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은행과 자본시장의 갈 길이 안갯속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됐고 금리도 떨어지고 있지만, 경제성장률은 예년의 평균치를 밑돌고 지정학적 충격이 잇따르고 있으며 규제 불확실성도 크다. 이 가운데 저성장, 금리 인하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은행의 가장 근본적 과제는 이러한 거시 경제 역풍을 뚫고 성장을 지속하는 것이다.
주요국 은행 업계는 2025년 예금 원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순이자 이익(NII)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금리가 떨어지면 이자 이익 전략을 수정해야 할 수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 주택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소비자의 재정 압박이 심화하면서 신용카드와 오토론(자동차 담보대출)은 수요 부진을 겪을 수 있다. 게다가 금리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부 소비자는 고가 물품 구매를 보류하고 있어 소비자 대출이 감소할 수 있다. 한편, 거시 경제 및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기업 대출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며, 채권 발행 및 인수합병(M&A)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금 원가는 금리가 하락한다 해도 그에 상응하는 하락세를 보이지 않아, 단기 금리 변동에 대한 예금 이자율 변화의 민감도를 나타내는 예금 베타가 금리 인하 속도보다 더디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원인은 은행의 유동성 수요가 지속되고 예금 금리 하락에 대한 예금자의 반발로 인해 예금 유치 경쟁이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경우 은행 업계의 순이자 마진율은 2025년 말 약 3%로 상당 폭 줄어들 전망이다.

대형 은행 경쟁력 강화 열쇠는 수익 다각화
2025년에는 다각화에 성공해 다수의 수익원을 보유해야 승산이 있다. 앞서 설명했듯, 금리가 낮아짐에도 예금 원가가 늘면서 2025년 은행의 순이자 이익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은행은 비이자 수익을 증대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은행은 △거래량, 고객 수 또는 고객 세분화 그룹 수, 새로운 지리적 시장 확대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제공 △ 현재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의 유료화, 새로운 가격 모델 수립, 서비스 묶음 또는 분리 등을 통한 새로운 가격 전략 이행 등을 통해 비이자 수익을 늘릴 수 있다.
각각의 은행이 도입할 수 있는 전략은 사업 유형, 고객의 가격 민감도, 수요 함수의 특징, 규제 요건 등에 맞춰 각기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은행은 2025년 새로운 변화와 환경에 대비해 소매 은행, 결제, 자산 운용, 투자은행 및 자본시장 등 사업 부문에서 비이자 수익 전략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우선 소매 은행 부문은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는 전략으로 전환해 수수료 수익을 늘려야 한다. 임베디드 자문 서비스, 다양한 서비스의 묶음, 계좌 상품별 가격 티어링, 생애 주기 및 지출 습관 등 데이터에 기반한 더욱 구체적인 고객 세분화 등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추가 수익원을 확보하려면 우선 고객의 니즈와 가격 민감성을 깊게 이해하고, 풍부한 고객 데이터와 효율적인 타깃형 마케팅으로 무장해야 한다.
결제 부문은 거래 마진이 줄고 신용카드 연체 수수료에 대한 규제 당국의 압박도 강해지면서 수수료 사업 여건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결제 부문에서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과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신용카드사는 여행과 식료품 등 전통적 항목의 브랜드뿐 아니라 인앱 게임 구매 및 소셜커머스 등 새로운 지출 항목 및 채널로도 진출해 소비자 지갑에서 파이를 키울 수 있다. 또한 결제 기관은 소매 부문과 협업해 안전한 결제를 담보하고 결제 옵션을 확대하면 고객의 우려를 완화하고 거래량을 늘림으로써 수익을 증대할 수 있다.
자산 운용 부문은 시장 성장과 자본의 순 유입으로 인해 운용 자산(AUM)이 증가해 최근 수년간 양호한 성장을 지속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문 서비스가 상품화되며 수수료에 대한 고객 불만이 커지고 있어 이전 만큼 손쉽게 성장 기회를 잡기는 힘들 것이다. 그 결과 자산 운용사에 수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패시브 투자 전략 등 높은 수수료를 정당화할 수 없는 평범한 자산 운용의 경우 더욱 수수료 인하 압박이 거세다. 자산 운용사가 수수료 수익을 키우면서 시장 변동성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대면이든 디지털이든 고객 자문의 가치를 한층 개선하고, 자문의 영역을 핵심 투자자문에 국한하지 말고 세금, 부동산 계획, 장기적 케어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이어 고객 경험을 맞춤화하고, 잠재적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며, 매끄러운 온보딩 여정을 제공해야 한다.
투자은행 및 자본시장 부문은 M&A 파이프라인이 시동을 걸고 있는 데다 기업뿐 아니라 사모 펀드의 자본 수요가 증대하고 거래량도 치솟고 있어 수익이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밝은 전망 속에서도 자본시장에서 수수료 수익을 늘릴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일부 은행은 규제 장벽으로 M&A 거래가 무산됐을 경우 파기 수수료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또한 새로운 거래를 발표할 때 공시 수수료의 형태로 공정성 평가 보고서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하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 새로운 지리적 시장으로의 진출도 또 다른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니어쇼어링과 외국 투자가 확산하면서 멕시코에서 M&A와 주식 발행이 급증할 것을 기대하고 많은 은행이 멕시코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비용 관리 방향 수정해 비용 절감
은행은 비용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2025년 수익 증대 전망이 요원한 만큼 비용 절감의 필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많은 은행은 비용을 추가로 절감하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수년간 미국 자산 규모 100억달러(약 14조5750억원) 이상 은행의 총비이자 비용 증가율이 순수익 증가율을 능가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024년 2분기 미국 3대 은행이 한 해 비용 목표치를 연초 전망치에 비해 40억달러(약 5조8300억원) 상향했다. 게다가 보상, 규제 비용, 기술 투자 등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조만간 완화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자산 규모가 100억달러 이상인 미국 은행의 2024년 상반기 보상 비용은 1496억달러(약 218조420억원)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주요 원인은 트레이딩, 자산 관리, 투자 관리 등 수익 창출 사업부 인력에게 제공한 성과급이다. 또한 머신러닝과 생성 AI(Gen-erative AI) 등 분야의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인건비가 발생했다.
오픈뱅킹, 바젤3 엔드게임, 직불카드 결제 수수료 등과 관련한 새로운 규제가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만큼 규제 컴플라이언스 비용도 상승 추세다. 렉시스넥시스 리스크 솔루션스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금융기관 중 금융 범죄 컴플라이언스 비용이 증가한 비율이 99%에 달했고, 비용 총합이 610억달러(약 88조9075억원)를 기록했다. 관련 비용에는 고객 파악(KYC) 및 돈세탁 방지 소프트웨어와 업그레이드, 규제 컴플라이언스 관리 인프라 등 기술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가 포함된다. 이에 은행은 △ 비용 관리의 투명성 강화 △자동화 및 AI 규모 확대를 통한 비용 절감 및 생산성 향상 △ 초기 전환 계획에 위험 관리 통합 △엄격한 이행 규율 실행 등을 통해 비용 구조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은행 업계에 있어 2025년은 지속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다. 지금 택하는 전략적 행동이 더욱 밝은 미래와 강화된 회복력으로 나아가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은행은 미래 성공을 손에 거머쥐기 위해 지금 단호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