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 미국은 중국의 경제 개방과 민주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은 저임금 노동력과 수출 주도형 경제 모델을 바탕으로 대규모 무역 흑자를 기록하며 미국의 제조 업에 충격을 안겼다. 미국은 제조업 일자리가 급감하며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의 경제 불만이 커졌 다. 기대했던 중국의 민주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2012년 중국의 일인자에 오른 시진핑 국가주석은 권위 주의 통치를 강화하고 있다.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중국산 제 품에 고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초기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고관세정책은 조 바이 든 정부로 이어졌고,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의 대중국 기술 제재로 심화했다. 중국은 중산층이 위축되고 경제구조 변화 압박을 받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한 경제 이슈를 넘어 정치적 변화 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로 떠올랐다. 1월 20일(현지시각)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는 때에 맞춰 필자는 중국이 내수 확대와 무역 구조조정, 미국과 협력을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개혁이 궁극적으로 정치적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시각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 계획은 경제적 영향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조치가 중국 정치에 미칠 파급력은 훨씬 더 깊고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서구 지도자들은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면 중산층이 성장하고 이들이 민주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오랫동안 기대해 왔다. 실제로 1987년 대만에서는 중산층의 성장이 민주화로 이어졌다. 

당시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325달러로 고소득 국가 기준인 6000달러에 근접했으며, 이듬해 6338달러로 이를 넘어섰다. 가계 가처분소득은 GDP의 67%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미국이 기대했던 강력한 민주주의 지지 기반으로서 중산층이 형성되지 않았다. 이는 ① 한 자녀 정책의 영향이 컸다. 해당 정책으로 경제활동 인구 대비 부양 인구 비율이 낮아지면서 중국 가정은 낮은 소득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여기에 1994년 도입된 분세제(세수 배분 시스템)로 중앙 정부의 공공서비스 예산이 대폭 늘어나면서, 중국 국민은 자신의 소득 증가율이 GDP 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2023년 기준,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2681달러로 고소득 국가 기준인 1만4005달러에 근접했다. 그러나 GDP 대비 가계 가처분소득 비율은 1983년 62%에서 2023년 44%로 크게 하락했다. 이는 국제 평균인 60~70%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가계 소비 비율도 54%에서 37%로 떨어졌으며, 세계 평균인 60%를 크게 밑돌았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과잉 노동력과 생산 능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계 소득 비율을 높여 내수를 촉진하기보다는 대규모 무역 흑자, 특히 대미 무역 흑자를 유지하는 데 주력해 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은 1994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중국의 최혜국 대우(MFN) 지위를 인권 문제와 분리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은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중국의 WTO 가입이 미· 중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점진적인 민주화를 유도하는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급격히 증가했다. (트럼프가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시작한) 2018년 기준,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5390억달러, 수입액은 1200억달러로 무역 흑자가 419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중국 제조업 노동자의 80%를 차지하는 농촌 출신 이주 노동자, 이른바 농민공 평균 연간 수입의 약 6200만 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중국이 막대한 무역 흑자에 의존하면서 저임금 노동력과 과잉생산을 기반으로 한  ②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 모델은 더욱 고착화됐고, 필수적인 경제개혁은 지연되었다. 동시에 자금이 넘쳐난 중국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권위주의적 통치를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었다.

반면, 미국 제조업은 급격히 쇠퇴했다. 1971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제조업 종사자 수는 약 1770만 명을 유지했으며, 제조업 부가가치와 수출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24%, 13%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중국의 WTO 가입 이후 2010년에는 제조업 일자리가 1150만 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제조업 부가가치와 수출 비중도 2022년 기준으로 각각 15%, 6%로 하락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③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로 불만이 폭발했다. 트럼프는 중국 등 주요 교역국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해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하며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첫 임기 동안 관세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중국이 재수출이나 위안화 환율 절하를 통해 관세 충격을 우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다른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도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이로 인해 중국은 수출을 미국 이외 다른 나라로 우회하는 전략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다른 나라 역시 미국의 고관세에 직면하면서 대미 무역 흑자를 확대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압박이 이어질 경우, 일부 국가는 중국산 수입품에 자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 또 위안화 가치 하락은 자본 유출과 중산층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정교하게 대응한다면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미국에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첫째, 중국은 GDP 대비 가계 가처분소득 비율을 늘리는 구조적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내수 소비를 활성화하고, 과잉생산 문제를 완화하며, 가정이 자녀 양육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인구구조 붕괴를 방지할 수 있다. 이러한 개혁은 중산층을 확대해 더 큰 자유를 요구하는 사회적 움직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수출입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 브라질,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국가로부터 비자원 상품 수입을 줄여서, 미국산 수입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할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테슬라 사례와 같은 협력 모델을 미국과 추진함으로써 미국 제조업 회복을 지원하면서도 중국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푸셴(易富賢)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 선임연구원-
중국 중난대 의대 학·석·박사, ‘큰 나라, 빈 둥지(Big Country with an Empty Nest)’ 저자
이푸셴(易富賢)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 선임연구원- 중국 중난대 의대 학·석·박사, ‘큰 나라, 빈 둥지(Big Country with an Empty Nest)’ 저자

셋째, 미국과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달러가 기축통화인 이상 미국은 지속적인 무역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최대한의 무역 흑자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은 펜타닐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것부터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강화하는 것까지 주요 현안에서 협력해 양국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중국은 현 국제 질서가 중국의 거대한 부상을 가능하게 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중 무역 불균형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로 보이지만 정치적 이슈에 더 가깝다. 트럼프의 관세 조치는 중국으로 하여금 강력한 중산층을 형성하도록 압박함으로써 더욱 근본적이고 심오한 정치적 변화를 촉발할 잠재력이 있다.  

TIP

중국이 1979년부터 시행한 인구 억제 정책. 한 가구에 한 자녀만 두도록 제한하며 위반 시 벌금이나 불이익을 부과했다. 이 정책은 출산율 감소와 인구 고령화를 초래해 2015년에 폐지됐다. 이후 두 자녀에 이어 다자녀 출산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중국이 값싼 노동력과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을 기반으로 저비용 제조업을 육성해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전략이다. 이 모델은 외국 자본과 기술을 적극 유치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했지만, 내수 부족으로 인한 경제 불균형 문제를 초래했다.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에 있는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지. 철강과 자동차 등 중공업이 발달했지만 1970년대 이후 산업 쇠퇴로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를 겪은 지역이다.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주, 피츠버그 등이 속한다. 

이푸셴(易富賢)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 선임연구원

정리=이정아 기자

정리=박서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