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통합되면서 부동산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생성 AI를 필두로 한 첨단 AI 기술 발전으로 미래의 업무 수행 방식과 공간 수요에 관한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 관련 업무 종사자라면, AI 기술이 기존 서비스와 환경을 최적화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그리고 AI로 인한 고용 패턴 변화로 업무 공간 관련 수요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 포괄적인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큰 도전은 AI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관련 데이터 축적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대부분 분석은 이론에 기반하고 있어 정확한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AI 기술 활용의 주된 목표는 효율성 향상, 창의성 및 생산성 향상, 고객 경험 최적화로 볼 수 있다. AI 기술을 통해 고용주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이로 인해 고용 수요가 줄어들 것인지 그리고 이로 인해 업무 공간 수요도 영향을 받게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BRE가 파악한 글로벌 트렌드를 바탕으로 AI가 고용 패턴과 부동산 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자.

시장별 트렌드
기업은 인재 유치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보기술(IT) 클러스터를 형성해 왔다. 샌프란시스코·시애틀·뉴욕·런던·파리 등 혁신 도시에는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이 있고, 덕분에 인재 공급이 원활하며, 삶의 질이 높고, 벤처 캐피털(VC) 유치가 용이하다. 이 같은 요인 덕분에 기술 클러스터를 구축하면서, 기술 부문을 넘어 금융 서비스 등 인접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기술 클러스터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적극적인 AI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혁신의 선두에 서 있다. 이는 AI 관련 기업의 임대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2023년에서 2024년 상반기까지 이들 기업의 임대 면적은 전체 임대 면적의 25%를 차지했다.
서유럽의 런던과 파리는 유럽에서 AI 관련 인재가 몰리는 기술 개발의 중심지다. 특히 유럽 AI 혁신의 선두 주자인 영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지속적인 기술 발전, 산업별 솔루션 강화·정교화, 스타트업, 기업, 연구 기관 및 정부 기관이 함께하는 협력적인 생태계 환경을 기반으로 강력한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AI 관련 우수 교육기관이 많아 꾸준한 인재 공급이 가능한 것은 영국을 포함한 서유럽 지역의 AI 관련 입지를 굳건히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AI 관련 수요가 본사와 핵심 고객 시장 가까이에 몰려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도는 기술 인력을 찾는 기업에 확장성이 크고 비용도 저렴한 지역이다. 방갈로르와 하이데라바드는 미국의 AI 클러스터와 규모 면에서 경쟁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다른 저비용 국가가 인재 풀의 규모와 품질에서 인도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성공적인 AI 스타트업의 탄생과 그로 인한 오피스 수요 변화는 시장 상황과 규제 환경, 기술 발전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런던 같은 지식 경제 중심지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지만, 콜센터나 고객 서비스 중심 시장에서는 일자리가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인도의 경우 고비용 국가와 저비용 국가 간 임금 격차가 감소할 경우 IT 시장 경쟁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유럽과 미국에서 현재 근무시간의 최대 30%가 생성 AI의 빠른 접목으로 인해 자동화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산업별 트렌드
AI 기반 산업 전환의 가장 큰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로는 VC 흐름을 들 수 있다. 2024년 2분기 유럽 VC의 18%는 AI 스타트업에 흘러들어갔다. 특히 영국은 21억달러(약 3조1076억원)의 VC 자금을 유치해 유럽 AI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유용한 선행지표이긴 하지만, 대형 기술 기업의 투자에 의해 크게 영향받을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엔비디아,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는 막대한 자금을 AI에 투자하고 있으며, 향후 5년 동안 1조달러 이상을 추가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기업 및 스타트업은 직접투자 기회 모색 외에도 이들 빅테크와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렇듯 AI 기술 투자가 집중되는 주요 산업군의 고용 수요 변화와 이를 통해 부동산 수요에 일어날 변화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헬스케어는 빅테크의 대규모 AI 관련 투자가 매우 활발한 분야다. AI 기술이 헬스케어인프라에 통합됨에 따라 의료 시설 및 연구소 관련 부동산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AI 기술 접목이 의료 서비스 품질 향상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지만, 관리 업무 자동화로 지원 인력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 및 금융 분야에서는 사기 방지, 위험 관리 및 고객 서비스 자동화를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다. 핀테크 및 AI 기반 금융 서비스에 투자가 늘면서 기술 중심 금융 운영에 맞춘 사무 공간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반면, 관리 역할의 광범위한 자동화와 해외 아웃소싱에 따른 수요 감소도 예상되는 만큼, 전반적인 수요는 균형을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 기업과 빅테크의 파트너십을 통한 AI 기반 자동화는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제조 관련 AI 투자는 스마트 팩토리 개발로 이어지면서 물류 부동산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자동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로 인해 제조 공간 수요는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재생에너지 분야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AI는 에너지 생산 및 배전 효율성을 높여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솔루션에 중점을 둔 기업을 위한 특수 시설 및 사무실 수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 솔루션 도입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은 성장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미래 동향 및 제언
AI 기술 발전은 고용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동화로 인한 일부 일자리 감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AI는 기존 노동력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 순증 및 작업 공간 수요 증가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AI와 부동산 수요 간 관계는 산업군과 기술 성숙도, 기업별 전략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기업은 인원수가 증가하는 데도 불구하고 사무 공간 수요를 줄일 수 있는 유연한 근무 방식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기 때문에 미래 공간 수요를 가늠하는 데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AI를 통한 자동화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 외에 기업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하는 새로운 방식을 AI가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AI의 끊임없는 진화로 인해 기업은 입지 조건 선택 과정을 전략적인 측면에서 재고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입지 결정 시 비용보다는 수익을 더 중요하게 고려하게 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가 AI를 변화의 촉매제이자 불확실성의 원천으로 인식하면서,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 근거리 아웃소싱, 자동화 등 유연하고 적응력 있는 전략 수립을 통해 변화하는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하도록 기업 고객에게 요구하게 될 것이다.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 AI의 영향을 분석하고, 맞춤형 부동산 전략을 수립하는 동시에 AI 도입 속도, 혼란 가능성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고용 수요 변화에 따른 총체적인 영향도 부문별로 평가해야 한다. 산업별 디지털 성숙도와 수동적이고 일상적인 작업의 범위와 비중에 따라 평가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AI 시대, 기업부동산 전략은 끊임없는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여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