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양식품이 2024년 영업이익률 20% (19.9%) 고지를 밟았다. 2월 5일 공시한 지난해 실적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7300억원, 영업이익은 3442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해보다 각각 45%, 133%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19.9%를 기록했다. 2023년 12%에서 급상승했다. 20% 영업이익률은 식품 업계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수치다. 지난해의 경우, 주요 식품 기업 가운데 삼양식품이 유일했다.
국내 식품 업계는 오래전부터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작은 시장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 치열해 이윤을 높게 붙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식품 업계에서는 영업이익률 10% 달성도 어려운 목표치로 여긴다.
소위 ‘3조 클럽’으로 불리는 국내 주요 식품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7%대다. 라면 업계 경쟁사 농심은 연평균 영업이익률이 5~6%대다.

1│단가 높은 선진국 수출 시장 SNS로 공략
삼양식품은 지난해 미주와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매출 구성을 보면, 미주(29%)와 유럽(19%) 비중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들 시장은 소비 수준이 높고, 구매력도 강하다. 대신 그만큼 진입이 어렵다. 특히 삼양식품 주력 상품 ‘불닭볶음면’은 소비자 선호도가 분명히 갈린다.
삼양식품은 2016년 수출 초기부터 현지화에 집중했다. 유명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소셜미디어(SNS)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2024년 기준 틱톡에서 ‘불닭챌린지(#BuldakChallenge)’ 해시태그는 여전히 50억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삼양식품은 소비자 눈에 잘 보이는 월마트·코스트코·타깃 같은 대형 유통망에 불닭볶음면을 입점했다.
삼양식품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68%에서 2024년 77%로 9%포인트 증가했다. 어느덧 네슬레(95%)나 크래프트하인즈(85%) 같은 세계적인 거대 식품 기업에 근접했다.
해외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은 국내보다 훨씬 비싸게 팔린다. 미국 월마트에서 불닭볶음면 1봉지 가격은 세금을 제외하고 1.5달러(약 2300원)다. 프랑스에서는 1.7유로(약 2800원)를 받는다. 쿠팡을 기준으로 한 국내 판매 단가(ASP)는 이들의 절반에 못 미치는 1000~1100원 수준이다. 물류비와 마케팅 비용을 감안해도 해외에서 더 이익이 많이 남는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물량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해외 수요가 급증했다”며 “국가별로 불닭볶음면 맞춤형 이벤트를 벌이고, 브랜드 캠페인으로 현지에서 입지를 강화한 게 주효했다”고 했다.
2│원화 약세 효과 극대화한 생산·수출 전략
지난해 연말 한때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490원에 육박하는 등 원화 가치가 낮아졌다. 식품 기업 대부분은 원재료를 해외에서 사 온다. 국내에서 만들어, 국내 소비자에게 파는 기업은 환율이 상승하면 원가 부담이 커진다.
삼양식품도 라면 원료 상당 부분을 수입하거나 수입 후 가공한 기업 제품을 사서 쓴다. 현지 생산 기지가 없어 국내에서 만들지만 열에 여덟을 수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경상남도 밀양공장(제1공장)에서 만든다. 직원 임금과 제반 비용 등은 원화로 지불하고, 제품 수출 대금은 달러로 받는다. 원화로 제품을 만들고, 가치가 높아진 달러로 물건 값을 받으면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는 보통 분기에서 반기마다 구매하기 때문에 환율이 계속 오르지 않으면, 일시적인 비용만 감당하면 된다”며 “반면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결제할 때마다 환율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수출 매출액 80%가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적 이점을 십분 활용했다. 특히 북미 지역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해외 매출의 40%) 환차익이 약 3400억원 발생했다. 환차익이 영업이익률 7%포인트 상승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 내수 매출 대비 2.8배 높은 수익성 구조가 환율 상승과 맞물려 시너지를 창출한 셈이다. 금융 업계 전문가는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이 수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며 “특히 선진국 시장 비중이 높아 환율 효과를 더 크게 누릴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3│밀양공장 신설해 물류·생산 부담 줄여
삼양식품은 2022년 수출 전진기지로 밀양공장을 열었다. 세계적으로 불닭볶음면 인기가 치솟으면서 기존 익산·원주공장만으로수출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이었다.
삼양식품은 부산항을 통해 라면을 수출할 수 있는 지역으로 밀양을 선택했다. 밀양은 부산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내륙 운송료 부담을 줄이기 좋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밀양공장을 연 후 수출 내륙 운송료가 이전보다 63% 줄었다.
삼양식품은 밀양공장 생산 자동화율을 9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오는 6월 문을 여는 밀양 제2공장 건설에는 총 1643억원을 투자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제2공장은 제1공장보다 생산성을 30% 이상 높인 진화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문가는 ‘매운맛 챌린지’를 중심으로 한 K라면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제2공장 가동으로 삼양식품이 생산능력을 확충하면,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삼양식품은 2022년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이후, 올해는 2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연 매출이 1조원에서 2조원이 되기까지 3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농심이 12년, 오뚜기는 10년이 필요했던 것과 비교해 훨씬 빠른 기록이다.
제2공장은 연간 7억 개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 ‘규모의 경제’ 실현에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기존 제1공장은 수출 전용 설비 가동률이 95%를 웃돌았다. 그 결과 단위당 생산원가가 18% 줄었다. 특히 제1공장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배송 기한을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 미국이 고(高)관세정책을 확대하고 밀가루와 팜유 등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잠재적인 위협으로작용하고 있다.
삼양식품 국제화, 중기 벤치마킹

업계 전문가는 삼양식품 사례가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 집중화, 현지화 전략 심화, 생산성 혁신의 삼각편대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 2026년 연결 기준 매출은 2조172억원, 영업이익은 4246억원에 달할 것이다”며 “제2공장 증설분을 본격적으로 반영하는 시점에는 중남미와 유럽 지역 주요 시장 판매처 확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