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대한 자에게 운이 따른다.”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이스’에 쓴 문장이다. 2025년 수십 년 만에 가장 가파른 위험·보상 곡선을 마주하게 될 자산운용사의 상황을 묘사하기에 적절한 문장이다. 2025년은 대다수 자산운용사가 실험의 단계를 지나 신기술과 새로운 전략을 실제 비즈니스에적용하는 방식을 전환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자산운용사와 과감하지 못하거나 뒤처지는 자산운용사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명암 갈리는 성과, 자산 운용 부문 구조 변화 신호
자산 운용 부문은 2024년 혼재된 양상을 보였다. 상장지수 펀드(ETF)가 동력을 얻으며, 대체 투자로의 자본 유입은 둔화했고 공모 펀드(뮤추얼 펀드)의 자본 유출은 지속됐다. 이 가운데 자산운용사는 변화하는 투자자 선호도, 줄어드는 이익 마진, 지속되는 고금리, 심화하는 규제 등 변화하는 환경을 헤쳐나갈 방법을 부단히 모색 중이다.
전통적 자산운용사는 개방형 펀드와 폐쇄형 펀드부터 별도 운용 계좌(SMA), 자산 운용 서비스까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중 주요 수익원은 개방형 펀드다. 2024년 전 세계 개방형 펀드 운용 자산(AUM) 규모가 크게 늘었다. 북미와 유럽 개방형 펀드 시장은 시장 가치 상승에 힘입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은 자금 흐름에 힘입어 각각 운용 자산이 급증했다. 지역별로 미국이 글로벌 개방형 펀드 운용 자산의 약 절반을 차지하며 이 부문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시장은 대체로 긍정적 자금 흐름을 보인 가운데, 머니마켓펀드(MMF)와 ETF로 대부분의 순 자금 유입이 이뤄졌지만, 장기 공모 펀드는 능동형 공모 펀드를 중심으로 순 유출을 기록했다.
대체 자산 시장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대체 자산 부문에서 2023년 사모 자산은 투자 수익이 썩 높지 않았던 반면, 헤지펀드는장기 평균을 웃돌았다. 다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투자자가 유동성과 투명성이 더 뛰어난 투자 자산을 선호하는 추세가확산함에 따라, 헤지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순 유출됐다. 하지만 자금 조달마저 갈수록 악화해 2023년 운용 자본이 정체 양상을 보이는 사모 자산과 달리, 헤지펀드는 시장 활동이 자금 유출 규모를 능가해 운용 자본이 소폭 증가했다.

자산 운용 부문 2025년 핵심 전망
수수료가 낮은 펀드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운용 수수료가 낮게 유지되며 능동형 ETF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사모 신용이나 에버그린 및 하이브리드 펀드 등 대체 투자 부문으로 투자 상품을 확대함과 동시에 인공지능(AI)을 판매 및 배분 프로세스에 통합할 수 있는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성공적 수익 증대 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2024년 자산 운용 부문에 가장 큰 변혁을 몰고 올 원동력으로 AI 기술이 꼽혔고, 이제 AI 기술 발전은 이미 기대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AI 활용 기회가 여전히 증대하고 있는 가운데,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는 상태에서 대규모 AI 솔루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은 많은 자산운용사의 과제로 남았다.
마지막으로 자산운용사의 최대 리스크는 디지털 전환, 기술 발전, 사이버 보안 등 분야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 상품 및 규제의 진화도 투자 운용 부문에 중요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다이렉트 인덱싱, 공모 펀드의 ETF 전환, 전통적 자산과 대체 자산의 통합, 지속 가능성 테마 투자 상품 등이 새로운 경쟁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5년 운용 자산 증대에 도움이 되는 혁신
자산 운용 부문 운용 자산은 2023년 증가했으나 수익과 이익 마진이 증가할 가능성은 요원하다. 따라서 자산 운용 부문 리더가 위기감을 느끼고 상품 전략을 대대적으로 재편하는 가운데, 수익 증대를 위해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효율적인 배분 전략을 이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1│새로운 자산 클래스를 제시하라
글로벌 사모 신용 자산이 2023년 2조1000억달러(약 3107조4750억원)를 넘으며 두 자릿수 연간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러한 견고한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과거 같으면 사모 신용 부문으로 진출하지 않을 법한 은행과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 웰스파고(Wells Far-go)와 센터브리지 파트너스(Centerbridge Partners), 바클레이스(Barclays)와 AGL 크레디트 매니지먼트(AGL Credit Manage-ment) 간 파트너십이 자산운용사와 은행 간 관계를 재정립하며 상호 이익 관계가 가능함을 증명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는 은행의 거래 흐름을 독점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은행은 고객을 위해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전략적 연합을 통해 사모 신용 시장에서 이렇다 할 입지를 구축하지 못한 자산운용사는 독자적으로 움직일 때보다 훨씬 빠르게 입지를 다질 수 있다. 2025년에는 사모 신용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기업이 초기부터 자본조달 동력을 구축할 방법을 모색함에 따라, 이러한 파트너십이 사모 신용 부문 운용 자산 증대에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 신용 및 여타 사모 자산 성장 요인으로 비(非)기관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인터벌 펀드(interval fund)’와 기업 개발 회사(BDC) 등 ‘에버그린 펀드(evergreen fund)’를 꼽을 수 있다. 2023년 전 세계 에버그린 펀드 수가 520개로, 5년 전에 비해 두 배 늘어나며 운용 자산은 3500억달러(약 517조9125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AI로 상품 판매와 자산 배분을 확대하라
자산 운용 부문에서는 이미 프로세스 효율성 개선을 위해 AI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지만, 2025년에는 상품 판매와 자산 배분의 동력으로 AI가 부상할 전망이다. 아문디(Amundi), 웰스프런트(Wealthfront), 뱅가드(Vanguard) 등 자산운용사는 자체 AI 기반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 개인의 리스크 수용 정도에 기반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이러한 AI 툴은 고객과 소통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베이스에 대한 거시적·미시적 실시간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인베스코(Invesco)와 위즈덤트리(Wisdom-Tree) 등 자산운용사는 생성 AI(Generative AI)를 활용해 기존 및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데이터 관련 자산 배분 업무에 AI를 ‘보통 수준’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자산운용사는 약 60%에 달했으나, AI 활용 사례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높은 수준’으로 활용한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하지만 AI가 수익 증대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는 만큼 2025년 자산 배분 계획에 AI를 활용하는 자산운용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급변의 한 해가 될 2025년, 철저한 대비 필요
투자 및 자산 운용 부문은 2025년 수익 증대, 프로세스 간소화, 리스크 관리 등 우선 과제를 마주하고 있지만, 과거 여느 때보다 위험 대비 수익 구조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현재 환경에서 역량을 극적으로 증강해 줄 수 있는 생성 AI 같은 신기술을 효율적으로 통합해 보상 곡선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
이처럼 높아지는 기대를 충족하는 기업은 모든 산업 참가자의 기대를 한층 끌어올리겠지만,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의 관심에서 밀려날 것이다. 2025년, 당분간 다시 오지 않을 경쟁력 차별화 기회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