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친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글로벌 무역 관련 강경 발언 등으로 인한 불안감이 엇갈리면서 수혜주 찾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트럼프 내각 구성이 마무리되는 오는 4~5월 이후 본격적인 정책 시행과 법안 변경이 시작되면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커질 전망이다. 

‘이코노미조선’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국내외 증시의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를 점검하기 위해 국내 주요 증권사 일곱 곳의 리서치 수장을 서면으로 각각 인터뷰했다.

유종우(한국투자증권), 조수홍(NH투자증권), 윤석모(삼성증권), 이진우(메리츠증권), 황승택(하나증권), 윤창용(신한투자증권), 박영훈(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다. 트럼프의 주요 정책이 증시에 미칠 영향과 수혜주 등에 관한 답변을 모아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2.0 시대의 국내외 증시, 어떻게 달라질까.

유종우 “국내 증시는 트럼프 정책 수혜 여부에 따른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다. 트럼프 정책이 한국 경제에 중요한 수출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에 주가 상승 탄력도 약해질 수 있다. 해외 증시에서 단기적인 정책 불확실성 반영은 불가피하겠지만, 점진적으로 수혜 업체와 피해 업체 구분이 뚜렷해질 것으로 본다.”

윤석모 “국내 증시는 수출 업종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강달러 환경에서 이익 모멘텀 및 주가 수익률이 괜찮을 수 있다. 또한, 지난 8년간 한국인과 한국 기업이 해외 직간접 투자를 단행해 왔기 때문에 미국 예외주의 환경에 대한 대비도 어느 정도는 돼 있는 상태다. 대(對)중국 규제가 한국 수출 기업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에서는 1기 때보다 더 강해진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 정책과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한편, 미국 주식의 상대적인 우위를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조수홍 “트럼프 정부의 핵심 정책 중 어떤 정책이 먼저 시행되고 어느 정도 강도로 시행되는지에 따라 시장 흐름이 달라질 것이다. 취임 초기에 경기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는 관세 등 외교정책보다는 우선적으로 대내 정책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 단기적으로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나 주가는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다. 국내 증시도 트럼프 정부 정책 불확실성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 시중 금리 및 수입 물가 상승 우려와 고관세 시행 가능성, 기업 이익 추정치 하향 등으로 코스피는 연초 및 1분기에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다만,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하방 리스크가 크지는 않은 상황이다.”

윤창용 “트럼프 정부에서 관세정책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 폐지에 대한 윤곽이 확실히 드러나기 전까지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경기 둔화 속 고환율·고금리 부담이 지속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 등으로 투자 심리가 꺾인 탓에 코스피는 힘겨운 상황이다. 하지만 시스템이나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2025년에 코스피는주가순자산비율(PBR)의 0.8~0.9배인 2400~ 2600선에서 두껍게 하단이 지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황승택 “2024년 11월 미 대선 직후처럼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정책 수혜 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가 시장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트럼프의 정책보다는 기업 실적과 관련 전망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지금은 특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와 함께 높은 국채 금리의 안정 여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상황이다.”

이진우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적으로 봐도 매우 낮다. 기업 실적을 시장이 반영한다면, 코스피 상단은 3000선에 위치할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실적이 하향 조정되고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정권 교체로 가장 변화가 큰 부문이 대외 정책인 만큼, 글로벌 증시는 정책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본다. 미국 중심주의 속 증시 승자와 패자 성과가 극명하게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박영훈 “2025년에는 트럼프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원·달러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상황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인공지능(AI) 관련 거품 붕괴 우려도 있는데 AI주와 대형 테크주는 새해에도 강세를 이어갈까.

조수홍 “AI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것에 대해 의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2025년 미국 증시에서 업종 쏠림은 완화될 것이다. 미국 증시에 대한 빅테크의 실적 기여도가 점차 낮아지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AI 관련 주의 차익을 부분적으로 실현해 비중 관리를 하고, 유망 섹터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박영훈 “AI는 실체가 분명히 있는 기술이다. 크게 상승하진 않아도 하방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유종우 “상반기에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부담이 이어지겠지만, 대형주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유지될 것이다. AI 빅테크 중에서도 정책 관련 부담이 제한적인 업체 중심의 선별적 대응은 가능할 것이다.” 윤석모 “2025년도 AI의 주도주 지위는 여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IT 업종 실적 상승률이 다른 업종을 능가하고, 그 기여도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2024년 하반기에 그랬던 것처럼 AI 일변도에서 벗어나, AI와 다른 기회 업종이 시장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있다. AI를 핵심으로 유지하더라도 금융주 같은 기회 요인이 있는 업종을 선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황승택 “AI와 대형 테크주는 2025년에도 강세를 이어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주도주가 테크 내에서 순환매를 이어 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진우 “AI 기업의 자본 효율성, 수익성, 성장성을 고려할 때 거품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여전히 AI가 글로벌 주도 성장 산업이라는 시각을 유지하면서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AI 산업 성장에서 파생되는 투자 기회를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트럼프 2.0 시대의 유망 테마로 어떤 것이 있을까.

