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충희 한국스키장경영협회 회장 - 청주대 경영학, 연세대 경영학 석사,  전 GS건설 주택사업본부 부사장,  
전 엘리시안 강촌 대표 / 사진 윤진우 기자
임충희 한국스키장경영협회 회장 - 청주대 경영학, 연세대 경영학 석사, 전 GS건설 주택사업본부 부사장, 전 엘리시안 강촌 대표 / 사진 윤진우 기자

“국내 겨울 스포츠 산업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실제로도 위기다. 자연설이 부족해 인공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운영비가 매년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온 상승으로 운영 기간이 짧아져 매출은 줄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없으면 국내에 있는 더 많은 스키장이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할 것이다.”

국내 스키장이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은 더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2009년 17곳까지 늘었던 국내 스키장은 현재 4곳이 폐업 또는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운영비는 늘어나는데 운영 기간은 줄어들면서 이용객마저 줄어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내 스키장은 2012(2011~2012년) 시즌이 전성기였다. 당시 슬로프 이용객 수는 686만 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이용객이 매년 줄어들었고,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슬로프 폐쇄 조처가 내려진 2020(2019~2020년) 시즌에는 146만 명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2022(2021~2022년) 시즌 383만 명, 2023(2022~2023년) 시즌 421만 명, 2024(2023~2024년) 시즌 443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낙관할 수는 없다. 해외여행과 게임 등 겨울 스포츠를 대신할 즐길 거리가 많아진 상황에서 ‘스키는 위험하고 비싸다’는 인식이 여전해, 20~30대가 스키장을 더 이상 찾지 않기 때문이다.

엘리시안 강촌 대표를 지낸 임충희 한국스키장경영협회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매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스키장이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경영 전략을 세우고 있다”라며 “국내 스키장이 위기인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용평리조트같이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어나는 사례도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1990년 스키장 협의체로 시작한 한국스키장경영협회(Ski Resort Business Association Of Korea·SBAK)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단법인이다. 현재 스키장 사업에 대한 지도와 감독, 홍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다음은 임 회장과 일문일답. 

국내 스키장이 위기다. 해외 스키장 상황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고온으로 유럽 알프스 지역의 스키장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부 알프스 최대 스키 리조트인 ‘알프 뒤 그랑세르’는 2024년 지구온난화로 인한 강설량 감소와 인공눈 생산 비용 증가로 누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85년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알프스산맥 몽블랑 인근에 있는 ‘라 삼부이’ 리조트도 기후변화로 눈이 부족해 스키장을 영구 폐쇄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은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알프스 지역의 모든 스키장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눈 부족으로 슬로프를 산악자전거 트레일로 전환하거나 스키장 운영을 중단하는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3년간 스키장 세 곳(양지 파인, 베어스타운, 스타힐)이 문을 닫았다. 전 세계 스키장이 위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용객 수가 조금씩 회복하던데.

“2019(2018~2019년) 시즌 439만 명이었던 스키장 이용객 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46만 명까지 떨어졌지만 2024 시즌 443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스키 산업은 기후변화에 따른 강설량 감소, 레저 활동의 다양화, 어려운 경제 상황, 세대 변화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으로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더 큰 상황이다.”

스키장이 겨울철 복합 레저 공간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 같다.

“스키장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 현재 스키장은 스키 사업만으로는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스키로 이익을 낼 수 없으니 스키장은 오래전부터 복합 레저 공간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눈썰매장을 만들거나 비시즌에는 워터파크, 골프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식이다.”

'스키장의 위기'를 말하지만, 모나용평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년 늘어나던데.

“모나용평의 실적이 좋은 표면적인 이유는 프리미엄 콘도 분양을 잘해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신달순 모나용평 대표가 밤낮 없이 고객 중심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고민한 결과라 생각한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지, 어떻게 하면 스키장 주변 지역과 연계한 상품을 내놓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발왕산 케이블카와 수국차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모나용평의 성공 사례를 국내 다른 스키장이 본받아야 한다. 비시즌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주변 지역과 연계한 상품을 적극 개발해 이용객에게 알려야 한다. 프리미엄 전략도 중요하지만, 고객 중심 상품 개발이 더 중요하다. 지산포레스트리조트도 잘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 있어 서울과 가깝다는 이점을 살리기 위해 고호림 대표가 치열하게 고민하니, 확실히 개선되는 부분이 있다.”

스키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줄어드는 국내 이용객을 대체하기 위해 스키장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집중한 결과다. 특히 평소 눈을 접할 수 없는 동남아 관광객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스키장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모나용평의 ‘펀스키’, 하이원리조트의 ‘고고스키’, 비발디파크의 ‘비바스키’가 대표적이다. 또 외국인 강사를 직접 고용하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가 한국관광공사와 협업해 공항에서 스키장으로 바로 이동할 셔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스키장의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또 강원도 등 지자체와 함께 국제 관광 박람회에 참가해 외국 여행사와 상품 개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항공권과 스키장 이용권을 결합한 상품을 만드는 식이다.”

스키장이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는 인식도 있다. 정보통신 기술이 적용된 사례는.

“물론 있다. 스키장은 기본적으로 눈 상태가 좋아야 한다. 그런데 스키장이 새벽까지운영되는 만큼 새벽 시간에 눈 관리를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정설 기계가 무인으로 눈 관리를 한다. 새벽에 눈을 뿌려놓으면 AI 정설 기계가 자동으로 작업하니 노동력을 줄일 수 있다. 이용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IT 기술은 손바닥 정맥을 이용한 시즌권 본인 인증과 스마트 리프트 시스템 등이 있다.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리프트 탑승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초보자를 위한 가상현실(VR) 기반 스키 교육 등도 있다.”

스키장이 한목소리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어떤 지원을 말하는 건가.

“곤지암, 지산포레스트, 비발디파크 등을 제외한 스키장은 국유림을 대여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부료가 공시지가가 올라간다는 이유로 매년 가파르게 뛰고 있다. 내가 대표로 있었던 엘리시안 강촌의 경우에도4~5년간 100% 가까이 올랐다. 이에 따라 개별 스키장이 부담하는 비용이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 가까이 늘었다. 스키장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전기 피크제도 있다. 눈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키장이 개장하는 12월 초에 집중적으로 전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전력이 7·8·9·12·1·2월 중 가장 많이 사용한 전기료를 다음 연도의 기본요금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스키장은 폐장 이후에도 12월에 사용한 전기료를 매달 기본으로 납부해야 한다. 스키장이 폐장한 4월과 5월에도 12월에 쓴 만큼의 전기료를 기본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개별 스키장은 매년 5억~10억원을 전기료로 추가 납부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윤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