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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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하 한은) 기준금리가 2년 4개월 만에 2%대로 회귀했다. 2월 25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2.75%로 25bp(1bp= 0.01%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2024년 10월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낮추면서 시작된 통화정책 완화 사이클의 세 번째 금리 인하다. 지난해 10월, 11월 2회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한 한은은 2025년 1월에는 달러당 1450원을 넘어선 원화 약세 등을 이유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한은은 이날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1.9%)를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 심리 위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불확실성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날 처음 공개된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한국 경제가 2023년(1.4%) 이후 4년 연속 2% 이하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창용 총재는 “(한국 경제는) 구조조정 없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산업을 키우지 않고 기존 산업에만 의존해 왔다”면서 “내년 성장률 1.8%(잠재성장률 수준)는 우리 실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美 고율 관세 땐 韓 성장률 1.4%까지 후퇴

한은의 2025년 성장률 전망치는 2024년 2월 2.3%에서 5월 2.1%, 11월 1.9%로, 순차적으로 내려왔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한꺼번에 0.4%포인트 낮춘 것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그나마 관세 폭탄 충격이 철강, 알루미늄 등 25%부과가 확정된 일부 품목에 제한되고, 반도체·자동차·의약품 등 주력 상품은 저율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는 ‘중립적’ 전망을 전제로한 것이다.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한 후 장기간 유지하고, 주요 관세 부과국이 보복 관세로 대응하는 ‘비관적’ 시나리오의 경우 올해와 내년 한국의 GDP 성장률은 각각 1.4%로 추락한다는게 한은의 전망이다.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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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별로는 건설 투자(-2.8%) 감소가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 소비(1.5%) 등 내수 부진이 지속할 전망이다. 특히 수출 증가율이 2024년 6.3%에서 0.9%로 급격히 둔화하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같은 기간 990억달러(약 142조1640억원)에서 750억달러(약 107조7000억원)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중국 제조업의 공급과잉이 수출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영향으로 수출 증가세는 예상에 못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2025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024년(16만 명)의 절반을조금 웃도는 10만 명으로 둔화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4년(2.2%)보다 낮은 1.9%로 둔화할 것이라는 종전 전망이 유지됐다. 근원 물가 상승률도 2024년 2.2%에서 1.8%로 낮아질 전망이다.

“‘환율 상승→물가 충격’ 과소평가” 지적도

그러나 202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이하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의문을 나타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2024년 12월 이후 달러당 1400원 수준으로 훌쩍 뛴 원·달러 환율은 전년 대비 10% 이상 절하된 상태다. 이로 인해 수입 물가 상승률은 2024년 12월부터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수입 물가 상승분 50%가 1분기 이내 생산자 물가 상승으로 전가되며, 생산자 물가 상승분 10%가 1분기 이내 소비자물가에전가될 전가될 것이라는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환율 폭등 충격이 2025년 1분기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4년 하반기 1%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5년 1월(2.2%) 2%대로 재진입했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 등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400원 초중반의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면서 “한은이 최근의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 충격을 다소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권효성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도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할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이)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 인하 시사⋯ 20兆 추경 주문

이 총재는 경기 급락을 막기 위한 2회 이상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올해 2월 금리 인하를 포함해 (2025년 중) 2~3회 정도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시장 전망이 우리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2.75% 수준이면 중립 금리 상단이나 그보다 좀 더 위쪽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추가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 여섯 명 중 네 명은 3개월 내 현 2.75%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였다”고 전했다. 이에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5·8·11월 25bp씩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고 했다. 경기 대응을 위해 금리 인하뿐만 아니라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창용 총재는 “15조∼20조원 추경은 성장률을 0.2%포인트 정도 올려서 올해 성장률이 1.5%에서 1.7%가 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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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 대비” 세계 중앙은행 금리 인하 행진,
높아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영향 주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1월 20일(이하 현지시각)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대비해 온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2024년 9월 이후 기준금리를 100bp 인하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로 지난 1월부터 금리 동결로 돌아선 가운데 다른 나라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로 돌아섰다. 

2월 18일 기준금리를 연 4.35%에서 4.10%로 25bp 인하한 호주 중앙은행(RBA)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기준금리를 연 4.35%까지 올린 RBA는 부동산 가격 불안 등을 이유로 2023년 11월 이후 1년여 동안 금리 동결을 지속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도 2월 19일 기준금리를 연 3.75%에서 3.20%로 50bp 인하했다.

미국으로부터 25% 관세 부과 압박을 받는 캐나다의 캐나다 중앙은행은 2024년 12월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하는 빅 컷(big cut)을 단행했고, 지난 1월에도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25bp 인하했다. 같은 처지인 멕시코 중앙은행도 2월 7일 기준금리를 10.00%에서 9.50%로 낮추는 빅 컷으로 경기 하강에 대응했다. 

인도 중앙은행(RBI) 또한 2월 7일 기준금리를 25bp(연 6.50→6.25%) 인하했다. 2020년 5월 이후 5년여 만의 금리 인하다.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기준금리를 25bp(연 4.75→4.50%) 인하했다. 유럽 중앙은행도(ECB) 1월 30일 25bp 금리를 내렸다. 

반면, 장기간 제로(0) 금리를 유지한 일본의 일본은행(BOJ)은 1월 24일 기준금리를 0.50%로 25bp 인상했다. 2024년 7월 이후 6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재개한 것이다. 일본의 1월 소비자물가가 4.0%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있어 BOJ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1월 초 달러당 158엔 수준이었던 환율은 최근 149엔까지 내려왔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 하락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엔화로 조달한 자금으로 투자된 자금의 이탈)이 본격화하면, 국내 유입 외환 자금 이탈로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커지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정원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