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5년 1월 19일 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구속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47일 만의 구속이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서울서부지법 청사에 대거 침입해 난동을부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1월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탄핵 소추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직접 출석하는 건 이번이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비상계엄 후 국회를 대체할 ‘비상입법기구’ 설치를 지시한 적도, 국회의원을 막으려 한 적도 없다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정당화를 위해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계엄 선포 전 여러 가지 선거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것이 있었다”고 변론했다. 탄핵 심판의 최종 선고가 나올 때까지 탄핵 정국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 사진 KTV
1.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 사진 KTV

비상계엄부터 구속까지 혼돈의 47일

앞선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5분, 윤 대통령은 느닷없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긴급 담화문을 통해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 45년 만의 비상계엄이었다. 이어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의 ‘포고령 제1호’가 전해졌다. 국회와 정당의 정치 활동을 금하고, 포고령 위반자를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 처단한다는 내용이었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됐고, 국회 진입에는 헬기까지 동원됐다. 국회 밖에서 경찰이 국회로 진입하는 모든 출입문을 봉쇄하자, 국회의원들은 국회 담장을 넘어 경내로 진입했고 12월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재석 190명 전원 찬성)시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 27분쯤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6당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2. 2024년 12월 4일 계엄군이 국회 본관 정문 앞에서 국회 사무처 직원 등과 대치하고 있다. / 사진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2. 2024년 12월 4일 계엄군이 국회 본관 정문 앞에서 국회 사무처 직원 등과 대치하고 있다. / 사진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12월 7일 열린 첫 번째 탄핵 소추 국회 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하며 탄핵 소추안은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이튿날인 12월 8일 한동훈 국민의힘 당시 당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질서 있는 퇴진’ 계획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12월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고 호소했다. 

3. 2024년 12월 14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3. 2024년 12월 14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12월 14일 국회에서 치러진 두 번째 탄핵 소추안 표결은 가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204표가 나왔다. 정치권은 당론으로 ‘탄핵 반대’ 를 정했던 국민의힘에서도 최소 12명의 이탈 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오후 7시 24분을 기해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수사도 급물살을 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12월 30일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튿날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수사기관에서 청구해 발부된 불법 무효 영장”이라고 반박했다. 

2025년 1월 3일 공수처가 한남동 관저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며 대통령경호처와 대치하는 양상이 빚어졌다. 공수처는 1월 15일 오전 4시쯤 체포영장 2차 집행에 나섰다.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의 농성이 벌어졌고, 국민의힘 의원 30여 명도 공수처의 체포영장 저지를 위해 인간 띠를 두르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공수처와 경찰은 한남동 관저에서 약 6시간 동안 대치한 끝에 이날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 43일 만에 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이었다. 이후 공수처는 1월 17일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4. 2025년 1월 15일 공수처 관계자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5. 2025년 1월 15일 체포된 윤 대통령이 경기 과천 공수처 청사에서 조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 공동취재단 
6. 2024년 1월 19일 윤 대통령이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가 서울서부지법 청사 내부로 난입해 난동을 부려, 내부가 파손돼 있다. / 사진 연합뉴스
4. 2025년 1월 15일 공수처 관계자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5. 2025년 1월 15일 체포된 윤 대통령이 경기 과천 공수처 청사에서 조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 공동취재단 6. 2024년 1월 19일 윤 대통령이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가 서울서부지법 청사 내부로 난입해 난동을 부려, 내부가 파손돼 있다. / 사진 연합뉴스

증시 회복했지만, 고환율 고착화 우려

비상계엄 사태로 야기된 정국 불안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12월 3일 종가 2500.10을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4거래일 연속 하락해 12월 9일(대통령 탄핵 소추안 부결 후 첫 거래일) 종가 2360.58까지 떨어졌다. 연중 최저점이었다. 비상계엄 사태로 야기된 정국 불안에 외국인의 매도세가 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12월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 자금은 38억6000만달러(약 5조6260억원) 순 유출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감염병 대유행) 때인 2020년 3월(-73억7000만달러·약 10조7418억원) 이후 월간 최대치다. 그러나 1월 8일 코스피 지수는 약 한 달 만에 2500선을 넘어서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됐다고 판단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살아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계엄 직후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중반으로 여전히 높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오후 3시 30분 기준)은 비상계엄 선포 전인 2024년 12월 3일 1402.90원에서 12월 30일 1472.50원까지 치솟았다. 1월 23일 원·달러 환율은 1437.30원으로 고점 대비 진정됐으나, 계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가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월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변화가 환율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현재 환율 수준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이라든지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면서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환율이 30원 정도 펀더멘털에 비해 더 오른 걸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Plus Point

韓 탄핵 정국 농담한 트럼프
“내가 혼돈 상태? 한국 보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두가 나를 혼돈(chaotic)이라고 부르지만, 한국을 보라”며 농담을 던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상황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CBS 방송은 1월 18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후 플로리다주에 있는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하던 상황에 정통한 인사 10여 명과 인터뷰를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CBS 기사에서 해당 발언이 나온 구체적 시점은 확인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탄핵이 중단된다면(if they ever stop impeaching him), 윤 대통령과 만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