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주도 CFE 이니셔티브
CFE(Carbon Free Energy) 이니셔티브는 한국 정부 주도의 국제 협력 구상으로, ‘무탄소 에너지’를 활용해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3년 9월 우리나라 정부가 주도해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처음 제안되었으며, 이후 민관 협의체인 ‘CF 연합’을 구성해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CFE 이니셔티브는 ‘기술 중립성(Technol-ogy Neutrality)’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 수소,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모든 무탄소 에너지원을 포괄해 현실적인 탄소 중립 달성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CFE 이니셔티브의 두 가지 핵심 축은 ① CFE 인증제의 설계 및 국제 표준화 그리고 ② 국제 협력 강화다.
2024년 현재, CFE 인증제는 정부 주도로 초안이 개발되었으며, 국내 유관 업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글로벌 주요 이해 관계자와 협의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유엔 에너지(UN Energy), CEBA(Clean Energy Buyers Association),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과 협력을 통해 CFE 이니셔티브의 국제적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CFE 이니셔티브, 실질·유연성 중점
CFE 이니셔티브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24/7 CFE(24/7 Carbon -Free Energy) 등 기존의 유관 이니셔티브에 비해 ‘실질적인 적용 가능성’과 ‘유연성’에 장점이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2014년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 주도로 현재 420개 이상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RE100은 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나,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하거나 간헐성이 문제가 되는 지역에서는 이행이 어려울 수 있다.
24/7 CFE는 전력 소비자가 사용하는 전력을 24시간 365일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니셔티브로, 유엔 에너지와 구글 등이 주도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무탄소 에너지를 조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RE100보다 진일보한 개념이나, 실시간이란 엄밀성으로 인해 기술적, 경제적 과제가 남아있다.
CFE 이니셔티브는 RE100, 24/7 CFE와 마찬가지로, 참여 주체의 자발성에 기반하며, 탄소 중립 달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한다. 그러나 ‘기술 중립성’ 원칙에 따라 모든 무탄소 에너지원을 포괄함으로써, 각 국과 기업의 현실적인 여건에 맞는 유연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실시간 무탄소 에너지 사용을 지향하지만, 중·단기적으로는 연간 단위의 무탄소 에너지 사용 실적을 인정함으로써, 이행의 현실성을 높였다.

국제 표준 정착 시 수출 경쟁력 강화 기대
기업 입장에서 CFE 이니셔티브는 ‘기회’와 ‘도전’ 요인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기회 요인으로는 CFE 인증제가 국제 표준으로 정착될 경우,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 수출 경쟁력 강화, 초기 시장 선점, 기업 이미지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CFE 인증을 획득한 제품 및 서비스는 탄소 배출량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이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면, CFE 이니셔티브는 아직 초기 단계로,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 ‘도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CFE 인증제가 주요 수입국에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오히려 무역기술장벽(TBT)으로 작용해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현업에서 RE100에 가입하고 있거나 가입을 앞둔 시점에서, CFE 이니셔티브 가입 및 인증 획득 및 유지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CFE 이니셔티브 참여에 앞서, 면밀한 비용· 편익 분석을 통해, 상황에 맞는 최적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CFE 이니셔티브 정착, 정치 논쟁 넘어서야
CFE 이니셔티브가 우리 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글로벌 탄소 중립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 논쟁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용적이고 기술적인 대안으로 인식해야 한다. 정부 주도로 시작되었지만, 그 성공 여부는 민간, 특히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달려있다. 따라서 정부는 CFE 이니셔티브 추진 과정에서 기업에 고도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CFE 인증제 설계 시 투명성과 포용성을 제고해야 한다. 즉, 정부와 CF 연합 회원사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 시민단체,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참여를 확대하고, 이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또한, RE100, 24/7 CFE 등 기존 국제 이니셔티브와 협력을 통해 글로벌 표준과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무탄소 에너지 인정 기준, 인증 시스템 등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를 주도하고, 글로벌 표준 정립에 기여해야 한다. 더불어 IEA,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 주요 국제기구와 협력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무탄소 에너지 전환을 지원함으로써,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간 부문의 무탄소 에너지 기술 개발 및 실증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 CCUS 등 핵심 무탄소 에너지 기술의 연구개발 및 실증을 지원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명확하고 일관된 정책 시그널을 제공하고 규제 개선,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CFE 이니셔티브가 우리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탁상공론과 정치적 논쟁을 넘어, 실용성과 포용성에 기반한,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CFE 이니셔티브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기반으로 투명하고 포용적인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