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 기술이 주목받는 시대다. 그중에서도 폐기물 문제는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기술혁신과 경제적 기회가 공존하는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빌 게이츠를 포함한 글로벌 투자자는 미래 산업으로 폐기물 분야를 지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친환경 쓰레기 수거· 관리 전문 기업 ‘이큐브랩’은 기술력과 독창적인 접근 방식으로 쓰레기 수거 업계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태양광발전을 활용한 스마트 쓰레기통인 ‘클린큐브’로 첫발을 내디딘 이큐브랩은 이제 미국 시장에서 쓰레기 수거 업계의 우버로 불리는 ‘하울라(Haulla)’를 통해 폐기물 관리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해외시장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내다본 이큐브랩 창업자 권순범(36) 대표의 선구안 덕분에 이큐브랩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51억6235만원이었던 이큐브랩의 매출은 2024년 148억3834만원으로 세 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매출의 99%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최근 서울 구로구 이큐브랩 본사에서 권 대표를 만나 폐기물 관리의 새로운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권 대표와 일문일답.

폐기물 처리는 다소 생소한 분야인데 원래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었나.
“연세대 재학 시절 사회적 기업 컨설팅 동아리를 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던 중 신촌 거리에 널려 있는 쓰레기통이 눈에 들어왔다. 쓰레기통이 넘치면 거리가 지저분해지고, 한 번 더러워진 쓰레기통은 사람들이 더 쉽게 더럽히지 않나. 그래서 ‘안 넘치는 쓰레기통이 있다면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쓰레기통을 프로젝트로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바로 창업한 건가.
“2010년에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2011년에 법인을 만들었다. 태양광발전 설비를 붙여 쓰레기를 자동으로 압축하는 기능이 있는 쓰레기통을 제작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상금을 목표로 공모전에도 많이 참여했고, 정부 지원 사업도 활용했다. 또 우리 사업 가치를 알아봐 준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아 지금의 ‘클린큐브’ 를 완성할 수 있었다.”
법인을 만들고 의미 있는 매출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겠다.
“맞다. 몇 년 동안은 제품 개발에 집중했고,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건 2013~2014년 무렵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매출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건가.
“그렇다. 국내는 가로변 쓰레기통을 많이 없애서 길을 깨끗하게 하는 정책을 쓰지만, 해외는 쓰레기통을 많이 설치해 길을 깨끗하게 하는 정책을 쓴다. 자연스럽게 해외시장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최근 몇 년은 하울라 서비스 확장에 주력했다. 하울라는 무엇인가.
“해외는 땅이 넓고 인구밀도가 낮아 쓰레기 수거 횟수를 줄이려는 수요가 많다. 사업을 하다 보니 쓰레기를 압축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수거 과정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쓰레기를 언제, 어떻게 수거할지’를 데이터화하는 센서를 개발했다. 기존에는 수거 업체가 쓰레기 적재율과 상관없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수거했는데, 이는 소비자에게 불필요한비용 부담을 준다. 하울라는 쓰레기통에 설치된 센서가 ‘쓰레기가 가득 찼다’는 신호를 보내면, 이를 바탕으로 수거 업체와 즉시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가장 저렴한 단가를 제시하는 업체를 매칭해 줘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하울라 매출의 100%는 미국에서 나온다. 현재 미국 30여 개 도시에서 6500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2021년 만들어진 하울라는 2024년 매출이 128억3706만원까지 증가하며 출시 3년 만에 약 15배의 성장을 끌어냈다. 하울라는 독보적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2023년 10월 국내 기업 최초로 아마존웹서비스(AWS) 스마트시티 컴피턴시 자격을 획득하기도 했다.
하울라를 미국 시장에 초점 맞춰서 출시한 이유는.
“미국은 폐기물 업계에서 세계 최대 시장이다. 미국은 재활용 비율이 낮고, 쓰레기를 한곳에 모아 버리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폐기물 발생량이 중국, 인도와 비슷한데, 이는 미국인이 중국인이나 인도인보다 다섯 배 더 많은 쓰레기를 버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해결할 문제와 기회가 많다고 봤다.”
해외 비중이 큰 만큼, 본사를 해외로 옮기고 국내 법인을 자회사로 전환하는 ‘플립’을 고려하지는 않았나.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현재 해외 매출의 70%를 담당하는 미국 법인은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수익이 그대로 한국으로 들어온다. 캐나다 법인도 2025년 1월 1일 자로 발효됐다.”
미국 중심의 사업이면 나스닥 상장을 우선 고려할 법한데,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나스닥 상장은 당연히 이상적이지만, 시가총액 기준 최소 2조원 이상이 돼야 한다. 그 정도 규모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코스닥 상장을 통해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태양광발전 쓰레기통과 센서 설치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중요하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이큐브랩은 최근 상장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했다. 앞으로 단기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양적 성장이다. 처음에 텍사스주(州)에서 시작해 현재는 20개 주로 서비스를 확장했는데, 하와이주를 포함한 미국 전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미국 빅3 폐기물 기업의 매출은 각각 10조원이 넘는다. 우리도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언젠가 4등 기업으로 자리 잡고 싶다. 또 환경적으로도 선한 영향을 끼치고 싶다. 우리 센서가 쓰레기통 내부를 사진으로 분석해 고철, 플라스틱 등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기능을 준비 중이다. 이 기술로 미국 재활용률을 1%만 올려도 지구 환경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