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원 마들렌메모리 대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사회적기업가 MBA, 전 오르그닷 근무
유재원 마들렌메모리 대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사회적기업가 MBA, 전 오르그닷 근무

글로벌 중고 패션 시장 300조원 시대. 세계 패션 기업이 하나둘 중고 거래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가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도입하고,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가 직접 중고 판매를 시작했듯,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노스페이스, 아미, 룰루레몬, 아크테릭스 등 200여 개 대형 패션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중고 거래 서비스를 구축해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국내 패션 대기업 중엔 코오롱FnC가 유일하게 자체 플랫폼 ‘오엘오(OLO) 릴레이 마켓’을 통해 자사 브랜드의 중고 의류를 매입해 재판매하고 있다. 코오롱FnC 브랜드 제품을 팔고자 하는 고객은 이곳에 판매 신청을 한 뒤 제품을 문밖에 두면 마켓에서 이를 수거한 뒤 검수해, 판매 보상 포인트를 지급한다. 포인트는 제품별로 정해져 있으며, 판매 조건을 충족한 제품에 한해 일괄 적용된다. 포인트는 코오롱FnC 자사 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보상 판매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브랜드 인증 중고 거래를 통해, 패션 기업은 매년 성장하는 중고 의류 시장에 진출할 기회와 고객 록인(lock-in·기업이 고객을 서비스에 묶어두는 전략)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선 중고 거래 시 구매자 물색과 가격 흥정을 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이 솔루션은 7년 차 스타트업 마들렌메모리가 개발해 운영 중이다. 코오롱스포츠, 시리즈, 쿠론, 슈콤마보니 등 코오롱FnC 산하 23개 브랜드뿐만 아니라 NSR, 포레포레 등 중소 패션 브랜드에도 솔루션을 제공한다. 닥스, 헤지스, 질스튜어트 등 브랜드를 가진 LF와도 전용 마켓을 구축해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중고 의류 시장 규모는 5조6000억원대로 추산된다. 국내 중고 의류 시장의 패션 시장점유율은 2023년 18.1%에서 2027년 24.3%까지 오를 전망이다. 유재원 마들렌메모리 대표는 “중고 의류 시장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2015년 이후 (당근마켓·번개장터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중심이 이동했지만, 고객 편의와 거래 품질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이를 브랜드 주도로 향상하는 솔루션이 바로 브랜드 인증 중고 마켓”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를 2월 18일 서울 강남구 한 공유 오피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료=스레드업
/자료=스레드업

브랜드 인증 중고 마켓’이라는 사업 모델에는 어떻게 이르게 됐나.

“마들렌메모리는 쇼핑 앱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첫 3년간은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21년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중고 의류 산업이 브랜드가 직접 개입하는 양상으로 변하는 것을 포착했다. 이를 통해 패션 기업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동시에 고객 경험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한국에서도 이 모델이 충분히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사업을 전환하게 됐다.”

어떤 점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나.

“먼저 중고 의류 시장의 규모(거래액 기준)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내만 해도 작년 5조원대에서 2028년 그의 두 배인 10조원대로 커질 전망이라고 한다. 그런데 ‘중고 거래’ 라고 하면 판매자와 구매자가 길거리 어딘가에서 어색하게 만나 쇼핑백을 교환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고객 경험의 품질이 낮다는 뜻이다. 구매 전 상품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기 어렵고, 사후 관리도 기대하기 어렵다. 새 상품을 구매할 때의 경험과 비교하면 경험의 차이가 현격하다. 

시장 규모가 이렇게 커졌는데도 고객 경험 품질이 낮은 것은 분명 문제다. 문제를 해결하는 덴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제품을 제조하고 유통한 기업이 직접 나서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마들렌메모리의 브랜드 인증 중고 마켓은 고객에게 어떤 차별화된 경험을 가져다 주나.

“압도적인 편리함이다. 의류는 중고 거래 성사율이 특히 낮다. 의류 특성상 사이즈나 색상, 원단 질감 등 구매 전 확인해야 할 상품 정보가 풍부해야 하기 때문에, 고가의 명품 옷이 아닌 이상 팔기도 어렵고 사기도 어렵다. 

그런데 우리 솔루션은 현금이 아닌 포인트로 보상하는 대신, 판매 신청을 한 뒤 문밖에 내놓기만 하면 알아서 수거해 매입한다. 기존 중고 거래 방식과 비교할 수 없이 편리하다. 팔기 전에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또 브랜드 운영사가 직접 운영한다는 점에서 애플이나 삼성의 ‘보상 판매’와 비슷하다. 특정 브랜드 의류를 자주 사는 고객이 신제품을 사서 입어 보고 싶은데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 입지 않는 해당 브랜드 옷을 팔아서 포인트를 쌓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이다. 

코오롱FnC를 예시로 들면 새 상품 평균 단가는 약 30만원, 중고 상품 평균 단가는 약 10만원이다. 입지 않는 옷을 내놓는 대신 30%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새 상품을 구매하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고객사(패션 기업)는 어떤 효과를 누리나.

“중고 시장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사업적인 가치를 함께 키울 수 있다. 브랜드 인증 중고 마켓은 단순히 의류 폐기물을 줄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프로그램으로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지속 가능 프로그램이 지속 가능하려면, 사업적으로도 가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중고 시장은 패션 기업이 사업적 이득을 취할 수 없는 구조였다. 우리 솔루션은 기업이 중고 시장까지 외연을 넓힐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외부 플랫폼에서 브랜드 중고 제품을 거래할 경우 기업은 아무런 이득을 보지 못하지만, 자체 플랫폼에서 거래하면 이득을 본다. 중고 제품을 판매한 고객이 교환받는 자사 몰 포인트는 거의 100% 사용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오롱FnC의 경우 브랜드 의류를 수십 벌씩 보유한 충성 고객이 많아 이 같은 효과가 크다.”

/자료=마들렌메모리
/자료=마들렌메모리

그간의 성과를 소개해 달라.

“OLO 릴레이 마켓을 운영한 지 3년가량 됐는데, 지난 1월까지 총 3만5000벌을 매입해서 2만7000벌을 판매했다. 판매 속도가 꽤 빠르다. 매입하고 한 달 내에 팔리는 비율이 59%에 달한다. 1년 내 소진율은 94%다. 

지난해 말 LF와도 계약을 완료해, 국내 5대 패션 기업(삼성물산 패션 부문·LF·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코오롱FnC) 중 두 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기존 의류 유통 산업 안에 ‘중고’라는 카테고리를 만드는 일을 하고자 한다. 지금은 유통은 온·오프라인 쇼핑몰, 중고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모바일 앱 중심으로 완전히 분리돼 있다. 둘은 서로 다른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