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의 아들은 대학 입학 전까지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다. 청년은 나고 자란 중부지방의 사립대학에 입학했다. 어느 날 친구는 아들을 상담해 주기를 원했다. 갑자기 외국 유학을 하겠다는 아들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친 청년은 우연히 선택한 경제학에 흥미를 느껴서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수강해 좋은 성적을 얻고 있었다. 왜 유학을 원하는지 물어보자 먼저 경제학이 재미있고, 두 번째는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 후 청년은 미국의 주립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러나 학부 졸업 후 진로가 막연했던 청년은 문과 전공자에게도 기회가 열린 한국의 의학전문대학원 시험을 준비했다. 청년은 세상 사람이 알아주는 직업을 갖기를 원했다. 고교 시절에도 공부하지 않았던 물리·화학· 생물 과목을 수년간 공부해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자격시험을 통과했으나 결국 입학에는 실패했다. 대신 미국 유학 경험과 이공계 과목 자격시험 성적을 활용해 미국의 약학대학원에 진학했다. 열심히 공부해 약학대학원을 졸업했으나 약사 자격시험을 통과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 후 재수 끝에 약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경제학 유학에서 시작해 미국 약사 자격시험 합격까지 10년이 걸렸다. 잠시 귀국해 인사 온 청년에게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간 공부를 해보니 약학은 영문도 모르고 외우는 것이 많아서 공부하기 힘들었으나, 경제학은 논리적인 추론이 가능해 자기 몸에 잘 맞는 공부라고 느꼈단다. 일부 미국 대학에는 약학 경제학 분야가 개설되어 있으나, 경제학을 전공한 약사는 미국에도 거의 없어서 앞으로 이 분야를 공부해 미국 대학의 교수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저개발국 국민을 위한 의약품 지원 사업을 하는 청년의 앞날을 그려봤다.
대학에 입학하는 청년은 자신이 선택한 전공과 학교에 대한 확신이 없다. 재수·전과· 편입 등 여러 선택지를 놓고 다시 고민하게 된다. 어떤 선택이 됐든 가장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을 먼저 선택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일단 선택하면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끝을 맺어야 한다. 앞에서 예를 든 청년은 경제학에서 약학을 찾아가는 과정에 방황이 있었으나 결국 그 실패한 공부도 약학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됐다. 약학을 공부하면서 경제학은 필요 없는 공부인 줄 알았는데, 결국 인생의 최종 진로를 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렇듯 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한 후에는 최선을 다해 끝맺음해야 한다. 그 후 새로운 분야에서 다시 용기 있는 선택을 해 나간다면 결국 지나간 모든 자격이 합해져서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점점 자신감 있게 찾아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