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과 국가는 연말연시 한 해의 성적표를 받게 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재정 위기를 맞이했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가 우수한 성적을 냈다는 소식입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물론 주가, 물가, 실업률, 재정 수지 등 다섯 가지 척도로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산정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국 2024년 경제 성적표 순위에서 스페인(1위), 그리스(3위), 이탈리아(5위), 포르투갈(16위)이 모두 상위권에 오른 겁니다.
이번 커버스토리 ‘PIGS 부활, 한국에 주는 교훈’은 어제의 문제아가 오늘의 우등생이 된 과정이 한국에 주는 메시지를 조명합니다.
1981년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전 총리가 집권하면서 내세운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는 구호는 유럽의 포퓰리즘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2010년 부도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는 2024년 GDP 대비 2.1%의 재정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될 만큼 탈(脫)포퓰리즘 성과를 얻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과 이민자에게 제공되던 그리스의 무료 공공 의료 서비스는 2019년 폐지됐고, 2010년 90%에 달했던 소득 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노후 연금 수령액 비율)은 40%까지 내려갔습니다. 스페인도 연금 동결 등으로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을 2012년 -10.7%에서 2024년 -0.6%로 개선했습니다.
재정 건전화뿐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화 같은 친시장 정책도 PIGS 부활의 배경입니다. 그리스는 2024년 7월 노동법 개정안을 통해 주 6일제 근무가 허용되는 업종을 식품, 제약 등으로 확대했습니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PIGS 국가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감염병 대유행) 이후 빠르게 회복한 여행 수요 덕을 봤다는 분석도 많지만, 회복 탄력성 상승에는 이 같은 체질 개선의 기여가 큽니다. 국민연금 개혁은 지체되기만 하고, 주 52시간제 예외 허용을 놓고 논란이 커질 만큼 노동 개혁도 지지부진한 한국과 대비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은 갈 길이 바쁜 한국에 선제적인 친시장 개혁을 촉구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한국호는 정치 진영 싸움에 매몰돼 있습니다. 중진국 함정에서 모범적으로 벗어난 우등생 한국이 문제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발 인플레 우려스러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이민정책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재발할 수 있다는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경제논설위원의 전망이 섬뜩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을 비롯해 주변국을 대상으로 관세를 올리고, 이민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2025년이 될 것 같다.
- 김진수 회사원
제동 걸린 금리 인하
‘삼의 법칙’으로 유명한 클라우디아 삼 박사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하반기는 돼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시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하는데, 경제 하방 위험과 원화 가치 하락 상황에 직면한 한국은행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할지 관심 있게 봐야겠다. 오히려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경우 가져올 파급효과는 굉장히 걱정스럽다.
- 최진실 교사
트럼프노믹스의 부작용 대비해야 할 때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세계경제에 어떤 부담을 줄 수 있을지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것과 강달러 선호가 상호 모순이라는 지적에 공감이 많이 간다. 원화 약세 등이 국내 물가 등 거시 경제 환경에 어려움을 많이 줄 수 있는 만큼 정책 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
- 진재영 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