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1월 16일 열린 ‘2025 조선비즈 가상자산 콘퍼런스’. / 사진 조선비즈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1월 16일 열린 ‘2025 조선비즈 가상자산 콘퍼런스’. / 사진 조선비즈

“세 가지 서로 다른 색(色)의 물감이 모이면 겹치는 부분은 어두워지죠. 그러나 다른 색의 빛을 섞으면 겹치는 부분은 오히려 더욱 밝아집니다. 블록체인은 정부와 기업, 기술이라는 세 가지 영역이 밝게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들 빛과 같은 존재입니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1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2025 가상자산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이 발전하고 디지털 세계가 확장할수록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정부, 기업, 기술의 거버넌스(governance·정책 체계)를 만드는 일은 필수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블록체인이 과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정부는 물리적 세계를 통치하고, 블록체인은 디지털 세계를 지배한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디지털 세계가 확장되면서 자산을 포함한 우리 삶의 많은 영역이 크게 변화했다”며 “현금은 디지털화(化)된 숫자로 바뀌었고, 각종 신원 정보도 신분증 대신 디지털로 관리된다”고 말했다. 또 “인간 교류도 최근에는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등 디지털 세계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디지털 세계 확장이 마냥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소수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디지털 영토를 장악하고 있으며, AI 역시 특정 기업이나 자본의 필요에 의해 편향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사용하는 데이터를 구글이나 아마존, 애플, 메타(옛 페이스북) 등 몇 곳의 빅테크가 점유해 이용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 미국 소비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특정 기업이 사용하는 데 반대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AI는 과연 공정할까”라고 반문하며 “오픈AI는 결코 오픈(open)된 회사가 아니다. 오픈AI가 어떤 철학과 방향성을 가졌는지, 거버넌스가 투명하게 만들어졌는지 등에 대해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디지털 세계에서 특정 자본의 독점을 막고,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선 인터넷이 만들어질 당시의 투명한 프로토콜 체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은 인류가 만든 최초의 프로토콜 기반 네트워크 경제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기업이 발행하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대표자나 최고경영자(CEO)도 당연히 없다”며 “운영 참여에 대한 경계가 없고 투명한 네트워크로 운영되는 데다 금융기관 없이 자산을 자체 보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비트코인이 국가 체계를 흔드는 ‘아나키스트’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현실적 문제를 개선하고 정부와 협업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4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새로운 국가 전략 자산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자산 보관과 투자 등 여러 분야에서 블록체인의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예를 들어 해외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매우 많은 작업이 필요하고 일반인이 접근하기도 어렵지만, 블록체인 체계에서는 코인을 사고팔듯 손쉽게 조각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에는 블록체인 업계와 학계 등에서 여러 전문가가 참석해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가상자산 시장의 변화에 대해 전망했다.

가상자산 분석 업체인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현재 시장에 유입된 자본 규모를감안하면 비트코인의 천장 가격은 16만1000달러(약 2억3465만원)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가격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적 방향이 명확해질 것”이라며 “한국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lus Point

트럼프 취임에 롤러코스터 타는 암호화폐
트럼프 이름 딴 ‘밈 코인’, 출시 이틀 만에 시총 30조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이하 현지시각)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기에 앞서 자기 이름을 딴 암호화폐를 출시해서 화제다. 트럼프 측이 내놓은 밈 코인(유행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암호화폐)인 ‘오피셜 트럼프’의 시가총액은 1월 17일 출시 이후 이틀 만에 210억달러(약 30조6000억원)를 넘어섰다. 

트럼프는 1월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승리를 축하하자”며 ‘트럼프 코인’의 발행 사실을 알리면서 구매 방법 등을 안내한 홈페이지 주소를 공유했다. 예비 대통령이 자기 이름으로 된 암호화폐를 광고하자 ‘해킹당했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트럼프가 직접 출시하고 광고한 것이 사실로 알려지면서 코인 가격은 급등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은 1월 21일 오후 7시 30분부터 오피셜 트럼프 거래 지원을 개시했다. 

트럼프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완화를 여러 차례 공언했다. 지난해 대선 유세 때 트럼프는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라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트럼프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국가의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암호화폐 업계와 투자자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트럼프 취임식 직전 10만9000달러 선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취임 첫날 암호화폐 관련 행정명령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급락했다. 하지만 취임 이튿날 미국 금융 당국이 새로운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트코인은 최고가 돌파를 앞두는 등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