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리더와 리더십
리더와 리더십을 정의하는 것은 개념·직관적으로는 쉽다.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정의는 많지만, 결국 기업 조직의 리더는 충분한 준비를 통해 마련한 전략과 실행 계획을 적정한 조직 내 구성원을 활용해 담당 조직에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최종 책임자로 정의할 수 있다. 기업 조직에서의 리더와 리더십은 학습해야 하고, 숙련해야 하며, 실제 행동으로 표출해야 할 행위의 총합이다.
매년 이 시기는 조직 개편이 이뤄지고, 새 리더와 조직장이 직책자로 한 해를 시작한다. 과연 이들은 준비돼 있을까. 직무 담당, 특정 영역의 전문가로 경험을 축적했겠지만, 과연 공식 조직의 리더, 조직장으로서 준비가 대비가 돼 있을까. 그렇게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시선만 있지 않다.
왜 그런 것일까. ‘이번 생에는 처음’인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차분히 축적해 온 리더는 드물고, 인사 시스템에 남겨진 리더십 교육 이력과 달리 행동으로 표출할 수 있기까지 숙성 시간을 가진 리더가 많지 않은 탓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이 리더와 리더십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어느 회사든지 교육체계에 ‘역할’ ‘계층’ ‘직급과 직위’ 등을 기준으로 한 리더십 교육과정과 코칭 등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구성원 인식 조사와 조직 진단 결과에서 리더십은 늘 긍정적인 응답 비율이 높지 않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으나, 그간 제도의 외형과 교육체계, 과정 자체에만 교육이 집중됐던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좋은 리더는 '아주 작고, 다정한 배려'부터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24년 효과적 리더십 코드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 했다. 이 보고서는 리더에 대해 ①효과적인 문제 해결 능력 ②결과 지향의 관리와 운영 ③조직과 구성원을 위한 지원 ④다양한 관점과 접근 방법의 추구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꼭 맥킨지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언급된 네 가지 리더십 코드는 얼마든지 도출이 가능하다. 한 가지 유심히 봐야 할 것은 기업 내 리더 개인이 갖는 마음가짐과 내심에 관한 게 아니라, 지식과 스킬, 행동 그 자체를 코드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회사가 확인한 리더십 역량 체계, 역량 모델은 사실 마음가짐과 내심에 관한 것으로 채워져 있다. 밖으로 표출되는 것에 관한 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대단한 것을 위해 너무 크고, 멀고, 아득한 교육과 육성 내용에만 천착해서는 우리 회사에 어울리는 리더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물론 리더 관리를 위한 인사 제도와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은 당연히 중요하다. 이와 함께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아주 작고 다정한 배려’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리더가 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과 조직 여건 때문에 세대교체도 빨라졌고, 제대로 된 리더(십) 훈련을 받고 해당 자리에 오른 조직장이 많지 않다. 제도적 관리와 교육적 지원을받은 적이 있기도 하지만, 무심하게 때가 되면 흘러가는 시간인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이번 생에는 처음인 리더 자리를 어느 날 갑자기 받은 조직장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손에 잡히는 물건’이고,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리더만의 도구일 것이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가득한 상태에서 포용적, 전략적, 상황 적응적 리더십 등 관념적 리더십 개념과 교육은 딱히 당장의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첫 리더의 두려움, 심리적 안정감을 주자
한 글로벌 금융 기업 A 사는 신임 팀장과 임원의 역할 수행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가이드북을 제작하고 제공하는데, 이 가이드북에는 ①회사의 방향과 전략(경영 철학, 비전, 경영 전략) ②인사 및 교육 등 인재 관리 제도 및 운용 안내 ③신임 조직장으로서 역할 수행과 툴킷(도구) ④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관리 양식과 설명 자료 등 충실한 보충자료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신임 조직장으로서의 역할 수행과 관련 툴킷(toolkits)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세하고 친절하다. 특히 신임 조직장 보임 전후 100일 동안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실질적 행동과 지침을 낯간지러울 정도로 제시하고, 1년간 내내 해야 할 사람과 성과 관리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신임 조직장 보임 전에는 누굴 만나면 좋을지, 맡게 될 조직의 구성원과 어떤 대화를 회의 직전 또는 직후에 하면 좋을지, 상위 임원과 미팅에서 어떤 것을 질문하고, 사후에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게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담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국내 제조 기업 B 사는 신임 조직장의 성과 관리 매뉴얼을 실제 평가자 입장에서 제공한다. 절차와 제도 운용의 원칙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뉴얼에 목표 설정과 중간 점검, 최종 평가, 평가 결과 피드백 등 각 단계에서의 세부적인 절차를 구분하고 있다. 또 진행 시간과 진행할 때 필요한 예문과 그때마다 피평가자의 반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또 어떤 자료와 근거로 소통해야 하는지를 제공한다. 그리고 성과 관리 교육을 할 때, 매뉴얼상의 질문을 그대로 해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라고 따라서 해보라고 권유한다. 신임 조직장은 역할 연기 등의 교육 훈련으로 매뉴얼 내용을 직접 해 보게 된다.
두 사례에 나온 가이드북과 매뉴얼은 다 쓰지 못할 정도로 자세한 것을 채우고 있다. 과연 모두 활용할 수 있을까 의심되는 내용인데, 생각해 보면 없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제공한다. 첫 조직장 역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효과를 낳는 것이다. 복잡하고,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지도가 없는 상황보다는 길을 찾는 데 마음의 안정을 더 주지 않을까 생각되고,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회사에 대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리더는 준비할 새도 없이 그 자리에 오른 경우가 많다. 앞으로도 이런 리더는 더 많아질 것이고, 미리 준비된 리더를 확보하는 건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너무 큰 관점에서 대단한 리더십을 기르겠다는 기업의 태도는 곤란하다. 처음 리더를 맡게 될 사람에게 ‘작지만 다정한 배려’가 필요하고, 그것은 그들이 당장 쓸 수 있는 것(실질적 매뉴얼, 가이드 등)을 포함한다. 리더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설명하는 것은 물론, 실무 현장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데 즉시 적용 가능한, 여기에 몰래 숨겨 놓고 베껴서 응용할 수 있는 것을 함께 준다면 리더는 역할 수행에 더 수월함을 느끼지 않을까.
‘이번 생에, 혹은 이 회사에서 처음’ 하는 리더 역할을 불안해하는 그들에게 이런 작은 배려는 회사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성과를 더 빠르게 낼 수 있게 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