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블랭크가 빈집을 개조해 만든 공간. / 블랭크
스타트업 블랭크가 빈집을 개조해 만든 공간. / 블랭크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빈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다양한 빈집 관리법이 나오고 있다. 빈집 문제를 직접 겪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는 빈집 철거 시 보조금을 제공하고, 새롭게 단장한 빈집을 한 달에 단돈 1만원에 빌려주는 등 다양한 빈집 관리 및 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방치된 빈집을 개조해 숙소나 점포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빈집 정비를 위해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빈집 문제를 직면한 다른 국가에서는 빈집 관리와 거래에 필요한 플랫폼을 정부와 지자체가 협업해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지자체 차원에서만 빈집 거래 플랫폼을 시범 운영하거나 자체적인 빈집 관리 지원책을 내놓고 있어 중앙정부의 통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22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빈집. / 연합뉴스
2022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빈집. / 연합뉴스

정부 '빈집 실태 조사' 부터… 지자체, 월세 1만원 빈집도 선보여

지방 중소도시의 지자체는 실질적인 빈집 해결책을 쏟아내고 있다. 빈집 관련 사업 관계자는 “인구가 줄어들어 빈집이 늘어나는 걸 눈앞에서 직접 보고 있는 지자체가 확실히 빈집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라고 했다.

2024년 빈집 리모델링 정책으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전남 강진군은 빈집을 활용해 인구 유입을 꾀하고 있다. 인구 3만2000명으로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강진군은 빠르게 늘어나는 빈집을 소유주에게 무상으로 빌려 정비한 뒤 귀촌을 원하는 입주자에게 빌려주는 ‘강진품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진군은 빈집 소유자가 주택을 무상 임대할 경우 5년 임대 5000만원, 7년 임대 7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직접 리모델링한다.

강진군은 그렇게 탈바꿈한 집을 새로운 거주자에게 보증금 100만원, 월 임대료 1만원에 빌려준다. 특히 빈집 거주 신청 시 만 19~45세를 우대해 청년층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 빈집 활용 사업은 큰 인기를 끌며 가구당 평균 경쟁률이 최대 20 대 1에 달할 정도다.

지자체는 대부분 빈집 정비나 철거에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남 순천시는 지자체가 빈집 철거 시 보조금을 지원하고, 빈집 소유주가 지자체에서 직접 주택을 철거하기를 원한다면, 무료로 철거하는 대신 해당 부지를 일정 기간 공영 주차장, 공원 같은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빈집을 활용한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빈집 관련 스타트업 ‘블랭크’는 빈집을 활용해 장기 숙소를 지원한다. 블랭크는 빈집을 5~10년간 빌려 수리하고 숙소로 활용한 뒤 되돌려준다. 빈집 상태에 따라 무상으로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빈집을 개조해 숙소를 만들어 장기 숙소로 임대한다. 현재 블랭크가 운영 중인 빈집 숙소는 영주, 단양 등에 8곳이 있다.

문승규 블랭크 대표는 “빈집을 상속받아도 자녀가 대부분 도시에서 살다 보니 손쓸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이 빈집을 숙소로 활용한다고 제안하면 대체로 긍정적”이라며 “상속받은 빈집을 선뜻 팔지 못하고 은퇴 이후 쓸 계획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아 관리를 못 해 망가지느니 일단 빌려주고 나중에 쓸 수 있도록 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각개전투에 불과"… 정부 차원 해결 방안 마련 필요

그러나 이 같은 정부·지자체·민간의 노력에도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가 주축이 돼 국토부, 농식품부, 해수부 등이 참여하는 빈집 정비 통합 지원 태스크포스(TF)가 지난해 8월 출범됐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정부가 빈집 정비를 위해 내놓은 빈집 실태 조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빈집 현황 파악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조치인 만큼 더 심도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빈집 증가 속도가 빨라질수록 인구 감소도 속도가 붙는데, 이는 지자체 재정자립도를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정비에 나서도 예산 부족으로 관리할 수 있는 빈집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과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85개 인구 감소 지역 평균 재정 자립도는 10.4% 수준이다. 이는 전국 평균인 43.3%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가 추진하는 빈집 정비 사업의 속도가 더디다. 전국 빈집이 34% 증가하는 동안, 비수도권의 정비 사업 실적은 0.3%에 불과한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빈집 한 채를 철거하는 데 500만~1000만원을 지원하지만, 늘어나는 빈집을 모두 철거하기엔 예산이 부족하다. 단순 계산으로만, 빈집 철거에 2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소유자가 장기간 방치하거나 소득수준에 비해 주거 수준이 맞지 않아 빈집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빈집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제재와 함께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주거 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제 혜택으로 빈집 철거 유도… 빈집 활용 고민해야

빈집 철거에 대한 세제 개편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빈집을 철거하면 그 부지에 토지분 재산세가 부과된다. 이때 빈집에 적용되는 주택분 재산세보다 내야 하는 세금이 평균적으로 200~300% 많아진다. 소유자가 따로 비용을 들여 철거해도 내야 하는 세금이 많아져 빈집을 철거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빈집을 철거할 경우 재산세 경감 혜택을 줘 빈집 정비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에는 주택분 재산세를 매기는데, 이 빈집을 철거하면 나대지가 돼 토지분 재산세가 부과된다”며 “이 경우 재산세가 크게 오르는데 전라도·인천 사례를 조사한 결과, 많게는 800%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위 환경이 아무리 오염돼도 소유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합리적으로 빈집을 내버려두는 게 낫다”며 “빈집의 경우 재산 가치가 떨어져 공시가도 낮아 1년에 세금을 몇만원만 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허 연구위원은 “나대지가 된 경우 재산세를 경감해주는 (세제 개편) 방안이 필요하다”며 “재산세 부담이 커지니까 빈집을 방치하는 부분에 대해 재산세 부담을 줄여 철거를 유도하는 등 빈집 방치 요인을 하나씩 없애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빈집 정비 이후 지역 활성화 전략까지 세워 향후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정현 충남연구원 초빙책임연구원은 “빈집 문제를 해결할 때 도시와 농촌 지역의 빈집을 나눠 접근해야 한다”며 “도시의 경우 빈집을 임대한 뒤 나중에 반납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접근성이 좋은 곳은 매입해서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 취약계층에게 공급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 연구원은 “농촌 지역 같은 경우 철거 사업 중심으로 정비 사업을 펼쳐야 한다” 면서 “다만, 이 사업이 철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추후 이를 활용해서 지역에 긍정적인 효과를 줘야 한다”며 “이 부지에 공공시설을 공급한다든지 복합 시설을 공급해 주거 효과를 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진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