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자2’를 제작한 쟈오쯔 감독. /바이두
‘너자2’를 제작한 쟈오쯔 감독. /바이두

지난 1월 29일 개봉한 중국 판타지 애니메이션 영화 ‘너자2(哪吒之魔童闹海·나타: 악동의 바다 소동)’가 흥행 대기록을 세우면서 메가폰을 잡은 쟈오쯔(饺子·45) 감독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의대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3D 애니메이션을 배워 이 분야에 뛰어든 이력은 물론, 처음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부터 너자2까지 줄줄이 대박을 터트린 ‘애니 천재’라는 점 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쟈오쯔 감독은 이번 성공으로 수천억원의 수익을 손에 쥐면서 중국 애니메이션의 대표 주자로 거듭나게 됐다.

중국 온라인 티켓 판매 플랫폼 마오옌에 따르면, 2월 15일 기준 쟈오쯔 감독은 박스오피스 누적 매출 1위에 올랐다. ‘너자1(哪咤之魔童降世·나타: 악동의 탄생)’과 너자2를 비롯해 총 네 편의 영화가 각각 우리 돈 1조원을 웃도는 매출을 올린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쟈오쯔 감독은 중국 영화계 거장으로 꼽히는 장이머우는 물론, 코믹 액션 탐정물 ‘당인가탐안(唐人街探案)’으로 사상 첫 100억위안(약 1조9869억원)을 돌파했던 천쓰청 감독과 황비홍 시리즈로 유명한 쉬커 감독을 모두 제쳤다.

교자 만두 좋아해 예명도 ‘쟈오쯔’

1980년 쓰촨성 루저우에서 태어난 쟈오쯔 감독의 본명은 양위(楊宇)다. 쟈오쯔를 예명으로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교자(饺子·중국어 발음 쟈오쯔) 만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2009년 처음 프로덕션을 세울 때 이름을 ‘쟈오커리(饺剋力)’라고 지었는데, 이는 교자와 초콜릿(巧剋力·중국어 발음 챠오커리)’을 합한 것이다. 중국과 서양 문화를 결합한다는 의미인데, 이후 발음이 어려워 ‘쟈오쯔 공작실(프로덕션)’로 바꿨다고 한다.

쟈오쯔 감독은 쓰촨대 화시약학원(현 쓰촨대 의학원)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는데, 대학 3학년 때부터 독학으로 3D 애니메이션을 배우기 시작, 진로를 이쪽으로 틀었다. 6개월간 독학 후 애니메이션 광고 회사에 취직해 디자인부터 후반 작업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객의 요구와 비용, 인력 등의 제약으로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하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고향인 루저우행을 택했다. 

이후 3년가량 부모님 지원을 받아 2008년 단편 애니메이션 ‘큰 수박을 치고, 친다(打, 打个大西瓜)’로 데뷔해 국내외에서 30여 개 상을 받았다. 이어 프로덕션을 본격 설립하고 처음 내놓은 애니메이션이 너자1이다. 이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쟈오쯔 감독과 그의 팀은 게임 회사의 특수 효과나 결혼식 비디오 편집 등 돈 되는 각종 외주 업무를 수행하며 8년을 버텨야 했다. 그렇게 탄생한 너자1은 박스오피스 매출 50억3500만위안(약 1조원)으로 역대 중국 영화 매출 4위에 올라 있다. 이후 6년간의 고군분투 끝에 세 번째 영화인 너자2를 내놨다. 

쟈오쯔 감독은 성공의 원동력이 가족에게서 나왔다고 했다. 너자 시리즈는 16세기 명나라 요괴 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에 나오는 고대 신화 캐릭터 너자(哪吒)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쟈오쯔 감독은 ‘뼈는 아버지에게, 살은 어머니에게 돌려준다’는 원작 속 표현을 따서 부모 자식 간 사랑을 강조했는데, 이는 개인적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쟈오쯔 감독은 아버지가 별세 직전 3만위안(약 596만원)의 저축을 ‘마지막 지원금’ 으로 건넸다는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세계 애니메이션 1위에 오른 너자2. /바이두
세계 애니메이션 1위에 오른 너자2. /바이두

너자2는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2월 19일 기준 너자2는 123억5800만위안(약 2조4558억원)의 매출을 기록, 디즈니·픽사의 ‘인사이드아웃 2’를 제치고 세계 흥행 1위 애니메이션에 올랐다. 글로벌 영화 흥행 순위에서도 중국 영화 최초로 8위에 올라 있다. 마오옌은 너자2 박스오피스 매출이 160억위안(약 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럴 경우 너자2는 글로벌 영화 흥행 순위에서 1997년 개봉한 미국의 ‘타이타닉’ 에 이어 5위에 오르게 된다. 

