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서스(인구주택총조사)를 구성하는 질문 항목은 그 시대의 ‘관심사’를 대표한다. 1925년 최초의 센서스에선 성명, 성별, 출생 연월일(당시는 출생 연월), 배우 관계(혼인 상태), 민적·국적(당시는 본적·국적) 등 단 다섯 개 항목만 조사했다. 이는 인구의 기본 항목으로 현재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00년 동안 여러 전문가의 고심을 거쳐 수많은 항목이 생겨나고 또 자취를 감췄다. 1950년대엔 전쟁 후 손발을 잃었는지를 묻던 항목이 있었고, 1960·1970년대엔 문맹 여부와 아궁이·변소 형태를 묻는 항목이 있었다. 올해는 ‘비혼 동거’와 ‘영케어러(Young Carer·가족 돌봄 청년)’ 관련 항목이 생긴다. 100년 전 다섯 개로 시작했던 센서스 항목 수는 오늘날 55개에 이른다.

1960년엔 ‘아궁이·변소’, 2000년엔 ‘이동전화기·자동차’
일제강점기에 센서스는 전시 동원 인력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집됐다. 중일전쟁 중 실시된 1940·1944년 센서스가 그렇다. 1940년엔 ‘지정(指定·행정 관청이 자격을 준) 기능’ ‘병역 관계’ ‘출생지’ ‘본적지’ ‘소속 산업 및 직업’(1937년 7월 1일 중일전쟁 시작 시기와 1940년 10월 1일 현재 기준)을 물었고, 1944년 조사에서도 비슷한 항목이 포함됐다.
6·25 전쟁 후 실시한 1955년 센서스에선 장애 상태를 조사하는 항목이 등장했다. 당시엔 ‘불구자’란 용어가 쓰였는데, 전쟁 후 부상 정도를 파악하려다 보니 항목도 ‘실명(失明)-양(兩)·단(單)’ ‘수절단(手切斷)-양(兩)· 단(單)’ ‘족절단(足切斷)-양(兩)·단(單)’ ‘농아(聾啞)’로 구성된 식이었다. 1980년에는 심신 장애라는 조사 항목으로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이상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는 가구원이 있는지도 조사되기 시작했다.
문맹 여부를 조사하던 시절도 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엔 ‘가나(仮名·일본어)를 읽고 쓸 수 있나?’ ‘한글(諺文)을 읽고 쓸 수 있나?’를 물었고, 1970년 ‘글을 읽고 쓸 수 있나?’란 질문을 마지막으로 문맹 여부를 묻는 항목은 사라졌다. 지금은 교육 정도나 전공을 묻고 있다.
영유아 사망이 흔했던 1960년부터는 ‘총출생아 수’를 묻기 시작했다. 특히 1966년부턴 총출생아 수를 ‘생존 자녀 수’와 ‘사망 자녀 수’로 구분해 조사하게 했다. 이는 가장 최근 센서스까지도 포함된 항목이었는데, 올해부턴 ‘시대착오적’이란 비판 등을 수용해 조사하지 않기로 했다. 2005년에는 저출생 문제가 부각되면서 ‘추가 계획 자녀 수’도 묻기 시작했다.
인구뿐 아니라 ‘주택’에 관해서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이다. 당시 부엌·목욕실· 광·전등·라디오·외양간 유무를 조사했다. ‘시멘트’ ‘수세식’ ‘토혈식(土穴式·흙구덩이)’ 등 변소 형태나 아궁이 형태도 물었다. 같은 질문도 집의 형태가 바뀌면서 항목이 변화했다. 1970년엔 주택 급수 시설, 1980년엔 목욕 시설 형태를 물었다. 1960년 ‘개인’ ‘호텔·하숙’ ‘공공건물’ 등으로 단출했던 ‘거처의 종류’ 항목도 오늘날엔 ‘아파트’ ‘오피스텔’ 등 10가지로 그 종류가 대폭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선 자동차 보유 대수 항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또 컴퓨터·인터넷 활용 상태와 개인 휴대용 통신기를 사용하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도 등장했다. 개인 휴대용 종류로는 ‘이동전화기’ ‘무선호출기’ ‘없음’이 제시됐고, 이를 ‘매일’ ‘일주일에 1번 이상’ ‘한 달에 1번 이상’ 등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도 고르도록 했다.
