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오래전에 목이 쉬었는데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아요. 혹시 갑상선(갑상샘)암아닐까요? 갑상선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해 보고 싶어요.”
J씨는 평소 목소리가 곱고 노래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한 달 전 감기를 앓고 난 뒤 목소리가 변했다. 감기는 다 나았지만 쉰 목소리는 여전했다. 걱정이 된 J씨는 병원을 찾았다.
목소리는 폐에서 산소 교환이 끝난 공기가 코나 입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성대가 빠르게 여닫히면서 만들어지는 진동이다. 이 진동은 목구멍, 입, 코를 거치며 다양한 소리로 바뀐다.
숨쉴 때와 비교해 목소리를 낼 때 성대에 가해지는 압력은 2~4배로 오른다. 특히 흥분해서 소리라도 지를 때면 이 압력이 80배까지 오른다. 성대 손상으로 목이 쉬는 것이다. 성대는 엄청난 양의 공기가 지나가는 통로이므로 온도나 습도의 변화, 미세먼지와 오염물질, 세균과 바이러스 등의 공격으로도 부종이 생겨 손상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온도가 낮고 건조해 실내 생활을 많이 하는 계절은 미세먼지를 많이 들이마시고 감기에 걸리기도 쉬워, 성대에는 최악이다. 감기에 걸리면 염증이 코나 목에서 성대 쪽으로 퍼지면서 성대를 붓게 한다. 게다가 기침할 때마다 소리를 지를 때와 같은 높은 압력이 성대에 가해지므로 목이 쉴 수 있다.
이외에도 뇌졸중이나 신경 손상으로 인한 성대 마비,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나 류마티즘성 관절염 등 면역 질환,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 질환도 목소리를 쉬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스테로이드 흡입제를 장기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천식 환자는 5~58%가 후두 손상, 근병증, 염증, 부종 등을 겪으며 목소리가 쉰다. 알레르기 코염(비염)이나 만성 두드러기 때문에 항히스타민제를 장기간 복용해도 목이 쉴 수 있다. 목소리가 쉬었는데도 계속해서 성대를 쓰면, 성대 접합부가 딱딱해져 ‘결절’이 된다.

목소리가 쉬었을 때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당연히 성대를 쉬어주는 것이다. 큰 소리를 내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강의나 토론을 많이 하는 것은 성대를 피로하게 하므로 성대의 염증이 가라앉을 시간을 주지 못한다. 습관적으로 헛기침을 하거나 가래를 뱉는 행위도 성대에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커피 같은 카페인 음료와 술, 담배는 성대를 건조하게 하므로 피한다. 특히 흡연은 건조한 담배 연기와 그 안에 든 오염물질이 성대를 직접적으로 공격한다. 반면 물을 자주 마시고 가습기를 쓰는 것은 성대 점막을 촉촉하게 하므로 쉰 목소리를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목소리가 쉰 지 얼마 안 된 초기에는 목을 쉬고 말하는 법을 고치는 음성 치료로 대부분 호전된다. 하지만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선택적으로 레이저 수술을 하기도 한다. 소아는 성대결절이 있어도 음성 치료 효과가 좋으므로 원칙적으로 수술하지 않는다.
만약 수십 년간 흡연과 음주력이 있는 고령 환자라면, 후두암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후두암은 머리와 목 부위에서 발생하는 암 가운데 두 번째로 발생 빈도가 높은 암이다. 내시경으로 비교적 진단이쉽고, 초기에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등을 하면 완치율이 90%가 넘는다.
J씨처럼 오랫동안 목이 쉰 경우, 갑상선암을 의심해 초음파 검사를 하려는 환자가 실제로 있다. 갑상선암도 성대로 가는 신경을 손상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사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또한 갑상선암이 생겼다면 환자의 목에 갑상선이 상당히 많이 튀어나와 있을 것이다. 그 경우보다는 갑상선 기능 항진이나 기능 저하로 인한 성대의 긴장 이상이나 후두 진전, 후두 부종 등으로 목이 쉬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초음파 검사보다는 혈액 검사로 갑상선호르몬에 변화가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