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스 동탄점 자체 브랜드(PB) ‘T스탠다드’ 진열대. / 트레이더스
트레이더스 동탄점 자체 브랜드(PB) ‘T스탠다드’ 진열대. / 트레이더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이하 트레이더스)이 이마트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찾는 소비자가 대용량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창고형 할인 매장으로 몰린 덕이다. 2024년 기준 전국 22개 매장을 가진 트레이더스는 131개 매장을 운영하는 이마트보다 점포당 매출과 이익이 더 많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트레이더스는 2024년 영업이익이 924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형 마트인 이마트가 199억원 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선전했다. 매출은 트레이더스가 전년 대비 5.2% 증가한 3조5495억원, 이마트는 3.5% 감소한 11조6665억원을 기록했다. 트레이더스의 기존점 매출 신장률은 1.5% 포인트 늘었고, 이마트의 기존점 매출 신장률은 2.2% 포인트 줄었다. 

통상 임금과 퇴직 보상금 등으로 이마트가 1036억원, 트레이더스가 160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트레이더스 실적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단순 계산하면, 지난해 이마트는 점포 1개당 890억원의 매출을, 트레이더스는 점포 1개당 161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2024년 11월 1일 ‘쓱데이’ 기간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고양점을 찾은 고객들. / 트레이더스
2024년 11월 1일 ‘쓱데이’ 기간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고양점을 찾은 고객들. / 트레이더스

트레이더스 점당 매출 1613억… 이마트보다 많아

장기 불황과 온라인 쇼핑의 부상으로 대형 마트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트레이더스는 이마트의 본업인 할인점 사업을 이끄는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5640억원 수준이던 트레이더스 매출은 2024년 3조5000억원대로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이마트를 넘어섰다. 

비결은 고객 수 증가에 있다. 2024년 트레이더스 고객 수는 전년 대비 4.8% 증가했지만, 이마트의 고객 수는 2.4% 증가에 그쳤다. 시장에선 고물가로 인해 대용량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해 비축하는 소비 형태가 늘어난 것과 맞물려 트레이더스의 고객 유입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2024년부터 진행한 이마트·트레이더스·이마트에브리데이 3사의 통합 매입에 따른 손익 개선 영향이트레이더스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창고형 할인점은 대형 마트보다 취급 품목 수(SKU)가 적은 대신 대량의 단위를 온라인 상품에 버금가는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 대신 팰릿(pallet·물건을 안정적으로 운반하기 위한 받침대)이나 상자째로 물건을 진열해 인건비와 인테리어 비용을 절감한다.

대형 마트인 이마트, 슈퍼마켓인 이마트에브리데이도 통합 매입을 통해 연중 초저가로 상품을 선보이지만, 창고형 할인점의 특성을 고려하면 트레이더스의 가격 경쟁력이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통상 창고형 할인점은 대형 마트보다 10~15%가량 저렴하다.

트레이더스에 따르면, 지난해 과일(17%), 채소(14%), 생선회(17%), 수산(12%), 델리(즉석식품·12%), 축산(8%), 주류(10%) 등 대용량 신선 먹거리와 주류 상품의 매출이 고신장했다. 또 일반 브랜드 제조사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한 자체 브랜드(PB) ‘T(티)스탠다드’의 매출액도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가성비 푸드코트인 ‘T카페’ 역시 트레이더스 성장을 견인했다. 2024년 T카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1000원 아메리카노, 3000원대 햄버거, 1만원 중·후반대의 대형 피자 등 초저가 외식 메뉴를 비롯해 ‘닭 반 마리 칼국수’ 등 이색 레시피 메뉴가 인기에 한몫하며, 트레이더스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5월 코스트코 연회비 인상… 반사이익 촉각

이마트는 트레이더스를 키우기 위해 2022년 10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으로 간판을 바꾸고, 신규 멤버십 ‘트레이더스 클럽’과 자체 적립 포인트 ‘TR캐시’ 등을 도입하는 등 브랜드를 개편했다. 올해는 매장 두 곳을 출점할 예정이다. 2월 14일에는 서울 마곡에 23번째 매장을 연다. 2023년 12월에 이어 14개월 만의 신규 출점으로, 서울에서는 2019년 월계점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매장이다. 하반기에는 인천 구월동에 신규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1994년 국내시장에 진출한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도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코스트코 한국법인의 지난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매출은 6조5301억원으로 전 회계연도 대비 7.6% 늘었다. 영업이익은 2186억원으로 약 16%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58% 증가한 2240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트코 매장은 19개로, 점포당 매출은 3436억원 수준이다. 한때 코스트코 양재점이 하루 매출 13억원을 찍으며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트코 성장 비결 역시 물건을 대량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또 코스트코에서만 살 수 있는 시그니처 상품과 PB 상품 ‘커클랜드’ 역시 충성 고객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멤버십 회원에게만 물건을 팔아 수익을 안정화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다만, 오는 5월부로 코스트코가 국내 멤버십 연회비를 최대 15% 인상할 예정이어서 경쟁사인 트레이더스가 반사이익을 볼지 관심이 쏠린다. 코스트코가 밝힌 인상 폭은 골드스타 회원권은 3만8500원에서 4만3000원(11.7%), 비즈니스 회원권은 3만3000원에서 3만8000원(15.2%), 이그제큐티브 회원권은 8만원에서 8만6000원(7.5%)이다.

트레이더스도 유료 멤버십 제도를 운용하지만, 유료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코스트코와 달리 트레이더스는 회원이 아닌 고객도 이용할 수 있다. 트레이더스의 멤버십 연회비는 스탠더드가 3만원, 프리미엄이 7만원이다. 

세계적으로 코스트코 멤버십 갱신율이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이번 연회비 인상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점은 고물가에 내식을 선호하는 가족 단위 고객의 장보기 채널로 선호되고 있다”면서 “가격 경쟁력은 물론 다른 곳에서는 팔지 않는 단독 상품을 확보해야 경기에 상관없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김은영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