올해 ‘저출산·돌봄·다문화’ 방점…‘반려동물’은 빠져
센서스는 기본적인 사회 실태 파악뿐 아니라, 당시의 ‘주요 정책’ 수립을 위해 필요한 자료로서도 수집된다. 이 때문에 통계청은 센서스를 시행하기 전 사회 각계각층과 정부 부처의 요구·자문을 받아 항목 선정에 공을 들인다.
저출산·고령화 이슈가 당면한 큰 위기인 올해엔 비혼 동거 항목이 처음 생긴다. 사실혼을 포함해 어떤 혼인 형태도 이루지 않았지만, 함께 살고 있는 가구의 현황을 파악하고자 함이다. 이는 저출생 문제뿐 아니라, 사회의 다양성 문제와도 연관될 수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금은 혼인 신고를 한 대상자 위주로 정책이 만들어지는데, 법적 테두리 밖에 있는 사람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며 “비혼 동거하는 가구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정확히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질문을 던짐으로써 ‘전통적 형태의 가족을 넘어서 확장된 개념의 가족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됐다’는 의식을 국민에게 주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족 돌봄 시간’과 관련한 항목도 구체화해 추가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장애·건강· 고령 이슈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가족 내에서 ‘누가’ ‘얼마나’ 돌보고 있는지 보겠다는 것”이라며 “학교를 가야 하지만 집안에 돌볼 사람이 필요해 학교생활에 집중하지 못하는 영케어러 이슈에 대해 파악해 볼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의 ‘한국어 실력’도 처음 묻게 된다. 외국인 고용 조사 등 지엽적 조사에서 물어본 적은 있지만, 센서스에 해당 항목이 포함된 건 처음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다문화 가구가 많아지고 있는데, 가구 내에서 어떤 언어를 주로 쓰는지에 따라 가족 관계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작용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밖에 올해는 끝자리 ‘5년’마다 10년 주기로 실시하는 ‘종교’ 항목도 들어가, 종교계의 관심도 상당하다. 2015년 센서스 당시엔 ‘개신교’ 인구가 사상 처음을 ‘불교’ 인구를 추월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시대에 따라 새로 삽입되는 항목이 있다면, 빠지는 것도 있다. 사망 자녀 수를 포함해 출산력을 묻던 항목을 비롯해, 지난 센서스에 처음 들어갔던 ‘반려동물’ 그리고 ‘소화 시설’ ‘혼인 시기’ 등은 제외하기로 했다. 행정 자료로도 충분히 수집 가능하거나, 센서스가 아닌 여타 다른 조사로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사항이어서다.
“55문항, 한 사람당 10분 소요… 꼭 참여해 주세요”
센서스 항목을 구성하는 데는 통계 수집의 목적뿐 아니라, ‘응답자의 응답 부담’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에 여간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항목 수를 한꺼번에 확 늘릴 수도 없고, 응답자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차별적일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서도 안 된다. 다만 다량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매우 ‘귀한’ 기회이기 때문에, 편의성을 고려해 마냥 약식으로만 진행할 수도 없다.
한 항목을 넣고 빼는 데도 수십 번의 회의를 거친다는 것이 통계청 측 이야기다. 올해 센서스 항목의 개수는 직전 ‘2020 인구주택총조사’와 마찬가지로 55개다. 항목에 응답하는 데는 1인당 10분, 가구원이 2~3인이라면 20~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김서영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은 “나를 위한 정책의 바탕이 되는 하나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마음으로, 꼭 성실하게 응답해 주면 감사하겠다”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