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S25가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함께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 상품을 3월 2일 출시한다. 2 일본 패밀리마트의 ‘컨비니언스 웨어’ 양말. /GS25, 패밀리마트 제공
1 GS25가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함께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 상품을 3월 2일 출시한다. 2 일본 패밀리마트의 ‘컨비니언스 웨어’ 양말. /GS25, 패밀리마트 제공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3월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함께 전용 상품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를 출시한다. 속옷, 양말, 티셔츠, 바지, 재킷 등 12종의 의류를 편의점 내 무신사 전용 매대에 선보일 예정이다.

과거에도 편의점에서 속옷과 양말 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 다만, 패션 아이템이라기보단 출장이나 갑작스러운 외박 등으로 급할 때 구입하도록 구비한 생필품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편의점이 패션 전문 업체와 별도 브랜드를 만들고 ‘제대로 된 옷’을 출시한다는 소식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GS25가 괜한 도전을 한 것은 아니다. ‘편의점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선 패션 자체 브랜드(PB)를 팔아 성공한 사례가 있다. 패밀리마트가 2021년부터 선보인 ‘컨비니언스 웨어’가 대표적이다. 우리말로 편의복으로 해석되는 이 브랜드는 파리 컬렉션에 참가한 이력이 있는 패션 디자이너 오치아이 히로미치가 디자인하고, 패밀리마트 모회사인 이토추상사로부터 섬유를 공급받아 제작한다.

처음엔 양말, 손수건, 티셔츠 등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재킷, 바지 등 50여 종의 의류를 판매한다. 대표 상품인 스웨트셔츠와 바지의 가격은 2990엔(약 2만8400원) 수준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일본 제조·유통 일원화(SPA) 브랜드 유니클로보다 더 저렴하다. 

2023년에는 도쿄 패션 중심지 하라주쿠에서 패션쇼를 열고, 넷플릭스, 프로야구팀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과 협업 의류도 선보였다. 그해 패밀리마트 의류 매출은 전년 대비 30% 성장해 100억엔(약 950억원)을 넘어섰다. 회사 전체 매출(약 3조엔)에 비하면 적지만, 중견 의류 브랜드에 준하는 수준이다. 패밀리마트의 2024년 의류 매출은 우리 돈 1000억원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 제품은 다양한 색상의 양말이다. 패밀리마트의 주조 색인 파랑과 녹색이 들어간 양말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를 모으며 출시 후 작년 10월까지 누적 2200만 켤레가 팔렸다. 한 켤레당 가격이 한화로 4000원 정도인 걸 고려하면, 양말만으로 880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호소미 켄스케 패밀리마트 사장은 “컨비니언스 웨어는 예정되지 않은 숙박이나 갑작스러운 비 등 긴급 수요에만 대응한다는 상식을 뒤집었다”면서 “걸어서 5분 거리 편의점이 패션 매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패밀리마트는 한발 더 나아가 최근 휴먼메이드의 창업자이자 명품 브랜드 겐조의 아티스틱 디렉터(예술 감독)인 니고(NIGO)를 디렉터로 영입했다. 디자이너이자 DJ, 프로듀서로 스트리트 문화를 이끄는 니고는 루이비통 디자이너와 함께 협업 패션쇼를 선보이는 등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니고는 패밀리마트에서 점포 및 전략 상품을 감독하고, 마케팅 캠페인 감수와 차세대 마케팅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할 예정이다.

일본 편의점 체인 로손도 편집숍 프릭스 스토어와 함께 ‘로손 프릭’이라는 의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살 수 있고, 입을 수 있는 옷’을 콘셉트로 내놓은 ‘인스턴트 니트’ 가격은 2970엔(약 2만8500원).  로손은 이 상품을 자체 온·오프라인 스토어와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조조타운 등에서 판매 중이다. 앞서 로손은 1만 개 매장에서 무인양품의 양말과 가방 등을 판매한 적이 있다.

2023년 11월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서 열린 패밀리마트의 ‘컨비니언스 웨어’ 패션쇼. 무대에 편의점을 세웠다. /패밀리마트
2023년 11월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서 열린 패밀리마트의 ‘컨비니언스 웨어’ 패션쇼. 무대에 편의점을 세웠다. /패밀리마트

성숙기 이른 편의점, 패션·뷰티로 영역 확장

담배와 도시락, 음료와 술을 팔던 편의점이 패션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기존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어서다.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 국내 편의점 수는 2023년 기준 5만5800여 개로 일본(5만5713개)보다 더 많다. 인구 950명당 매장이 1개꼴로 세계에서 편의점 밀집도가 가장 높다. 그렇다 보니 편의점의 수익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2024년 매출이 8조6988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516억원으로 0.6% 줄었다. GS25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5.1% 증가한 8조6661억원, 영업이익은 10.9% 줄어든 1946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점포 수 포화와 소비 침체에 따른 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뷰티 및 패션 특화 매장을 여는 등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옷은 ‘목적 구매’를 유발하고, 세련된 분위기로 고객을 즐겁게 한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패밀리마트는 ‘편의점 옷은 평범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디자인을 심플하게 하는 대신, 다양한 색상을 접목하고 기능성 소재를 사용해 패션 상품으로서 가치를 높였다. 그 결과, SNS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더 많은 고객이 매장을 방문했다. 2024년 패밀리마트의 6~11월 점포 매출은 6개월 연속 증가했다. 월평균 매출 증가율은 2.2%다. 반면, 업계 1위인 경쟁사 세븐일레븐의 점포 매출은 6~9월 4개월 연속 감소했다. 10·11월 매출 증가율은 0.3% 수준에 그쳤다.

국내에서도 이마트24가 매년 겨울 패딩 조끼와 목도리, 수면 양말, 타이츠 등으로 구성된 ‘편웨어(편의점+웨어)’를 선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일부 매장을 패션·뷰티 특화 매장으로 꾸려 차별화를 시도했다. 편의점은 아니지만, 초저가 할인점 다이소가 패션 상품을 판매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다이소는 패딩 조끼와 플리스 재킷, 후드 티셔츠 등을 균일가 5000원에 선보였는데, 2024년 10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의류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다만, 편의점의 좁은 매장 면적은 패션 상품 판매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의 평균 면적은 72㎡(약 22평)로 일본 편의점의 절반 수준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를 높이고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패션, 뷰티 상품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과거엔 편의점에서 와인을 팔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편의점 와인이 보편화됐듯, 패션에서도 인식을 바꾸려는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은영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