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카니발. / 사진 기아
기아 카니발. / 사진 기아

기아의 미니밴 카니발은 국내에서 가장 독특한 지위를 가진 차다. 여러 명을 태우기도 하고, 적재 능력도 뛰어난 다목적 차(MPV· Multi Purpose Vehicle)다. 체급으로는 도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등과 경쟁하나, 카니발의 가격 경쟁력을 이기기는 어렵다. 한마디로 다재다능하면서 가격도 합리적인 차가 카니발이다.

9인승은 6명 이상 탑승하면 고속도로 버스 전용도로를 주행할 수도 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완전 변경 신차를 출시하면서 새롭게 9인승을 추가한 건, 카니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카니발에는 ‘국민 아빠 차’ 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현재 카니발은 4세대 제품으로, 2023년 새 디자인을 도입해 다시 태어났다. 여기에 추가된 것이 현대자동차(현대차)·기아의 각 제품에 폭넓게 사용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동력계다. 현대차 싼타페, 기아 쏘렌토 등에 동일하게 올라간 1.6L 가솔린 터보 엔진에 전기모터를 얹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카니발 실내. / 사진 박진우 기자
카니발 실내. / 사진 박진우 기자

웅장한 외관과 편안한 실내

외관 디자인은 기아의 패밀리룩(통일된 디자인)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으로 그려졌다. 주간주행등(DRL·Daytime Running Lamp)과 헤드램프(전조등)가 별처럼 빛나는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패턴 디자인도 고급스러워졌다. 범퍼에는 네 개의 안개등을 넣었고, 굴곡 디자인으로 강인한 인상을 준다. 

측면은 2020년 최초 출시된 4세대 모델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웅장한 느낌을 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휠 형상은 기아 플래그십(기함) 전기차인 EV9과 비슷한사각형 형태로 변경됐다.

뒷모습은 앞모습과 일체감을 주기 위한 스타맵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들어갔고, 이전과 다르게 번호판 위치를 아래로 내렸다. 트렁크 손잡이는 이전에 노출돼 있었으나, 이제는 보이지 않게 안쪽으로 숨겼다. 기존에 범퍼에 있었던 방향지시등은 리어 램프 (후미등)디자인이 바뀌면서 리어 램프와 연결할 수 있게 위치를 올렸다. 

카니발은 길이 5155㎜로 상당히 긴 차다. 그만큼 실내 공간이 넓고 쾌적하다. 하이브리드 제품의 높이는 1785㎜(루프랙 포함)로, 가솔린·디젤 제품보다 10㎜ 높다. 너비는 1995㎜다. 휠베이스(앞·뒷바퀴 중심 축간거리)는 3090㎜다. 

실내는 최근 현대차·기아 제품에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돋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를 적용해 디자인과 형태,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거의 동일하다. 처음 봤을 때는 획기적으로 느껴졌지만, 모든 차에 똑같이 들어가 차종별 개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기능에는 충실하다.

중앙도 다른 기아 제품과 유사하게 인포테인먼트(주행 정보와 즐길 거리)와 공조 전환 통합 조작계를 넣었다. 센터 터널은 커버를 없애는 대신 공간을 넓혔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와 큰 용량의 컵 홀더까지 알차게 공간을 구성했다. 

수납공간은 다양하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센터 콘솔의 활용도는 더 높아졌다. 시승차는 7인승이었는데, 2열과 3열 좌석을 독립식으로 만들었다. 2열 좌석은 전동으로 좌석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데, 앞뒤뿐만 아니라 좌우로도 위치를 옮길 수 있어 편안한 승차감을 준다. 

7인승에서 선택할 수 있는 컴포트 옵션(119만원)에는 ‘마사지 기능’ ‘UV(자외선)-C 살균 암레스트 수납함’ ‘에어컨 광촉매 살균 시스템, 항균 처리 고성능 콤비 필터를 제공한다. 여기에 빌트인 공기청정기와 냉온 컵홀더(1·2열)로 구성된 마이컴포트 패키지(133만원)도 선택할 수 있다. 

민첩하진 않지만, 충분한 성능

카니발에 장착된 하이브리드 동력계는 시스템 합산 최고 240마력을 낸다. 엔진 단독으로는 최고 180마력의 성능이다. 최대 토크는 37.4㎏f·m(엔진 최대 27.0㎏f·m)다. 

엔진 배기량이 1.6L에 불과해 큰 차를 잘 움직일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반응이 즉각적인 전기 동력의 보조로 출발 가속은 매끄러운 편이다. 하이브리드차다운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 좋다. 특히 저속 구간에서 이런 장점이 충분히 발휘된다. 정체 구간이나 도심 속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스트레스가 적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은 뒤에 감동적인 동력 성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극적으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거나, 날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도 제한적이다. 속도는 진중하게 오르고, 가속도 꾸준하게 붙지만, 어디까지나 몸집이 큰 차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역동적인 주행을 추구하는 스포츠 모드도 극적인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다만 한 번 높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단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작은 엔진을 장착하고 있으나, 동력을 보조하는 전기모터의 힘이 충분히 바퀴에 전달되는 덕분이다. 엔진 배기량이 적다고 성능도 부족할 것으로 보였는데,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동력계의 만듦새가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하이브리드차답게 모터를 활용한 동력 기능이 돋보인다. E(electrically)-라이드와 E-핸들링, E-EHA(Evasive Handling Assist) 등이 들어가는데, E-라이드는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나 가속할 때 구동 모터의 토크를 조절해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기능이다. E-핸들링은 곡선 도로를 달릴 때 구동 모터의 가감속 제어로 무게중심을 바꿔 조향 응답성과 선회 안정성을 높인 기술이다. E-EHA는 전방 충돌을 피하기 위한 회피 기동 때 바퀴에 걸리는 무게를 제어한다. 단순히 동력계만 갈아 끼운 게 아니라 주행 특징도 동력계에 맞춰 바꾼 것이 돋보인다. 

높은 효율성, 매력 상승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효율이 높다. 시승 차인 7인승 카니발 하이브리드(19인치 타이어)의 국내 신고 연료 효율은 복합 기준 13.5㎞/L다. 시승 당일 일반도로와 고속도로를 오가는데, 평균적으로 13㎞/L 이상의 효율을 보였다. 

가속에 무게를 두는 스포츠 모드에서는 연료 효율이 떨어진다. 효율이 금세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서 차를 모는 사람은 적을 것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인 주행이라면 신고 효율과 엇비슷한, 때로는 더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이미 독보적인 존재감 갖고 있는 카니발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강점에 효율 높은 새 동력계를 얹으니, 부분 변경 모델이지만 완전 변경에 가까운 변화와 업그레이드다. 최신 디지털 기술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점도 만족스럽다. 편의성과 공간 활용성 역시 일품이다. 하이브리드 동력계가 주는 효율과 정숙성, 묵직한 가속은 인상적이다. 

이미 시장에선 카니발의 인기가 상당하다. 지금 당장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계약하더라도, 실제 차를 받기까지는 1년여의 기간이 걸린다. 최고급 트림인 그래비티(5168만원) 출고 대기 기간이 16개월에 달한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