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택의 13.8%는 ‘빈집’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빈집 수는 2023년 10월 기준 약 900만 채로 2018년(848만9000채)보다 51만 채 이상 늘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집계되지 않은 빈집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무라연구소는 일본 내 빈집은 약 1100만 채로, 2033년 안에 주택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빈집 증가는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 때문이다. 일본 인구는 2010년 1억2805만7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12년째 감소하고 있다. 총인구에서 75세 이상 고령자가 71만3000명 증가해 처음으로 2000만 명을 넘어섰고 65세 이상 고령자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역대 최고인 29.1%다. 반면 2023년에 태어난 신생아 수는 79만9000명으로 8년 연속 감소해 역대 최소 수준에 머물렀다.
빈집이 급증하면, 주변 부동산 가격은 폭락한다. 일본 아키야 컨소시엄의 조사에 따르면, 빈집 근처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해 2023년까지 지난 5년 동안 일본의 부동산 시장은 약 3조9000억엔(35조8983억3000만원)의 손실을 봤다. 빈집에 잡초가 무성해지고, 공공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반경 50m 이내의 토지 가격이 하락한 여파다.
아키야컨소시엄은 일본에서 ‘아키야(あきや·Akiya)’로 불리는 빈집 문제 해결을 목표로 활동 중이다.
조선비즈는 일본 리노뱅크(Renobank)의 세이고 우메모토 최고경영자(CEO)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리노뱅크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중고 주택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일본에서 빈집 증가가 문제인 이유는.
“빈집에 무성한 잡초는 주변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위생 상태도 악화시킨다. 무단 침입 등으로 범죄에 악용될 위험도 커진다. 노후화로 구조물이 붕괴할 수 있으며, 방화로 인한 화재 발생 위험도 있다. 빈집은 주변 부동산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본에서 빈집은 어떤 특징이 있나.
“일본에서 빈집은 크게 ‘임대용 빈집’과 별장으로 사용되는 ‘2차 주택’ ‘매물로 나온 빈집’ ‘기타 빈집’의 네 가지로 나뉜다. 그중에서 기타 빈집이 빈집 문제의 핵심이다. 총무성은 기타 빈집을 ‘사용하지 않고 임대나 매물로 나오지도 않은 부동산’으로 정의한다.”
리노뱅크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빈집은 어떤 유형인가.
“리노뱅크는 매물로 나온 빈집 33만 채에 중점을 둔다. 여기에 더해 기타 빈집의 약 50%인 190만 채의 용도 변경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빈집 대책의 핵심은 기타 빈집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거래가 귀찮다’거나 ‘리모델링에 돈을 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소유자가 늘면서 기타 빈집이 늘어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기타 빈집 소유자가 빈집을 판매하도록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어야 판매를 유도할 수 있을 텐데.
“빈집 소유자의 가장 큰 부담은 재산세와 도시 계획세지만, 재정 부담이 크지 않아 빈집 증가에 일조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빈집을 철거 또는 수리하는 경우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빈집을 무료로 등록할 수 있는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기업이 소유한 빈집 거래를 장려하기 위한 보조금도 제공한다. 2024년에는 빈집으로 방치할 경우 재산세와 도시 계획세에 대한 특별 세액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도 제정했다. 그런데도 빈집은 계속 증가했다. 부동산 소유자가 빈집을 내놓도록 유도하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빈집 구매자가 사업자인 경우 리모델링을 통해 가치를 더한 후 재판매하는 경우가 많고, 개인인 경우에는 리모델링 후 본인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이 구입하는 경우에도 빈집을 임대 주택 또는 숙박 시설로 활용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리노뱅크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타스리노베(たすリノベ·tasurinobe)’는 빈집을 포함한 중고 단독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검색 웹사이트다. 인공지능(AI)이 부동산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리모델링 면적과 비용을 계산하고 사용자에게 맞는 리모델링 방법을 제안한다. 두 번째 ‘코다테노밸류(コダテノバリュー·Ko-datenoValue)’는 사용자가 빈집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예상 매매가격, 임대 가격, 임대를 위해 필요한 리모델링 비용을 계산한다. 세 번째, 빈집 상담 창구인 ‘아키야노 죠단 마도구치(空き家の相談窓口·Vacant House Consultation Desk)’는 온라인과 대면 방식으로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온라인 상담 서비스는) 일본의 빈집을 구매하려는 해외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리모델링이 주로 이뤄지는 곳과 비용은.
“건축한 지 30년 된 주택을 리모델링할 때 약 1000만엔(약 9500만원)이 소요될 수 있지만, 10년 된 주택이라면 약 200만엔(약 1900만원)이 필요하다. 비용은 사용하는 자재에 따라 달라진다. 타스리노베는 일본에서 가장 널리 구할 수 있는 재료의 단가를 기준으로 리모델링 비용을 산출한다. 80㎡ 아파트를 전체 리모델링하는 비용은 1500만엔(약 1억4250만원) 정도다. 필수적인 부분만 리모델링하면 약 100만~300만엔(약 950만~2850만원)으로 줄어든다.”
일본에 리노뱅크 같은 빈집 관련 스타트업이 많이 있나. 리노뱅크만의 경쟁력은?
“빈집 관련 스타트업은 100개가 넘는다. 타스리노베와 비슷하게 부동산과 리모델링을 결합한 판매 방식을 사용하는 스타트업이 여러 개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타스리노베는 단독주택에 특화돼 있고 사용자가 직접 부동산을 검색할 수 있으며 각 부동산에 대한 리모델링 예상 비용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부동산과리모델링을 결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타스리노베가 유일하다.”
지금까지 리노뱅크가 리모델링한 빈집 수는.
“판타스 테크놀로지 시절인 2017년부터 리노뱅크를 설립한 이후인 2023년까지 총 190채 이상의 빈집을 리모델링했다. 연평균 약 27채의 빈집을 리모델링한 셈이다.”
해외 고객도 있나.
“해외에도 투자 목적으로 일본의 빈집을 구매하거나 일본으로 이주를 계획하거나 휴가용 주택을 구매하려는 고객이 있다. 이들 중에는 구매한 빈집을 단기 임대 숙박 시설로 사용하려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도 빈집이 늘고 있다. 조언 부탁한다.
“한국에서도 신축 주택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중고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듯하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중고 단독주택 유통이 정체되면서 빈집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빈집 소유자는 가능한 한 빨리 시장에 빈집을 내놓아야 손해를 줄일 수 있다. 집이 노후화해 가치가 떨어지면, 시장에 내놓기 어려워진다. 일본에서는 빈집 문제가 사회문제가 된 이후 정부가 빈집 현황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는 동안 빈집 가치는 하락했고, 관리가 불가능한 빈집이 늘어났다. 한국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빈집 유통을 촉진하는 것이 우선이다. 초기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빈집 문제를 예방하고 주택 시장의 건강한 순환을 촉진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빈집 현황’ 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년 이상 전기나 상수도를 쓰지 않은 ‘정비 대상 빈집’만 전국에 13만2000채가 있다. 이 중 6만1000채는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방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