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의 시선을 넘어, 나 자신을 믿으세요!” 수십 가지 감정이 레이어드된 눈빛의 데미 무어가 전하는 메시지는 파워풀했다. 전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데미 무어는 모두가 닫혔다고 생각했던 문을 스스로 열었다. 그리고 60대인 지금, 20~30대 때보다 더 눈부신 여배우 데미 무어의 전성기를 시작했다.
1980년대 파워 우먼의 상징
데미 무어는 1980년대 스타덤에 오른 이후 패션계의 아이콘이 됐다. 1980년대의 록스타 감성, 1990년대의 미니멀리즘과 파격적인 스타일링, 2000년대의 럭셔리와 우아함, 2020년대의 클래식한 세련미까지, 데미 무어란 패션 아카이브엔 시대와 문화 그리고 데미 무어의 인생 드라마가 필름처럼 담겨있다.
‘세인트 엘모의 열정(St. Elmo’s Fire·1985)’ 은 영화 사운드트랙과 함께 19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의 인생 영화 리스트에 올려지는 영화다.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로브 로, 앤드루 매카시, 데미 무어, 저드 넬슨, 메어 위닝햄, 앤디 맥도웰 등 당시 최고의 청춘 아이콘들을 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청춘 영화의 바이블이자 고전이다. 1980년대 초중반을 풍미한 젊은 할리우드 배우 그룹을 뜻하는 ‘브랫 팩(Brat Pack)’의 상징이다.
영화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 쥴스를 연기했던 데미 무어는 브랫 팩을 대표하는 아이코닉 패션신을 남겼다. 쥴스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지만, 자유분방한 성격과 불안한 감정을 술과 파티로 해소하는 인물이다. 쥴스의 패션 스타일은 당시 젊은 여성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오버사이즈 블레이저, 볼드한 주얼리, 크롭 톱(cropped top·배꼽티)과 하이 웨이스트 팬츠의 조합은 1980년대 패션의 아이콘이었으며, 자유롭고 독립적인 1980년대 여성상 ‘파워 우먼’ 시대의 상징이기도 했다.

1990년대 ‘데미 무어 쇼트커트’ 신드롬
1990년대 데미 무어는 할리우드 최정상에 올랐다. 그녀의 패션도 더욱 세련되고 파격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전설적인 영화 ‘사랑과 영혼(Ghost·1990)’에서 선보인 쇼트커트 헤어와 심플한 화이트 셔츠, 와이드 데님 팬츠 스타일링은 1990년대 초반 미니멀리즘 패션의 아이콘이었다. 특히 데미 무어 쇼트커트의 영향력은 신드롬급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로맨틱 영화 속 여성 캐릭터는 줄리아 로버츠처럼 긴 머리와 부드럽고 풍성한 웨이브 스타일을 주로 선보였는데, 데미 무어는 턱선을 강조하는 파격적인 쇼트커트를 선택하며 강한 개성과 세련미를 표현했다. 매끈한 곡선을 강조하는 라운드형 쇼트커트로 젠더리스한 감각과 동시에 우아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이 쇼트커트는 1990년대 미니멀리즘 패션과도 완벽하게 조화됐다. 긴 머리가 여성성을 상징한다는 고정관념을 파괴했고, 쇼트커트도 로맨틱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새로운 여성성의 기준을 만들었다. 영화 ‘사랑과 영혼’ 속 쇼트커트는 ‘데미 무어 쇼트커트’란 고유명사로 남겨졌다. 그리고 린다 에반젤리스타, 위노나 라이더 등 스타도 쇼트커트를 선택하며, 199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코닉 헤어 룩의 하나가 됐다.
절제된 클래식, 드뮤어 룩의 아이콘으로
2000년대가 되며 데미 무어의 스타일은 더욱 정제되고 우아해졌다. 그녀는 고급스러운 브랜드의 커스텀 드레스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레드카펫 퀸으로 자리 잡았다. 2005년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아틀리에 베르사체의 베이지색 실크 드레스를 착용하며, ‘타임리스 뷰티’라는 찬사를 받았다. 심플한 실루엣과 우아한 드레이프 디테일이 그녀의 클래식한 미를 극대화한다. 2000년대 패션 트렌드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또한 생로랑, 샤넬, 디올 등의 수많은 브랜드의 뮤즈로 추앙받았다. 데미 무어의 패션은 실루엣과 고급스러운 소재에 초점을 맞춘 절제된 스타일로 변화했으며, 지금까지도 미니멀하고 클래식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일상 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에서도 그녀는 최근 트렌드인 ‘조용한 럭셔리’와 이의 연장선인 ‘드뮤어 룩(Demure Look·차분하고 과하지 않은 클래식 룩)’의 모델이 된다. 빈티지 데님과 뉴트럴 컬러의 트렌치코트를 매치해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룩을 연출하며, 오버사이즈 선글라스와 미니멀한 백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트렌드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0대, 30대, 60대이든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고할 수 있는 클래식한 감각과 현대적인 트렌드의 조화로 이뤄져 있다. 패션은 나이를 초월한 자기표현의 방식임을 데미 무어 스스로 증명해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