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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픈AI의 챗GPT에 대적하는 중국의 생성 AI(Generative AI) ‘딥시크(DeepSeek· 深度求索)’발 충격이 전 세계를 또 다른 패권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AI)에 미국이 4년간 총 5000억달러(약 739조8750억원)를 투자할 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뒤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범유럽 차원에서 1090억유로(약 166조6839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만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AI가 세계 패권 경쟁의 핵심 요소로 부상한 것에 대해 우리나라도 당장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물론, AI 등 10대 국방 전략 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정책 당국에서도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처럼 보여 다행스러운 상황이긴 하지만 말이다. 

다만, 이번 충격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문제의 핵심은 훨씬 더 복잡하고 커서 단기적인 대응이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접근법부터 달라져야 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그동안 우리나라가 가장 잘해 왔던 부분이 중국을 비롯한 다른 후발 주자에 침식당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불연속적 특성이 있는 파괴적(disruptive) 혁신이 아니라 점진적(sustaining) 혁신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반도체나 조선, 자동차 산업의 발전 과정을 떠올려 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AI도 기억과 연산 등을 활용한 기존 정보 처리 시스템 개선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점진적 혁신의 일종이다. 이런 점진적 혁신 분야에서 후발 주자인 중국이 우리를 앞섰다는 점에 우리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다음으로 이제 우리는 점진적 혁신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군은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다. 즉, 점진적인 혁신이라 하더라도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자본과 노동력을 투입해 혁신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더군다나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에서 종종 목격되는 거래 기반 협력주의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커, 첨단적이고 핵심적인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 역시 유의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양자 컴퓨팅 등 같은 첨단 기술의 대(對)중국 봉쇄 전략이 큰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자국 이외의 어느 나라도 접근을 제외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지금까지 방식이 전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래 유망 기술 또는 국가의 존망을 가르는 첨단 기술은 아직도 따라잡기(catch-up)와 배우면서 실행하는(learning by doing) 단계가 필요하고, 나아가 파괴적 혁신을 통해 선도적인 위치에서경쟁하려는 분야에 대해서는 관련 정책의 방향성을 과감히 바꿔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굳이 창조적 파괴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기술혁신이 자본주의와 경제적 진보를 이끄는 힘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고, 기업가의 활약이 중요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처럼 기술을 중심으로 한 패권 경쟁이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정책 계획에 따라 국가 명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