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경쟁 위해 복귀하는 은둔의 경영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 창업자의 복귀는 최근 급부상한 챗GPT, 딥시크 등 글로벌 AI 공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결정으로 여겨진다. 이 창업자는 그간 AI 기술 패권 경쟁 등을 꾸준히 언급해 왔는데, 2024년 5월 서울 AI 정상회의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한 구절(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을 인용, 다양한 AI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게 되면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식은 그 AI의 답으로만 이뤄지게 되고, 결국 미래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며 “각 지역의 문화적, 환경적 맥락을 이해하는 다양한 AI 모델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네이버는 AI 경쟁 초창기 거대 언어 모델(LLM)을 자체 개발해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시장은 물론 세계 무대에서의 주목도가 떨어진다. 인지도나 사용자 수에서도 오픈AI 챗GPT, 구글 제미나이, 딥시크 등에 밀린다.
이 창업자는 이사회 의장에 복귀한 뒤, IT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전망이다. 현재 네이버 이사회는 사내 이사 2명, 기타 비상무 이사 1명, 사외 이사 4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사내 이사인 최수연 대표, 채선주 대외·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표, 사외 이사 2명(정도진·노혁준) 등 총 4명이 3월에 임기가 끝난다. 네이버의 연 매출10조원 돌파를 이끈 최 대표는 연임이 확실하고, 채 대표는 임기 만료 후 사우디아라비아에 설립하는 중동 총괄 법인의 초대 법인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 창업자가 AI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이사회에 복귀하는 만큼, IT 전문가를 이사회에 배치할지가 관건이다. 지금 이사회 인원 중 IT 경력이 있는 사람은 변대규 기타 상무 이사뿐이다. 변 사내 이사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네이버 사외 이사는 법률·회계·투자 전문가로 이뤄져 있다. 금융감독원 출신 정도진 사외 이사, 판사 출신 노혁준 사외 이사는 임기 만료 후 재선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2027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변재상, 이사무엘 사외 이사는 금융・투자 전문가다. 사외 이사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각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요 의사 결정에 조언하고, 경영 활동을 감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네이버가 2012년 이후 사외 이사에 IT 전문가를 선임한 건 이종우 숙명여대 ICT융합공학부 교수가 유일하며. 이 전 사외 이사는 2017년까지 직을 수행했다.
韓 플랫폼 첫 10兆 매출 네이버, AI에서도 앞설까
네이버는 2024년 창립 25년 만에 ‘10조 클럽(연 매출 10조원 이상)’에 입성했다. 국내 플랫폼 및 인터넷 기업으로는 최초다. 검색과 커머스 등 핵심 사업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네이버의 2024년 매출은 10조73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9% 늘어난 1조9793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부문별 매출은 서치플랫폼(검색) 3조9462억원(전년 대비 9.9% 증가), 커머스 2조9230억원(14.8% 증가),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1조5084억원(11.3% 증가), 콘텐츠 1조7964억원(3.7% 증가), 클라우드 5637억원(26.1% 증가) 등이다. 네이버는 2월 7일 있었던 2024년 4분기 실적 기업 설명회(콘퍼런스콜)에서 2025년 핵심 사업으로 AI를 강조했다. 최 대표는 “2025년은 네이버가 온서비스 AI(모든 서비스에 AI를 적용하는 개념) 전략을 본격 구현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AI 기술을 고도화해 검색, 메인, 커머스, 콘텐츠 등 다양한 프로덕트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겠다”라고 했다. 글로벌 빅테크 LLM과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최근 시장에 반향을 일으킨 딥시크는 후발 주자가 선도 업체를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투자로 추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며 “글로벌 빅테크 LLM 등 다양한 LLM에 대해 협업 가능성이 열려있다”라고 했다.
3월 26일 주주총회에서 이 창업자가 사내 이사로 선임되고, 최 대표가 사내 이사로 재선임되면, 두 인물은 네이버 AI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창업자는 임기 2기를 맞게 될 최 대표와 함께 AI 산업의 대변혁, 네이버 AI 사업 전략을 본격적으로 이행할 전망이다. 이 창업자는 PC에서 모바일로 인터넷·포털 사업이 변화할 때 네이버의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 지금과 같이 AI 산업이 급변할 때 적임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주가는 최근 이 창업자의 복귀 소식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 주가는 2월 10일 종가 기준 22만7500원으로, 연초 대비 17.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앞서 2월 6일에는 52주 신고가인 23만2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다소 하락했지만 11일 22만8500원, 12일 23만원으로 상향 곡선을 그린다.
딥시크 쇼크 후 몸값 뛰는 AI 기업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의 400억달러(약 59조1900억원) 투자 유치로, 최대 3000억달러(약 443조9250억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 생성 AI인 챗GPT의 흥행과 중국에 맞서 미국 AI 산업을 이끈다는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2024년 10월 1570억달러(약 232조3200억원)로 평가받은 이후, 4개월 만에 수직 상승했다. 오픈AI의 가치는 2월 13일 기준 삼성전자(약 375조원)의 시가총액(시총)을 뛰어넘는다.
AI 기업의 가치 폭등은 중국 딥시크 충격 이후 업계 투자가 위축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반대다. 최근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은 산업 선점을 위해 100조원 안팎의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흐름을 두고 “딥시크 돌풍이 AI 투자를 부추겼다”라고 전했다.
AI 산업 투자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AI 방위산업(방산) 스타트업 안두릴은 최근 새 투자를 유치하면서 280억달러(약 41조433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안두릴은 정찰용 드론과 미사일 등 군사용 자율 시스템을 개발한다.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공동 창업자가 차린 스타트업 SSI(세이프 수퍼 인텔리전스)는 현재 200억달러(약 29조5950억원)의 기업 가치를 지닌다. 2024년 9월 이 회사의 가치는 50억달러로 매겨졌는데, 5개월 만에 기업 가치가 네 배 뛰었다. AI 방산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테크놀로지의 시총은 2564억달러(약 379조원)에 달해, 삼성전자 시총을 넘었다. AI 스타트업 실드AI도 1월 에어버스 등에서 2억달러 투자를 받아 1년 사이 기업 가치가 두 배로 오른 50억달러(약 2조9595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