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통화정책의 변동성은 전 세계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로존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의 윤지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도전과 기회를 분석하며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주요 변수에 대해 설명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뉴욕의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과 통계학을 복수 전공했고, 시티은행 경제분석팀에서 수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매크로 전문가다. 현재는 BNP파리바에서 글로벌 경제 분석과 금융시장 전망을 책임지고 있다. BNP파리바는 63개 지역에 진출해 18만30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는 거대 글로벌 은행으로, 경제 및 금융 분석에서 높은 전문성을 자랑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5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매크로 변수는 무었인가.
“성장, 물가, 경상수지 등 전통적인 매크로 변수보다는 경제 외적인 요인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올해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1월 2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교, 경제, 통상 정책의 전개 과정에서 상당한 불확실성이 예상되며, 이는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트럼프 2기 정부 정책의 발표 시점과 순서, 강도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각국 정부의 정책적 조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강달러 흐름이 올해도 지속될까. 주요국 환율에 대한 전망은.
“2025년도 전반적인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유로·달러 환율은 1.00유로, 위안화·달러 환율은 7.45위안, 엔·달러 환율은 156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달러 강세의 주된 원인은 미국과 기타 국가(RoW) 간의 금리 격차 확대다. 이러한 강세는 대부분 통화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특히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 약세를 용인하는 유럽, 스웨덴, CEE3(중동·유럽 3국)과 관세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에서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과 유럽 증시의 투자 환경은 괜찮을까.
“2025년 말 S&P500 지수와 STOXX600 지수가 각각 6300, 56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와 지수의 기록적 고점 도달이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초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가 제한될 가능성이 증시와 유가에 잠재적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이로 인한 하방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연준의 금리 정책보다 큰 리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라고 생각한다. 2025년에는 유럽 증시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낮은 기준금리에 따른 대출 증가, 안정적인 실질임금 증가세, 낮은 가스 가격, 우크라이나 사태의 잠재적 완화 등이 유럽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경제 상황은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 경제는 2025년에 2.1%, 2026년에는 1.3%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로서는 소프트랜딩(연착륙)을 달성한 것으로 보이며, 향후 몇 분기에 걸쳐 경제성장은 추세를 따라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수입관세 인상과 이민자 정책 변경 등 정책적 변화가 2026년부터 경제성장 둔화의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이후 이러한 영향이 완화되면서 성장세는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연준이 다소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태도를 보였다. 올해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은 어떻게 예상하나.
“연준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간과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소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지만, 연준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관리에 더욱 무게를 둘 수 있다. 이에 따라 2025년 동안 금리 인하를 유보할 가능성이 크며,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고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2026년 중반 이후에야 금리 인하 사이클을 재개할 것으로 본다.”
2024년 12월 연준이 발표한 점도표(dot plot·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2025년 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를 기존의 0.25%포인트씩 4회 인하에서 2회 인하로 대폭 줄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려 한다고 밝혔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일본 증시는 내수 회복(임금 증가, 은행 예·적금에 대한 높아진 이자율)과 글로벌 역풍(관세 불확실성, 중국과 경쟁)이 맞물려 단기적으로 상승세가 제한적일 것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사이클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증시 상승에 제약을 줄 수 있다. 최근 중국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 다소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발표하면서 중국 증시에서 내수 촉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이러한 대책은 시장 유동성과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024년에 20% 이상 상승한 만큼 투자자는 좀 더 구체적인 후속 대책을 기다릴 가능성이 있다. 한국 증시는 주 수요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의 기업 밸류업(value up· 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이는 반등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외국인 투자를 전망한다면.
“미국 달러에 대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다양한 불확실성 속에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견조한 경상수지에도 불구하고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와 여전히 큰 내외금리차가 환율을 당분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정책과 강달러 흐름이 2025년에도 지속되며 원화 가치의 약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채권시장에서는 국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해외 투자자의 원화 채권 투자를 지속적으로 견인할 것이다. 더불어 최근 한국 채권의 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 편입 발표로 인해 추가적인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외국인 투자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이 일관되게 추진된다면 점진적으로 해외 투자자의 투자 심리가 회복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