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종목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특히 자동차와 조선, 방위산업(방산) 업종이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정보부 리서치본부 수석 연구원은 1월 20일 트럼프의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이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경제 및 외교정책 변화가 한국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의 빅테크 규제 완화를 통한 미국 내 혁신이 한국 기업에도 긍정적인 간접 효과를 미칠 것”이라며 “다만 관세정책 강화는 수출 기업에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으며, 투자자는 이러한 리스크가 반영된 저평가 주식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는 국내 산업에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하며, 이를 장기적으로 준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영환 연구원과 일문일답.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정보부  리서치본부 수석 연구원 - 한양대 경제금융학, 전 메리츠증권·케이프증권·신한투자증권·KB증권 연구원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정보부 리서치본부 수석 연구원 - 한양대 경제금융학, 전 메리츠증권·케이프증권·신한투자증권·KB증권 연구원

트럼프 2.0 시대 수혜주 종목으로 첫 번째로 자동차를 꼽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자동차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균형 성장 전략을 추구하는 중이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즉 전기차 전환 지연 정책에 대응하기 용이한 위치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도 한국 자동차에 나쁘지 않다. 미국 현지 공장을 통한 생산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며, 미국 업체와 긴밀한 협조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이 중국 자동차를 견제하는 것도 한국 업체에는 긍정적인 요소다. 트럼프 정부가 감세 정책을 시행한다면 미국 수요도 좋아질 여지가 있다. 환율과 관세정책 측면의 불확실성은 분명히 존재하나, 다른 호재가 이들 리스크 요인을 일정 부분 상쇄해 줄 수 있다고 본다.”

조선은 어떠한가. 

“글로벌 조선 산업은 중국, 한국, 일본이 경쟁하는 구조를 보이며, 특히 중국과 한국 간 경쟁이 두드러진다. 미국은 중국의 글로벌 조선 산업 지배력을 약화하기 위해 한국 등 동맹국 조선 산업과 긴밀한 협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미국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조선 분야에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수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은 미국의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채굴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수출함으로써 미국 정유 산업을 더 강하게 키우고 고용을 창출하며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이 과정에서 유조선, LNG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1 한국 자동차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균형 성장 전략을 추구하는 중이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즉 전기차 전환 지연 정책에 대응하기 용이한 위치다. / 사진 뉴스1
1 한국 자동차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균형 성장 전략을 추구하는 중이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즉 전기차 전환 지연 정책에 대응하기 용이한 위치다. / 사진 뉴스1

방산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트럼프의 대외 군사전략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는) 해외 분쟁에 대한 불개입주의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권위주의 정권과도 잘 지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국가는 자주국방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즉, 글로벌 국방비는 향후 늘어날 공산이 크다. 한국의 방산은 첨단 기술 측면에서 위상이 대단히 높지는 않지만, 생산능력과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무기 체계와) 호환성, (기후 및 지형적으로) 극한 상황에서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 국방비가 늘어나는 국면에서 한국 방산 기업은 꾸준히 혜택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한국 방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미국의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로 인해 한국이 자주국방에 쓸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 한국 정부가 방산 기업에 주는 주문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내 방산 매출은 방산 기업의밸류에이션(가치 평가)에 프리미엄을 주는 요인은 아니다. 방산 기업 입장에서 국방부의 수주액은 국회가 정한 국방 예산 규모로 정해지고, 이익률도 국방부가 정해준다. 따라서 국내 방산 매출 증감은 밸류에이션을 높이거나 낮추지 않는다. 

방산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려면 해외 수주가 잘돼야 한다. 해외 수주의 경우, 좋은 물건을 잘 만들어서 팔고 수요처가 만족하면 향후 매출을 더 늘릴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 수주 증가가 지속되면 국내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방산 기업에 대한 긍정적평가는 유지될 것이다.”

2 한화오션이 세계 최초로 건조해 인도한 LNG-FPSO. / 사진 한화오션
2 한화오션이 세계 최초로 건조해 인도한 LNG-FPSO. / 사진 한화오션

미국과 한국 간 방위 협력 강화가 국내 조선업계의 방산 사업에 긍정적인 측면만 있나. 

“미국 해군의 군함 건조 과정에서 한국 조선업계와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매출 증대로 이어질 것이지만, 위험 요소로 미국 진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다. 매출 증대는 추가적인 수주를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수요가 미국 해군에 고정되어 있으며, 제조 방식이 군사기밀에 해당하고, 미국에 새롭게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익률은 높지 않고 밸류에이션의 확장성은 낮을 수 있다.

한국 방산 기업이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 해군향 수주에 집중하기보다는 동남아, 중동, 동유럽 등 다양한 국가로 수요를 확대해야 하며, 자국 기술로 생산해 가격 협상력이 높은 품목을 개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조선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데는 미국 군함 수주보다 유조선이나 LNG선 수주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 요인으로 보인다.”

3 한국의 방위산업은 첨단 전력 체계라는 측면에서의 위상이 대단히 높지는 않지만, 생산능력과 호환성, 극한 상황에서의 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2024년 5월 경남 사천 격납고에서 나오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 KF-21. / 사진 뉴스1
3 한국의 방위산업은 첨단 전력 체계라는 측면에서의 위상이 대단히 높지는 않지만, 생산능력과 호환성, 극한 상황에서의 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2024년 5월 경남 사천 격납고에서 나오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 KF-21. / 사진 뉴스1

트럼프 정부가 수입관세를 올릴 경우 국내 수출 기업이 이를 방어하거나 리스크를 완화할 전략은. 

“미국의 고관세정책이 강화되면 미국에 대한 수출 물량이 감소하고 이익률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전략은 주로 미국으로 공장 이전을 통해서 관세를 회피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리스크가 있는 전략이다. 일종의 리쇼어링(reshoring·생산 기지 본국 회귀) 리스크다. 

과거 선진국의 제조업 리쇼어링이 항상 실패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선진국의 높은 인건비, 강성 노조 등이 원인이었다. 공장을 짓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트럼프 임기까지만 공장을 가동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일정 부분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두는 게 관세를 회피할 수 있어 기업에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일 수는 있지만,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이 아니라 투자자 입장에서라면 다른 얘기가 된다. 주식 투자자가 리스크를 줄일 방법은 결국 충분히 싼 가격에 사면 된다. 이러한 리스크가 커 보이는 시점에 굳이 관련 주식을 사는 것 자체가 큰 리스크를 지는 셈이다. 가격이 많이 조정받아서 트럼프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너무 싼 것 아닐까' 싶을 때 해당 분야 주식을 사면 된다고 본다.”

트럼프의 빅테크 규제 완화 방향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플랫폼 기업 투자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본다. 트럼프 정부의 빅테크 규제 완화는 미국 테크 분야 혁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면, 한국 기업도 내수 시장에서 이를 적용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미국 빅테크 혁신은 한국 플랫폼 기업에도 새로운 수익원 창출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