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저명한 경제학자는 AI 혁명, 특히 생성 AI(Generative AI)의 급속한 발전이 생산성 향상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고, ① 많은 업무와 직업이 자동화하면서 고용에는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두 주장 모두에 동의하지 않는다.
AI가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식은 두 가지 경로로 구분된다. 하나는 ‘재화·서비스 생산’ 과정 자동화고, 다른 하나는 ‘아이디어 생산’ 작업 자동화다. 에릭 브린욜프슨 스탠퍼드대 교수와 공동 연구진이 최근 ②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의 고객 서비스 상담원을 대상으로 생성 AI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AI 비서를 사용한 직원의 생산성은 첫 달에 약 14% 증가했으며, 석 달 후에는 기존 대비 약 25% 높은 수준으로 안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다양한 지식 근로자 사이에 유사한 생산성 향상이 확인됐으며, 특히 생산성이 낮았던 근로자가 초기 효과를 가장 강하게 경험해 기업 내 생산성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미시적 분석에서 거시적 전망으로 넘어가 보자. 2024년 발표한 논문에서 우리는 AI가 향후 10년 동안 잠재 성장에 미칠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 두 가지 접근법을 고려했다. 첫 번째 접근법은 AI 혁명과 과거 기술혁명 간 유사성을 활용하는 방식이고, 두 번째 접근법은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의 과업 기반 프레임워크(Task-Based Frame-work)를 활용해 AI가 특정 작업을 자동화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을 기존 경험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AI는 근로자 고용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18~2020년 프랑스 기업 데이터를 분석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AI 도입은 기업의 총고용과 매출 증가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AI를 활발하게 도입할수록 고용과 매출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는 자동화가 노동 수요에 미치는 기업 수준의 영향을 다룬 최근 연구와 일치하며, AI 도입이 기업의 사업 영역 확장을 도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다는 관점을 뒷받침한다.
이런 생산성 향상 효과는 AI가 특정 직업이나 업무를 대체해 노동 수요를 감소시키는 잠재적 대체효과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 텔레마케팅, 비서 업무처럼 자동화에 취약한 직업에서도 AI가 노동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됐다. 물론 AI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갈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근로자에게 가장 큰 위험은 AI 자체가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다른 기업의 근로자로 대체되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AI를 채택한 경쟁사와 경쟁해야 하므로, AI 도입 속도를 늦추는 것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AI는 경제성장과 고용 창출을 동시에 촉진할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적절한 정책 개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경쟁 정책은 가치 사슬 상위 부문을 지배하는 거대 기업이 신생 혁신 기업의 진입을 억제하지 못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AI 도입 기업은 비도입 기업보다 대부분 규모가 훨씬 크고 생산성이 높았다. 이는 시장을 선점한 대기업이 AI 혁명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큼을 시사한다. 시장 집중도 증가와 시장 지배력 고착화를 방지하려면 소규모 기업의 AI 도입을 장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는 경쟁 정책과 적절한 산업 정책의 조합이 필요하다. 또한, AI의 고용 잠재력을 높이고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훈련 프로그램과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은 물론, 양질의 교육에 대한 폭넓은 접근이 필수적이다.
다음 기술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국가와 경제의 미래는 이 변화에 얼마나 기꺼이 적응하려 하고, 적응할 능력을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
Tip
①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2024년 11월 ‘인간 친화적 AI 의제가 필요하다(The World Needs a Pro-Human AI Agenda)’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AI 발전에 따른 고용 감소 문제에 대해 AI가 충분히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에서 섣부르게 산업 현장에 도입된다면, 불필요한 고용 감소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인간의 약 5%의 업무가 향후 10년 동안 AI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대부분 직업에서는 AI가 필요한 판단력, 다차원적 사고 능력 그리고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AI 기술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도입된다면, AI는 노동을 대체하여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반면, 생산성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AI가 실제로 생산성을 어떻게 향상할지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업이 AI 도입을 서두르게 해 “근로자를 불필요하게 대체하거나 오히려 생산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고통만 있고 이득은 없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②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는 2023년 4월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직장에서의 생성 AI(Generative AI at Work)’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브린욜프슨 교수를 포함한 공동 연구진이 5179명의 고객 지원 담당자 데이터를 활용해, 생성 AI 기반 대화형 도우미의 단계적 도입 방법과 그 효과를 연구한 결과, AI를 활용했을 때 생산성이 평균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숙련 근로자 생산성은 평균의 두 배 이상인 34%가 향상됐고, 고숙련 근로자 생산성은 크게 향상되진 않았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AI가 유능한 고숙련 근로자의 모범 사례를 더 많은 근로자에게 보편화할 수 있게 하고, 저숙련 근로자는 더 적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 있게 돕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AI를 활용한 고객 지원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근로자의 퇴사율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