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특징 다섯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기능적 만족을 넘어, 사용자의 자아 표현과 정체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대변하는 철학과 삶의 양식을 선택한다는 명분으로 구매 결정을 한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1│브랜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특정한 문화와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제안한다. 애플은 미니멀리즘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상징하고, 스타벅스는 세련되고 여유로운 도시 생활을 대변한다. 때로는 이러한 이미지가 허위의식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브랜드가 문화적 아이콘이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2│브랜드와 소비자 간 감정적 연결이 강하다
소비자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통해 자기 신념, 가치관, 정체성을 표현하려 한다. 브랜드가 개인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순간, 충성도 높은 팬층이 형성된다. 파타고니아는 환경보호와 윤리적 소비를 강조하며,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와 강한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3│브랜드의 확장성이 크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성공 여부는 카테고리 확장 능력에 달려 있다. 나이키는 러닝화 브랜드로 출발했지만, 운동복, 피트니스 서비스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됐다. 구찌 역시 단순한 패션 브랜드를 넘어, ‘구찌 오스테리아’라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고 있다.
4│제품보다 ‘경험(experience)’을 판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소비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 세계관을 제공한다. 이케아는 단순한 가구 판매가 아니라, ‘홈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테마파크까지 운영하며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는 페라리도 여기에 해당한다.
5│브랜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강력한 팬덤에 기반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특징이 있다. 레드불은 익스트림 스포츠와 음악, 모터스포츠 문화까지 연결되는 글로벌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특징을 모두 보여주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일본의 무인양품(無印良品·MUJI)이다. 무인양품은 1980년 일본의 대형 유통 회사 세이유(西友)의 프라이빗 브랜드(PB)로 시작해, 1990년에 독립한 유통 브랜드다. 이제는 주식회사 료힌케이카쿠(良品計画·양품계획)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대표 상품군은 생활 잡화다. 패브릭, 의류, 가구, 인테리어, 주방, 생활용품, 헬스, 뷰티, 화장품, 문구 등 생활용품 전반을 갖췄다. 일본 경제 절정기에 태어나 프리미엄으로 높아만지려는 소비 행태와 정반대를 지향한 무인양품은 버블 붕괴 후에는 더욱 성장해 이제는 국제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됐다.
일본어 ‘무지루시료힌(無印良品)’에서 무지루시(無印)는 ‘표시 없음’, 료힌(良品)은 ‘양질의 제품’이라는 뜻으로, 즉 ‘상표 없는 좋은 물건’이라는 뜻이다. 무인양품의 철학은 ‘3무(無)’로 요약된다. 무(無)로고, 무(無)디자인, 무(無)마케팅이 그것이다. 제품 본질에 집중해 소비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무디자인은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한 단순하고 기능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무인양품은 ‘무디자인의 디자인’으로 차별성을 획득했다. 일본적인 미학이 가장 잘 구현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와비사비(侘び寂び·わびさび)’의 정수를 보여주는 브랜드라는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단순하며 본질적인 것을 뜻하는 와비(わび·侘)와 오래되고 낡은 것을 뜻하는 사비(さび·寂)가 합해진 와비사비는 조금은 부족하지만, 그 내면의 깊이가 충만함을 의미한다. 무인양품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하라 켄야(原硏哉)는 무인양품 디자인을 ‘텅 빔(emp-tiness)’으로 규정하며, 미니멀리즘을 강조한다. 와비사비의 재해석이다.


무인양품의 엉뚱한 브랜딩
무인양품은 몇 번의 센세이셔널한 브랜딩 활동으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혔다. 상식을 뛰어넘는 엉뚱한 브랜딩 활동으로 보이기도 했으나 그 성과는 대단했다. 2001년, 무인양품에서 자동차를 출시했다는 뉴스는 홈쇼핑에서 수입차를 판다는 것만큼의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바로 무지카 1000(MUJI Car 1000)이다. 닛산과 협업해 출시한 한정판 자동차였다. 이 차량은 무인양품의 미니멀리즘 철학을 자동차 디자인에 적용한 독특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무지카 1000은 닛산의 3도어 해치백 모델인 ‘마치(March)’를 기반으로 제작됐고 무인양품의 무디자인 철학에 따라,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단순함과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무인양품은 호텔도 열었다. 무지호텔(MUJI HOTEL)이란 이름으로 2018년 1월 중국 선전(深圳)에 첫 번째 지점을, 같은 해 6월에는 베이징에 두 번째 지점을 열었다. 2019년 4월에는 마침내 일본 도쿄, 그것도 긴자에 세 번째 지점을 오픈했다. 무지호텔은 무인양품의 ‘간결한 라이프스타일’ 와비사비 정신이 구현된 공간이자, 무인양품 제품의 물리적 특성까지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는 체험장 역할을 하고 있다.

2022년에는 전기자전거를 중국에서 선보였다. 혼다와 협업해 출시한 전기자전거 ‘MS01’ 을 블랙과 화이트 단색으로 구현했으며, 가능한 한 최소한의 기술로 안전하게 운행되도록 설계했음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얼핏 엉뚱해 보이지만, 무인양품은 브랜드 철학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브랜딩 활동을 구현했다. 본업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브랜드 정체성과 직접적으로 연결,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브랜드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게 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돋보였다. 이러한 엉뚱한 브랜딩을 통해 무인양품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잡화를 사는 곳’에서 일본의 미적 감각이 구현된 상품은 물론 ‘간결하지만, 본질에 충실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을 대변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됐고, 이제 ‘단순함이 곧 본질’이라는 철학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