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정책을 요약하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다. 따라서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투자가 안전하고, 다른 선진국보다는 신기술을 주도하는 미국 관련 투자가 유리해 보인다.”

김학주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는 1월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의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이 해외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김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를 미국 이기주의라고 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재확인하며 본격적인 2기(2025~2028) 정책 행보에 나섰다.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를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을 내세워 미국 내 첨단 기술 개발과 생산의 자국 내재화를 통해 글로벌 패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김 교수는 “특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로보틱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혁신 기술 분야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며 “트럼프 2기 정책은 미·중 갈등 장기화 속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김학주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 - 서강대 경영학, 영국 에든버러대 경영학 석사(MBA),
현 한동대 ICT창업학부장, 전 한가람투자자문 운용총괄(CIO·부사장), 전 우리자산운용
운용총괄(CIO·전무), 전 우리자산
운용 주식 운용본부장 및 알파 운용본부장(상무), 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및 상무
김학주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 - 서강대 경영학, 영국 에든버러대 경영학 석사(MBA), 현 한동대 ICT창업학부장, 전 한가람투자자문 운용총괄(CIO·부사장), 전 우리자산운용 운용총괄(CIO·전무), 전 우리자산 운용 주식 운용본부장 및 알파 운용본부장(상무), 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및 상무

트럼프 정부가 추진할 감세 및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이 미국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혜택을 입을 주요 업종은. 

“트럼프 정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원인을 세계 공급망 붕괴로 인한 비용 상승으로 보고,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한 신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AI, 디지털 기술, 로보틱스가 핵심 관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무탄소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SMR이 수혜 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민간이 자발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금융 직거래(DeFi) 플랫폼을 장려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암호화폐 사용과 관련된 규정을 마련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제도화 과정에서 발생할 저항과 충돌이 최종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투자자가 선호할 지역과 섹터는. 

“최근에는 선진국조차 생산을 자국 내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제품이 점점 맞춤형으로 변화하고, 설계 과정에서 차별화된 정보가 포함되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를 중국 제조 업체와 공유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을 ‘리쇼어링(reshor-ing·생산 기지 본국 회귀)’이라 부른다. 

그러나 선진국은 높은 인건비, 숙련공 부족 그리고 부품 공급 인프라의 미흡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이를 극복할 핵심 기술이 바로 로보틱스다. 기존의 공장자동화를 넘어,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까지 가능한 로봇이 등장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형태를 한 휴머노이드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사회 인프라가 인간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로봇의 감각을 담당하는 센서를 포함한 반도체 수요 역시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 미국이 자국 내에서 생산하더라도 효율성이 낮은 저부가가치 제품의 경우, 여전히 저임금 국가에서의 대량생산이 유지될 것이다. 특히 인도는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에 필적하는 인구 규모로 인해 미국 입장에서 중국을 견제할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는 생산 인프라가 열악하지만, 생산 패러다임이 디지털화하는 상황에서 기존 인프라가 없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중국의 대체 생산지 역할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가 해왔지만, 그 비중이 점차 인도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1월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등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 연합뉴스
1월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등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인도를 대체 공급망으로 육성할 경우, 인도 증시의 고수인 기대를 높이는 주요 요인은 무엇인가. 

“인도는 기존 제조업 인프라가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인도공과대(IIT)를 비롯한 IT 분야의 인재가 풍부하며, 인포시스(Infosys) 같은 세계적인 IT 솔루션 및 디지털 혁신 기업도 있다.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같은 디지털 정책 덕분에 사물인터넷(IoT) 분야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제약 산업 또한 인도의 강점 중 하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인도의 임상 시험 결과를 인정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인도는 의료 및 신약 개발 산업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여기에 AI와 디지털 서비스 기능이 더해지면 인도의 성장 잠재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미·일 동맹을 강화하면 일본 증시에 어떤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가.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성장 잠재력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이용한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AI 및 디지털, 초고속 통신 등 차세대 첨단 분야에서 성장하고 싶어 한다. 트럼프 정부는 일본이 먼저 그 자리를 차지하도록 해 중국이 발을 내딛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또한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기존 산업인 자동차, 철강, 신재생에너지 소재 등에서 일본이 견제해 주기를 바란다. 미국은 엔화 약세를 용인해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지원할 것이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일본에 방위비 분담을 더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는 전쟁을 선호하지 않지만, 공화당은 전투력 증강을 위한 투자에 공격적이다. 미국의 국방 예산을 보충하기 위해 한국, 일본 등에서 방위비 분담액을 늘리려는 속셈이다. 이는 록히드 마틴, 팔란티어 등 미국의 방위 업체 입장에서는 긍정적 소식이다.”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무역정책 및 외교적 긴장이 심화할 경우, 글로벌 투자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어떤 지역과 펀드를 중심으로 자산 비중을 조정할 것으로 보는가. 

“트럼프 정부가 관세 부과에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조치로 인한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2017~2020) 정부는 2018년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당시 일부에서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관세 부과 이전 위안화 가치가 먼저 하락했는데, 이는 중국의 수출 및 경제 둔화를 우려한 투자자의 자본 이탈과 더불어, 중국인조차 통화 절하에 대비해 자산을 해외로 옮기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달러 강세와 미국 수입 물가 안정으로 이어졌다. 

트럼프는 현재 같은 방식으로 인류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미국이 신기술 개발을 주도해 패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는 신기술 패권이 확립된 이후에야 아시아 국가와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며, 이 과정에서 아시아 국가는 불가피하게 피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아시아 국가의 통화 약세가 예상되며, 이는 투자자에게 환 손실 우려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교역 감소와 배터리, 화학, 철강 등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출혈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중국, 일본, 독일에 대한 투자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만, 통화 약세가 수출 증가로 확실히 이어질 수 있는, 즉 경쟁 강도가 낮은 특정 기업에 대한 제한적 투자는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선이 미국의 금리정책과 달러 강세에 어떤 영향을 줄까. 선진국 및 신흥국 ETF에 미칠 영향은. 

“트럼프는 달러 가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고수하지 않는다. 그는 우선 금리를 인하해 신기술 기업을 육성하고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발하는 요인이지만, 저금리 환경에서 미국의 신기술 기업이 성장하면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더 유입되어 결과적으로 달러 강세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계산이다. 

트럼프 정책을 요약하면 ‘미국 우선주의’ 로 정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흥국보다 선진국 투자가 더 안전하며, 선진국 중에서도 신기술을 주도하는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