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출시(1세대)된 BMW X3가 3세대 출시(2017년) 이후 7년 만에 4세대로 진화했다. BMW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가리켜 스포츠액티비티차(SAV·Sports Activity Vehicle)라고 부르는데, 그만큼 날카로운 주행 성능과 핸들링 등 BMW가 추구해 온 방향성을 SUV에도 잘 구현했다는 의미다. X3는 BMW가 정의한 SAV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차 중 하나로, 전 세계 350만 대 이상 판매됐다. 한국에서도 그 인기는 상당해서 2004년 1세대를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인 뒤 지금까지 누적 5만 대 이상(1~4세대) 팔렸다. 이 정도로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SUV는 X3 외에는 없다. 

4세대 신형 X3는 과거 세대보다 차체가 한층 더 커졌다. 길이 4755㎜, 너비 1920㎜, 높이 1660㎜, 휠베이스(앞뒤 타이어 축간거리) 2865㎜로, 이전 3세대와 비교해 65㎜ 길어지고, 30㎜ 넓어졌으며, 15㎜ 키가 작아졌다. 휠베이스는 같다. 

길어지고 넓어진 덕분에 SUV 특유의 느낌은 물론이고 세단의 비율도 엿보인다. 세단과 SUV를 합친 크로스오버 분위기를 낸다. 전면부의 인상은 보다 발랄해졌다. 키드니 그릴(콩팥 두 개를 겹친 모양의 BMW를 상징하는 디자인)의 크기를 키우면서 X2 등에서 선보인 수직선과 대각선이 조화를 이룬다. 

그릴 디자인은 성능과 트림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변하지 않는 건 그릴 테두리 조명을 넣은 ‘아이코닉 글로우’다. 야간에 보면 BMW라는 존재감이 커진다. 

그릴 양쪽으로는 얇으면서 날렵한 헤드램프가 보인다. 헤드램프에 들어간 주간주행등(DRL)은 화살촉 형태다. 범퍼 아래에는 높은 성능을 낼 것만 같은 커다란 공기흡입구를 넣었다. 

옆면은 내연기관의 강인함을 설명하는 휠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뒤쪽은 기존의 T 자형 그래픽을 재해석, 리어램프를 다시 그렸다. 

실내는 여러 요소가 돋보인다. X3의 주요 소비자는 30~40대인데, 이들이 봤을 때 혹할만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와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이었다. 또 물리 스위치를 최대한 줄였다. 요즘 스위치 수를 줄이는 건 유행이다. 

다만 너무 미래지향적인 탓일까. 공조 장치를 조작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익숙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또 잘 닦아내면 멋지지만, 터치 몇 번에 지문이 남는 스크린의 표면 재질도 아쉬운 대목이다. 

대시보드 중간에서 이어지는 인터렉션 바(bar)는 진취적이다. 화려하지 않아서 일부러 뽐낸 느낌이 적다. 실내 공간은 넉넉해 2열에 175㎝의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이 편안하다. 또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의 이음새를 없애 개방감을 더 살렸다. 

BMW X3 20 x드라이브 실내. / BMW코리아
BMW X3 20 x드라이브 실내. / BMW코리아

적재 공간은 이전보다 20L 늘어난 570L로 확장됐다. 뒷좌석을 접으면 수납공간은 1700L까지 늘어난다. 아쉬운 부분은 소재다. 재활용 소재가 쓰였는데, 친환경 의도와 다르게 값싸 보인다.

BMW 인포테인먼트 OS(운영체제) 9의 적용으로 차는 보다 똑똑해졌다. 퀵 셀렉트 기능으로 하위 메뉴 이동 없이 각종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 T맵 기반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그간 지적받던 내비게이션의 단점을 상당히 상쇄했다. BMW가 개발한 지도에 T맵 시스템을 얹었다. 길 안내 내용이 계기판과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 표시된다. 

시승한 차는 X3 20 x드라이브. 2.0L 직렬 4기통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최고 190마력, 최대 31.6㎏f·m의 성능을 낸다. 전 모델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돼 동력을 보조하고, 연료 효율을 높인다. 해당 모델의 표시 효율은 복합 기준으로 10.9㎞/L, 이전보다 L당 1.1㎞ 효율 향상이 있었다. 

시동을 걸자 엔진이 부드럽게 울린다. 조금의 진동도 허용하지 않는다. 가솔린 엔진이 원체 조용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BMW는워낙 엔진을 떠받치는 마운트 기술이 좋다. 

BMW X3 20 x드라이브 실내. / BMW코리아
BMW X3 20 x드라이브 실내. / BMW코리아

48V 시스템의 장착도 도움을 받았다. X3 최초로 소음을 줄이는 노이즈 캔슬레이션이 적용된 덕분이기도 하다. 

시트 위치는 조절 폭이 꽤 넓다. 가장 낮게 시트를 내려도 전방 시야 확보가 용이하다. 반대로 센터 터널(실내 중앙의 돌출 부분)이 넓어지면서 운전석 레그룸(다리 공간)의 좌우가 좁다는 느낌이 든다. 이 때문에 브레이크 페달도 위치가 약간 거북하다. 

가속 페달을 꾹 밟아 눌렀더니 가솔린 엔진 차 특유의 부드러운 가속이 이뤄진다. 점진적으로 속도를 붙여 나간다. 가속에도 48V 시스템의 도움을 받았다. 11마력을 엔진 출력에 더하는데, 나무랄 곳 없는 가속감이다. 핸들링과 승차감은 날렵하고, 쫀쫀하다. 차체를 길게 늘였으나, 이전과 비교해 차체 강성이나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차를 받치는 서스펜션은 노면의 굴곡을 잘 타고 넘어 불편한 진동을 탑승자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고속에서 차선을 급하게 바꿔도 뒤뚱대는 일은 없다. 스티어링휠은 손이 작은 사람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굵지만, 쥐는 데 크게 불편하진 않다. 

2.0L 가솔린 엔진에 조합한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빠르고 부드럽게 속도를 높여 나간다. 전반적으로 기존 세대보다 더욱 편안하고 부드러운 세팅으로 대형 세단 같은 승차감을 낸다. 저속은 물론 중고속 영역에서 실내 NVH(소음· 진동·불쾌감) 성능이 일관되게 우수하다. 

예전 독일 차의 날카로움이 사라진 건 조금 아쉽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차 그 자체의 매력을 살리던 성향이 조금씩 무뎌지고 있다. 이전보다 장착된 기능과 장치가 많아지면서 차체가 무거워진 탓에 서스펜션의 감각도 부드러운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행 감각이나 주행 질감에서 브랜드를 구분하던 개성이 많이 사라지는 추세다. 

고속 주행에서 안정감은 꽤 높다. 속도를 꾸준히 붙여 나가는데 차체의 불안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기민함은 요즘 나오는 차 중 최고 수준이다. 차선을 벗어날 때 시스템이 강하게 스티어링휠을 조작해 차선을 유지한다. 자동으로 차로를 바꾸는 시스템도 적용했다. 

신형 X3는 7년 만의 완전 변경 모델로, 이전과 완전히 바뀐 디자인과 분위기로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BMW의 최신 기조에 맞는 요소가 적용된 점도 눈에 띈다. 이런 상품성 향상은 결국은 판매량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전동화(전기로 움직이는 것) 과정에서 BMW의 고심이 엿보인다. 가격은 가솔린 모델 기준 6890만~7990만원.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