우선 아는 것이 중요하다. 상장 주식은 증여일 전후 2개월, 총 4개월 동안의 종가 평균값을 증여 가액으로 산정한다. 그렇다보니 증여 시점에는 증여 가액은 물론 증여세가 얼마인지도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같은 이유로 주식 증여 시 ‘증여 취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 오너가 기업 승계 과정에서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할 때 한두 차례 취소 후 재증여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김씨와 같이 절세를 위해 증여 취소를 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고, 예상보다 주가가 급등해 세 부담이 늘어 증여를 우선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김씨가 증여한 주식(5000주·2024년 9월 1일 종가 기준 4만3000원)의 종가 평균액이 4만1000원일 경우 김씨의 아들이 내야 할 증여세는 3000만원이다. 그런데 주식 증여 후 주가가 3만9000원대까지 떨어졌다면, 김씨는 증여를 취소하고 주가 하락 시점을 기준일로 다시 증여해 증여세를 낮출 수 있다. 종가 평균액이 3만7000원일 때 내야 할 증여세는 1700만원이다. 증여 취소 후 재증여로 1300만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증여 취소 ‘골든 타임’ 3개월
증여 취소는 증여세를 내기 전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증여세 신고 기한은 증여일이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다. 김씨의 경우 2024년 9월 1일 증여했기 때문에 해당 월의 마지막 날인 9월 30일을 기준으로 3개월(2024년 12월 30일)이 지나기 전까지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김씨가 이 기간 내 증여를 취소했다면 내야 할 증여세는 없다. 유의할 점은 받은 자산 ‘그대로’ 돌려줘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김씨의 아들이 주식을 증여받은 후 일부를 매도했다면, 증여 취소가 불가능해진다. 동일 종목을 매도한 만큼 다시 매수해 증여자에게 넘긴다고 해도 증여재산 반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김씨의 경우 증여 취소를 결심한 날이 증여일로부터 3개월을 넘긴 시점인 만큼, 증여를 취소한다면 낸 증여세는 돌려받을 수 없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는 ‘신고 기한이 지난 후 3개월 내에 증여자에게 반환하거나 증여자에게 다시 증여하는 경우에는 그반환하거나 다시 증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씨가 2025년 3월 31일 이전에 증여를 취소하면 ‘신고 기한 경과 후 3개월 내’에 해당해 추가 증여세는 없다. 그러나 김씨가 증여 취소를 고민하다 ‘신고 기한 경과 3개월 후’, 즉 증여일로부터 6개월 이후 증여를 취소할 땐 추가 증여세까지 내야 한다. 받은 자산을 다시 부모에게 건네는 행위가 재증여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증여한 자산이 없음에도 증여세는 이중으로 과세되는 셈이다. 이에 세금을 부담하고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증여를 취소할 땐 기한을 잘 살펴야 한다.
부동산은 ‘취득세’ 고려해야
부동산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증여일로부터 3개월 이내엔 세금 부담 없이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 부동산을 증여했다 취소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취득세다. 취득세 등 지방세는 신고 기한 내 취소 여부와 상관없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취득세 신고 기한은 취득일로부터 60일 이내다. 부득이하게 부동산 증여를 포기해야 할 땐 취득세를 내기 전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 부동산 증여 후 집값이 갑자기 떨어졌거나 상당 기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는 취득세 신고 기한인 2개월 전 증여 취소를 통해 세금을 부담하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되돌린 후 집값이 떨어진 후 다시 증여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현금 증여는 취소가 아예 불가능하다. 대법원은 2016년 “금전은 증여와 반환이 쉬워 증여세의 신고 기한 내 증여와 반환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회피하는 데 악용될 우려가 크다”며 금전의 증여 취소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만약 증여받은 현금을 되돌려줄 경우 이 역시 증여로 간주돼 추가 증여세를 내야 한다. 부동산 같은 경우는 등기가 다시 환원되는 등 확실한 소유권을 확인할 수 있으나, 금전은 소유권이 불분명하므로 신고 기한 내 돌려줬다고 해도 증여로 판단된다.
이 같은 이유에서 현금을 자녀에게 증여한후 주식을 매수하도록 했다면 취소 등의 번복이 불가능하다. 주가가 상승하는 추세라면 자녀에게 현금 증여 후 주식을 매입하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 주식을 증여할 경우 주가가 오를수록 증여 가액 평균값이 높아져 내야 할 세금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할 땐 주식 증여가 낫다. 증여 취소를 잘만 활용하면 저점 증여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