조수홍 “하이테크, 금융, 산업재, 유틸리티 등이 유망 업종이다. 트럼프발 암호화폐 친화적 정책은 금융과 테크 섹터에 공통적인 호재다. 일론 머스크를 필두로 우주산업 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방·방산 섹터와 우주·항공 섹터에는 민간 및 공공 투자 자금이 몰릴 것이다. 유틸리티 섹터는 미국의 전력 부족 사태에 대비해 그리드망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유망하다. 

국내 증시의 경우, 고환율 수혜주 중에서 트럼프 정부와 협력으로 볼 수 있는 조선·방산업이나 관세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대한 투자가 괜찮아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제약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 움직임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도 상승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윤창용 “AI 분야를 중심으로 한 미국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이들이 자본을 조달하고 기업 활동을 펼치기 쉬워졌다. 따라서 이들의 펀더멘털은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업황이 좋아지면 향후 시장은 또다시 주가 상승으로 화답할 공산이 크다. 지금 미국을 주도하는 산업 중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곳은 많지 않고, 신규 사업자 진입에도 장벽이 있다. 결론적으로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미국 증시 투자 매력을 낮추는 상황은 아니다. 주당순이익(EPS)에 초점을 두고 강세장 연장을 타진해야 한다. 수급 유입이 지속한다면, 대형주가 계속 소외될 수는 없으므로 빅테크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윤석모 “2025년에도 AI 테마는 유효하다. 실적 성장성은 물론 AI를 주도하고 있는 빅테크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고,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분야의 연관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임기(2025~ 2028년) 동안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기대되는 자율주행, 가상자산, 금융과 미국 제조업 강화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이는 건설·기계 업종도 유망하다. 국내 증시에서도 AI 가치 사슬 기업의 수혜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및 전력 생산 관련 기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화석연료 생산 증가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하락할 경우, 유틸리티 업종과 항공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의 견제를 받는 중국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황승택 “방산, 우주·항공, 전통 에너지(화석연료·천연가스) 등과 함께 테슬라를 필두로 한 자동차 산업이 유망하다. 이외에도 트럼프가 친(親)암호화폐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제약·바이오와 함께 반도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진우 “국내 증시에서는 관세 및 금리 불확실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방산과 조선 등의 업종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는 미국이 공급망 재편에 나선 가운데 자급자족이 더딘 업종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조선·전력·인프라 등이 대표적이다.”

유종우 “조선·방산·원전·바이오 등 트럼프 정책으로 직간접적 혜택을 볼 수 있는 산업이 유망하다.”

박영훈 “관세 인상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중소형주와 내수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다.”

트럼프 2.0 시대의 주식 투자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조언 부탁한다.

이진우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황승택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2025년 1분기에는 리스크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좋겠다.” 

유종우 “트럼프 2.0 시대의 금융시장은 미국 중심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개인 투자자는 자산 배분 관점에서 미국 시장을 반드시 지켜봐야 한다. 그동안 국내 투자 비중이 높았다면 앞으로 4년 동안 미국 비중을 어느 정도 높일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는 미국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미국 경제가 좋으면 한국 경제도 동반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윤창용 “트럼프가 관세정책을 공약대로 이행할 경우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가팔라지고 국내총생산(GDP)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공약을 100% 이행하기보다 협상 레버리지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 4년간 확실해 보이는 정책 방향성은 중국 견제, 관세 위협, 자국 우선주의 관점 리쇼어링(reshor-ing·생산 기지 본국 회귀) 등 세 가지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화석연료 공급 확대로억제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구간에서 국내 증시 내 주도주 범위는 확산이 아니라 압축될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2.0 시대 중국 견제 과정에서 혜택을 볼 수 있고, 관세 일부 전가가 가능하며, 미국이 리쇼어링을 지원하는 산업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산업재(기계·조선·로봇), 헬스케어, 반도체(AI 등) 등 대미 수출 전략 자산(strategic asset)과 자동차 부품, 에너지저장체계(ESS)에서 수혜를 기대한다.”

조수홍 “트럼프 2.0 시대에는 충성심 높은 내각 및 공화당 주도 의회 덕분에 공약을 빠르게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 첫 임기 때보다 더 급진적인 정책이 많다는 점은 글로벌 증시에서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정책 우선순위와 강도가 어느 정도 확인된 이후 미국 중심의 견조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다시 확산할 수 있다. 글로벌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관세정책 이외에도 AI 관련 법안, 금융 규제 완화 법안, 감세 법안 등 시장과 기업에 우호적인 정책도 예상된다는 점에서 트럼프 2.0 시대에도 주식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로 남을 전망이다.” 

이용성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