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이 1월 21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부터)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 AFP연합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이 1월 21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부터)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 AFP연합

트럼프 2.0 시대 국내외 증시 흐름을 가늠할 주요 키워드로 다수의 전문가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빅테크와 전기차와 화석연료를 아우르는 에너지, 그리고 암호화폐를 꼽는다. 

AI와 빅테크 관련주가 2025년에도 강세를 이어 나가리라는 것에는 대부분 전문가가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거품 논란도 있지만, AI는 위력이 증명된 성장 동력인 만큼 AI 인프라 사이클은 더욱 강하게 작동할 것이며, 그에 따라 수준 높은 AI 기술을 탑재한 빅테크의 주도권도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취임 이틀째를 맞은 1월 21일(이하 현지시각) 70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발표해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세계 2위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AI 합작사 ‘스타게이트’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세 개 기업이 텍사스주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최소 5000억달러(약 728조7500억원)를 투자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핵심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도 ‘기술 파트너’로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MS는 오픈AI의 최대 투자사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분야 강자인 ARM은 2016년 소프트뱅크에 인수됐다. 소프트뱅크가 ARM 지분 90%를 보유 중이다. 엔비디아는 새로 건설할 데이터센터에 AI 칩을 공급하는 것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장분석 업체 멜리우스리서치는 스타게이트 관련 지출액 중 1000억달러(약 145조8000억원)가 훨씬 넘는 금액이 엔비디아에 들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이날 스타게이트에 대해 “역사상 가장 큰 AI 인프라 프로젝트로, 거의 즉시 10만 개 이상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할 회사가 등장한다”고 했다. 기대감에 힘입어 1월 22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관련 기업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본격화할 경우 한국 업체가 주도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도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AI 연산에 필요한 많은 양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한데 이 수요는 HBM 등 메모리 수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분야 선도 기업인 엔비디아의 HBM 공급선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다른 전기차 기업과 분리해서 봐야" 의견도

에너지의 경우 AI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이전보다 중요성이 더 커졌다.

‘화석연료 활성화’는 트럼프 2.0 시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다. 트럼프는 대선 당시 ‘드릴 베이비 드릴(석유 시추 확대)’ 슬로건을 강조했다. 석유뿐 아니라 셰일가스 등 효율이 좋은 화석연료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조에 발맞춰 ‘석유 공룡’인 엑슨모빌은 하루 460만 배럴인 석유 생산량을 2030년까지 17% 늘리겠다고 최근 밝혔다. 대대적인 석유·천연가스 개발과 생산에 나서면서 LNG(액화천연가스) 수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생산에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다. 시추 장비가 늘어나면 관련 기자재 수요도 자연스레 증가한다. 따라서 시추·송유용 강관을 생산하는 업체에도 호재가 된다. 

반면 수요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기차 업계에는 적잖은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취임식에서 “전기차 구매를 의무화하는 불공정한 보조금 폐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조 바이든 정부의 대표적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IRA는 북미에서 완성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 정책이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면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매출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정부 실세로, 신설 정부효율부(DOGE) 공동 장관으로 입각이 결정된 만큼 미국을 대표하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다른 전기차 회사를 분리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유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의 경우 새로운 모델 출시로 인한 판매량 성장과 규모의 경제 확보로 타 업체 대비 영향이 적으며, AI 기반 자율주행 역량도 확보하고 있어 장기 성장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율주행 기술(FSD) 발전 측면에서 본다면 전기차주를 단순히 전기차 테마로 볼 것이 아니라 AI와 하드웨어, 자동차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트럼프의 암호화폐 정책, 美 중소기업에 도움 될 것"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 “친(親)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임기 초반에 행정명령을 통해암호화폐 관련 자문위원회를 만들고,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비축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취임 연설에서 트럼프가 암호화폐를 비롯한 가상자산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아 단기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등 시장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후보 시절부터 가상자산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 온 데다 차기 행정부 구성에도 친가상자산 인사를 대거 전면 배치했기 때문에, 관련 정책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 트럼프표 가상자산 공약의 핵심이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향후 5년 동안 비트코인을 매년 20만 개씩 사들여 최대 100만 개를 보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트코인을 대표적인 헤지(위험 상쇄) 수단인 금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도 트럼프의 암호화폐 관련 정책 향배에 주목하고 있다. 암호화폐로 투자금이 쏠릴 경우 증시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암호화폐 관련 상장 기업이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플(XRP)과 솔라나, 도지코인 ETF(상장지수펀드)를 포함한 다양한 암호화폐 ETF가 주목받고 있는 것도 증시 전문가가 암호화폐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정부의 디지털 자산 관련 정책 대부분이 규제 완화 관련이라는 점에서 중소기업의 기업 활동 활성화 및 테크 기업의 금융 관련 산업 진입 장벽을 낮춰줄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미국의 금융, 테크, 중소기업에 우호적인 정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황승택 리서치센터장은 “지금도 많은 자금이 암호화폐로 이동하고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큰 자산이므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Plus Point

머스크, 트럼프와 벌써 삐걱?
700조원 AI 프로젝트 비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관련 기업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머스크는 1월 22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스타게이트와 관련된 회사에 대해 “그들은 실제로 (그만한) 돈이 없다”고 적었다.

머스크의 주장에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틀렸다. 당신도 확실히 알고 있지 않은가.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첫 번째 부지에 방문하고 싶냐”고 반박하는 답글을 달았다. 그는 이어 “이것은 국가에 좋은 일”이라며 “국가에 좋은 일이 항상 회사에도 최적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새로운 역할에서는 미국을 우선시하기를 바란다”라고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이자 새 행정부의 실세인 머스크가 직접 트럼프 대통령의 AI 투자에 비판하는 입장을 밝히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 트럼프가 지원하는 AI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용성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