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일(이하 현지시각)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전쟁의 포문을 연 것이다. 관세 부과 시한을 몇 시간 남기고 캐나다·멕시코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끝에 두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하기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도 ‘절대적으로’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국 경제는 곧바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2월 3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63.42포인트(2.52%) 내린 2453.95로 장을 마감했다. 원· 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5원 상승한 1467.2원을 기록했다. 1월 13일(1470.8원) 이후 3주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세계적 경제 석학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 버클리) 경제학 교수는 1월 22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발생할 무역 전쟁과 금융 혼란에 대비해야 할 때” 라고 경고했다. 그는 “처음에는 적은 수치로 시작할지라도 결국에는 중국산 수입품에 3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면서 미·중 갈등이 격화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정책은 다른 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마이너스”라고 내다봤다.

또한 아이켄그린 교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중국에 대한 기술 견제 등으로 한국 경제가 흔들릴 것으로 전망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나 반중 정책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5 세계경제포럼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EU와 무역 관계가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한국은 트럼프 1기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대미 투자를 강조하며 미국에 좋은 동맹국이 되겠다는 약속을 확인시켜 줘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강요받을 것에 대비해 수출 시장, 생산지 다변화에도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배리 아이켄그린 -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경제학 교수, 예일대 경제학 박사, 현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정책 자문위원
배리 아이켄그린 -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경제학 교수, 예일대 경제학 박사, 현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정책 자문위원

앞으로 미국 경제정책이 어떻게 변화할까.

“정책 변화는 규제 완화, 감세, 관세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은행 규제 완화는 금융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고 기술 규제 완화는 독과점 위험을, 환경 규제 완화는 환경 오염을 초래할 것이다. 또한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감세로 재정 적자, 국가 부채 문제가 심화할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상상하는 지출 삭감은 그저 풍부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구조 개혁과 지출 삭감 등을 추진하기 위해 신설한 ‘정부효율부’의 공동 수장을 맡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정책은 미국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머스크 CEO의 경제정책 영향력을 어느 정도로 보나.

“알 수 없다. 확실한 점은 선출되지 않은 개인에게 막대한 영향력과 권력을 맡기는 것은 무모하고 비생산적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려 한다.

“달러 수준은 궁극적으로 통화정책에 의해 결정되고, 통화정책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결정한다. 따라서 트럼프가 달러를 약화하려면 연준 독립성을 위협해야 한다. 이런 가능성을 일축하지는 않겠지만, 연준 독립성에 대한 대통령의 공격에 금융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감안할 것으로 생각한다. 외국인의 미국 국채 매입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달러 약세를 위한 다른 방안도 있다. 다만 달러 약세가 반드시 미국 무역수지를 개선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달러 약세가 펀더멘털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국내 증시가 하락 마감한 2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시황이 표시되어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3.42포인트(2.52%) 하락한 2453.95로, 원·달러 환율은 14.5원 오른 1467.2원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국내 증시가 하락 마감한 2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시황이 표시되어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3.42포인트(2.52%) 하락한 2453.95로, 원·달러 환율은 14.5원 오른 1467.2원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이 한국에 미칠 영향은.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은 트럼프 정부가 유럽과 한국 방위에 과거만큼 기여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기적으로 그는 다른 국가가 국방비를 더 많이 부담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이에 따라 발생할 무역 전쟁과 금융 혼란에 대비해야 할 때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한미 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한국은 안보 상황을 고려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해 미·중 갈등은 어떻게 전개될까.

“(아이켄그린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전 이같이 전망했다.) 우선 트럼프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무역 갈등이) 시작될 것이다. 처음에는 적은 수치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중국산 수입품에 35%의 관세를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희토류 등에 대한 수출 금지에 나설 것이다. 미국 내 틱톡 서비스 중단 여부는 재미있는 ‘사이드 쇼’에 불과하다. 미국의 대중국 첨단 기술 수출 금지 조치 강화,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 등이 양국 간 긴장을 고조할 것이다.”

실제 미국이 2월 4일 중국산 상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즉각 반격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월 10일부터 미국 일부 상품에는 10% 관세를,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는 15%의 관세를 추가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또 미국 대표 테크 기업 구글에 대한 반(反)독점법 위반 조사를 시행하고 있고, 미국에 대한 희귀 광물 수출 통제를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국은 트럼프 1기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에 좋은 동맹국이 되겠다는 약속을 확인시켜 줘야 한다. 한국의 대미 투자를 계속 강조하는 동시에 한국 기업의 수출입 시장이자 조립 기지인 중국과도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국가에 ‘미국과 중국 중 하나만 선택하라’ 고 요구할 경우다. 한국은 이런 최후통첩에 응하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야 하지만, 이를 강요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보상 이유로 한국은 미국 편을 들 것이고, 그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심각할 것이다. 또한 미국의 관세는 한국 등에 당연히 큰 악재다. 수출 시장, 제품, 생산지 다변화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올해 세계경제의 다른 주요 변수는.

“중국의 성장 둔화다. 중국이 지난해 5% 성장 목표를 달성했다는 최근 발표는 일부 수치 조작이 반영됐다. 실제 성장률은 더 낮을 것이다. 올해도 중국의 성장세는 더 둔화할 것이다. 또 시리아, 우크라이나, 대만 등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갈등도 변수다. 이는 금융시장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의 대응은.

“적절했다고 본다. 특히 한국은행의 신속한 대응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위기를 해결하는 키는 경제정책이 아니다. 이는 정치적인 문제다. 한국 유권자 다수가 한 명의 중도 성향 지도자에게로 결집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아쉽게도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제조업 강국’ 독일의 경제 위기를 ‘한국의 미래’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독일은 현재 성장세가 둔화한 중국 시장과 쇠퇴하고 있는 기술인 내연기관, 비싸고 불안정한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독이 든 칵테일’이 됐다. 독일 사례는 일부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수십 년 동안 조선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받아온 만큼, 이미 이 교훈을 얻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재생에너지 등에 투자해 비싸고 신뢰할 수 없는 수입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이주형 조선비즈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