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목표는 스스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작업자를 전 세계에 배치하는 것이다.”
미국의 인공지능(AI) 로봇 기업이 4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 10만 대를 기업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AI와 로봇 분야에서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에 맞서 미국의 기술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집권 2기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제조업 부활을 외치는 가운데 나온 깜짝발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국의 AI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Figure AI)는 2025년 1월 31일 두 번째 상업 파트너와 로봇 생산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브렛 애드콕 피규어AI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링크드인을 통해 “회사가 두 번째 고객과 계약을 맺었다”며 “이번 계약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10만 대를 출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대형 기업에 휴머노이드 로봇 공급"
피규어AI는 2022년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설립된 신생 벤처기업이다. 생성 AI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2024년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 개발에 나서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창고와 공장 일, 집안일 같은 복잡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다목적 작업 로봇 ‘피규어’를 개발하고 있다. 이에 앞서 독일 BMW와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회사 측은 계약을 맺은 기업 이름과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애드콕 CEO는 “새 고객사가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라고 말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제조 기업이나 물류 회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피규어AI가 두 번째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미국 내 제조와 물류, 의료 현장에 휴머노이드 도입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애드콕 CEO도 SNS에 “향후 두 고객사에 4년간 10만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피규어AI는 홈(가정용) 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업계는 집안일부터 노인 돌봄 같은 홈 헬스케어는 성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오래전부터 보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팔이 두 개 다리가 두 개다. 손과 발도 있다. 사람을 닮아 연구자에게는 재미있는 연구 대상이지만, 한동안 매력적인 투자 대상은 아니었다. 에너지는 많이 쓰지만 동작이 둔하고, 무거운 짐을 옮기지도 못하며, 사족 로봇보다 빨리 걷지도, 험한 지역을 잘 돌아다니지도 못했다.
하지만 최근 AI와 고성능 센서, 재료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민감한 센서와 AI 두뇌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성능은 급속히 향상됐다. 실제로 딥테크를 가장 선도적으로 접목하는 미국 투자 전문 은행 골드만삭스조차 2년 전까지만 해도 203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의 세계시장 규모를 60억달러(약 8조8785억원)로 추정했는데, 2024년 이를 380억달러(약 56조2305억원)로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AI 휴머노이드는 춘추전국시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이미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1월 25일(현지시각) 피규어AI를 비롯해 미국 어질리티로보틱스와 테슬라, 앱트로닉, 중국 유니트리와 애지봇, 캐나다 생추어리AI를 포함, 전 세계 16개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 6개 사, 중국에 8개 사, 영국과 캐나다에 각각 1개 사다.
중국 정부와 기업의 존재는 위협적이다. 중국은 AI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미국을 누르고 세계 리더가 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7년까지 전 산업과 사회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로봇산업혁신개발행동계획(2023~2025)을 2023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애지봇으로도 알려진 즈위안로보틱스는 2024년 12월 말까지 집안일과 노인을 간병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962대를 생산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생산하는 옵티머스보다 훨씬 앞선 생산량이다.
중국 기업은 차세대 기술 경쟁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매직랩은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인 매직봇을 내놓고, 가장 앞선 평가를 받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와 경쟁하고 있다.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은 공장뿐 아니라 사무실이나 가정과 같은 생활공간으로 활동 공간이 확장된 개념이다.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과 AI 기업의 동맹이 주목된다.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도요타연구소와 아틀라스휴머노이드의 지능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피규어AI는 오픈AI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와 동맹을 맺고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다가 최근 오픈AI와 결별했다. 오픈AI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에 집중하는 노르웨이 로봇 스타트업 1X에 투자하며 독자 행보에 나서고 있다.
피규어AI는 중국과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에는 가급적 많은 고객 대신 소수 고객에게 집중해서 성장하는 방식이다.
피규어AI는 빠른 속도로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회사 설립 이후 31개월 만인 2024년 1월 첫 시제품인 피규어01을 공개했다. 피규어01은 사람이 걷는 속도의 17%로 걷는다. 후속 버전인 피규어02는 속도를 7배로 증가시켜 초당 1.2m, 시간당 4.1㎞ 속도로 걷는다. 피규어02는 2024년 독일 BMW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진행된 테스트에서 1000곳에 배치돼 고정밀 판금 작업을 수행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세 번째 버전인 피규어03도 개발을 마치고 시험 중이다.

2031년 연간 100만 대 생산
애드콕 CEO는 “지난 1월 말 새 고객의 사용 사례에서 종단간(엔드투엔드) 신경망이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기술이 순조롭게 개발되고 있음을 밝혔다. 종단간 신경망은 입력 데이터를 출력 결과로 직접 매핑하는 신경망 구조로, 로봇을 빠른 속도로 더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반응하도록 훈련하는 데 활용된다.
피규어AI는 오는 3월 초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아무도 보지 못한 ‘중대한 돌파구’ 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피규어AI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종단간 AI에서 획기적인 성능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미국의 기술 전문지 ‘인터레스팅엔지니어’ 는 “피규어AI가 계획대로 휴머노이드 로봇 10만 대를 순조롭게 공급한다면, 전 세계 상업용 로봇 분야에서 선두에 설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후속 개발에 필요한 자료 수집과 설계 개선을 위한 강력한 피드백을 받는 데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르면 2031년 전 세계 연간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이 1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피규어AI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 세계 기업 노동력 30억 명, 가정 노동력 20억 명, 노인 돌봄 10억 명을 대체하고, 다른 행성에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까지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