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날아든 ‘2032년’ 충돌 경고
태양계에는 바위와 금속, 얼음으로 된 작은 소행성과 혜성이 150만 개 이상 떠돌고 있다. 과학계는 이 중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약 3만4600개를 면밀히 추적 중이다.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정체를 숨기고, 유령처럼 태양계를 떠돌고 있다.
2024YR4가 아틀라스 망원경에 포착된 건 2024년 12월 27일이다. 역추적을 했더니, 같은 달 25일과 26일에도 포착됐다. ‘도시 킬러’로 불리는 대형 소행성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 유엔(UN)이 지정한 자문 그룹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IAWN)는 분석을 진행한 뒤, 1월 29일 “(2024YR4는) 지름이 40~90m에 달하며, 2032년 12월 22일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1.3%에 이른다”고 했다. IAWN이 2013년 유엔총회에서 정식 자문 그룹으로 승인된 이후, 1%가 넘는 충돌 확률을 유엔 회원국에 경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우주항공청에도 상황이 공유됐다.
NASA가 주도하는 IAWN은 심각한 피해를 낳는 소행성의 충돌 위험을 예측하고 연구하는 전문가의 국제 네트워크다. 지름이 10m 이상인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1% 이상인 경우 유엔총회와 회원국에 통보해야 한다. IAWN과 함께 출범한 우주임무계획자문그룹(SMPAG)은 우주탐사 국가의 대표 모임으로, 유럽우주국(ESA)이 주도한다. IAWN과 SMPAG는 모두 2024YR4에 주목하고 있는데, 이례적으로 충돌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소행성 충돌 피해를 나타내는 토리노 등급에 따르면, 2024YR4의 충돌 위험 등급은 3이다. 토리노 등급은 충돌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를 0등급으로, 충돌이 확실하고 지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상황을 10등급으로 본다. 토리노 3등급은 2004년 발견된 소행성 아포피스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다. 대형 건물 크기인 지름 40~90m로 추정되는 소행성 2024YR4는 충돌 시 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정도의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계는 충돌 시 지구에 피해를 주는 소행성의 최소 크기를 10m로 보고 있다. 2013년 2월 지름 20m 소행성이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 진입하면서 충격파를 발생했는데, 당시 약 1500명이 다쳤다. 앞서 1908년 러시아 퉁구스카에 지름 50m의 소행성이 떨어졌을 때는 2000㎢에 이르는 면적이 파괴됐다.
2024YR4가 충돌할 곳으로 보이는 지역에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100개 도시 중 8곳인 콜롬비아 보고타와 코트디부아르 아비장, 나이지리아 라고스, 수단 하르툼, 인도 뭄바이와 콜카타, 방글라데시 다카 등이 들어간다. 이들 도시의 인구 총합은 1억1000만 명 이상이다.
충돌 가능성 올 상반기 중 판가름
2월 4~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IAWN과 SMPAG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한국에선 문 책임연구원이 IAWN에, 조성기 천문연 우주위험감시센터장이 SMPAG에 참석했다. 각국 전문가는 이 자리에서 소행성 궤도를 정확하게 모니터링하는 한편, 충돌 위험 여부를 논의하는 회의를 이르면 4월 말이나 5월 중 열기로 했다.
소행성의 충돌 확률을 알려면 소행성 궤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컴컴한 밤하늘에서 작은 소행성을 찾기란 불이 꺼진 방에서 희미한 빛에 의지해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 배경 별에 의지해 수많은 관측을 통해 정확한 입체 궤도 값을 얻어야 한다. 특히 충돌 피해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려면 소행성 크기와 재질을 살펴보는 관측이 필수적이다. NASA와 ESA는 지난 1월부터 유럽남방천문대의 초대형 망원경과 미국 뉴멕시코주 마그달레나 리지 천문대 등 대형 망원경 50개를 동원해 350회 이상 관측했다. 과학계는 4월까지를 소행성 2024YR4의 관측 최적기로 본다. 2024YR4가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는 탓이다.
NASA는 첨단 우주 망원경도 긴급 투입했다. 3월부터 5월 20일까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동원해 2024YR4의 궤도와 크기 추적에 나선다. 연구자는 2024YR4가 멀어지면 소행성이 반사하는 희미한 열까지 포착할 수 있는 적외선 망원경이 추적에 더 유리할 것으로 여긴다. IAWN과 SMPAG는 올 상반기 중 소행성 궤도와 충돌 확률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산출한다는 계획이다. 문 책임연구원은 “2025년 상반기쯤에는 2024YR4가 지구에 충돌할지, 작은 촌극으로 끝날지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른 소행성처럼 충돌 확률은 시간이 흐르면 0에 수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04년 발견된 소행성 아포피스는 2029년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7%로 계산됐지만, 추가 관측 결과, 충돌 가능성이 더는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지구 충돌 확률 높을 땐 궤도 변경 추진
과학계는 섣부른 종말론을 경계하면서도 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 영국 레딩대 제임스 오도노휴 교수도 사이언스 미디어센터에 보낸 서신에서 “NASA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동원하고 높은 수준의 대응을 보이는 건 그만큼 심각한 주의를 요구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소행성 충돌이 예상되면 대응 방법이 없지 않다. 인류가 가진 한 가지 선택지는 우주선을 소행성과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일이다. 2022년 지구와 1000만㎞ 이상 떨어진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소형 우주선을 부딪히게 해 궤도를 틀어버린 다트(DART) 실험이 대표적이다. 문 책임연구원은 “NASA의 다트 임무 성공으로 인류가 소행성 방향을 바꾸는 수단을 갖게 됐지만, 실제 성공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결과가 나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4YR4의 궤도를 바꾸려 한다면 다음에 지구에 접근하는 2028년 12월이 유일한 기회다.
서구 사회가 과학자 중심의 행성 방위를 꾀한다면, 중국은 국가 단위로 시동을 건다. 중국 국가국방과학기술공업국(SASTIND)은 2월 초 구인 광고를 내고 항공우주공학, 국제 협력, 소행성 탐지 등 세 개 분야에서 활동할 행성 방위군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2027년 소행성 2015XF261을 대상으로 궤도 변경 테스트를 준비한다.
NASA는 2월 들어 2024YR4의 충돌 확률을 계속 상향 조정 중이다. 과학계가 2025년 상반기 중 소행성 충돌에 대한 종합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내놓을 때까지 ‘소행성 충돌설’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국제사회에 긴장감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