너자1에 이어 후속작까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쟈오쯔 감독도 거액을 손에 쥘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 매체 ‘신랑재경’은 2월 13일 기준 쟈오쯔 감독의 수익은 16억4500만위안(약 3268억원)이며, 너자2 흥행 매출이 160억위안까지 오를 경우 쟈오쯔 감독이 20억위안(약 3974억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Plus Point

하늘 궁전이 펜타곤?… 中 극장가 휩쓴 反美 코드

‘너자2’에 나오는 천상계 심장부, 옥허궁. 미국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과 닮았다. /바이두
‘너자2’에 나오는 천상계 심장부, 옥허궁. 미국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과 닮았다. /바이두

너자2는 미국과 중국 간 벌어지는 패권 경쟁을 꼬집었다는 점 때문에도 중국 관객의 ‘n차 관람’을 끌어내고 있다. 너자2 외에도 1900년대 전후 미국에서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던 중국인 노동자 ‘쿨리(중국어 쿠리·苦力)’가 등장하는 영화도 너자2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 극장가를 반미(反美) 코드가 휩쓸고 있는 셈이다. 

너자2는 명나라 소설 ‘봉신연의’에 나오는 신화 속 영웅, 너자를 주인공으로 각색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너자2를 깊게 들여다보면, 미국과 중국 간 벌어지는 패권 다툼에 대한 은유가 녹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너자가 천상계의 부조리함에 맞서는 과정을 통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한 중국의 저항을 암시하고, 다자간 공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상계의 심장부인 ‘옥허궁(玉虛宮)’이 미국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과 꼭 빼닮은 점, 달러($) 기호를 닮은 패턴이 곳곳에 등장하는 점, 영생을 얻은 이들이 받는 옥패에 미국의 독수리 상징이 그려져 있는 점 등도 이 영화가 미국을 겨냥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캐릭터 설정에도 중국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반영됐다. 천상계의 권력자인 무량선옹(无量仙翁)이 대표적이다. 이 인물은 절대적 권한을 휘둘러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는 미국이 여러 구실로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해 분쟁을 일으키는 것을 표현했다고 한다. 동해 용왕인 오광(敖光)은 무량선옹을 두고 “세상의 등대라고 주장하지만 모든 생명체를 해친다”라고 말한다. 이 역시 ‘민주주의의 등대’라면서도 국제적 혼란을 일으키는 미국의 행태를 꼬집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영화는 너자2뿐만이 아니다. 현재 너자2에 이어 중국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는 천쓰청 감독의 ‘당탐(唐探) 1900’에도 이러한 코드가 숨겨져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0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이다. 백인 살해 사건 용의자로 중국인이 지목되면서 차이나타운이 폐쇄 위기에 놓이는데, 주인공들이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 장르는 코미디 액션으로 분류되지만, 중국인은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당시 미국에 있던 중국인 저임금 노동자, 이른바 쿨리에게 주목한다. 주인공 아귀(阿鬼)의 아버지도 미국 철도 건설에 참여한 쿨리였다.

실제로 19세기 말 망해가는 청나라의 농민은 미국으로 건너가 도로, 철도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SOC) 공사 현장에서 낮은 임금을 받고 일했다. 당시 이들은 각종 차별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이때 자국민이 미국 노동시장의 공백을 메우고 미국의 경제 발전과 사회적 안정에 기여했지만, 미국은 이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인이 술을 마시며 파티를 벌이는 동안, 중국 노동자는 뜨거운 태양 아래 기름에 흠뻑 젖어 있는 영화 속 장면이 대표적이다. 중국 내 한 기업인은 “지금 미국이 이렇게 발전하기까지 중국의 역할도 분명히 있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영화 같은 콘텐츠에 대해 엄격한 검열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중국 영화관 상영 시간 대부분을 너자2와 당탐 1900이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가 ‘반미’ 여론 형성을 적어도 묵과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 벌이는 무역 전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이 경기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미국과 빠른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지만, 오히려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베이징=이윤정 조선비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