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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 경제와 사회의 근간 요소이며 인류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안전한 지지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보험 업계 특유의 안전 지향적 문화와 언더라이팅 마진(Underwriting Margin·보험사가 순수하게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나타내는 지표) 및 지불 능력 중심 구조로 인해 혁신과 현대화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사업 부문 및 수익성에서 예측하기 힘든 급변동성이 발생하면 기존 전략으로는 지속적이고 최적의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손해보험 부문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기후 관련 손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최근 수년간 수익성이 악화했다. 위험 요인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예측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생성 AI(Generative AI) 등 더욱 강력한 도구에 힘입어 소비자가 각종 정보로 무장하면서, 보험사가 더 이상 후방만을 주시하면서 위험을 평가할 수 없는 입장이 됐다. 

보험사는 보험의 작용 방식뿐 아니라 소비자 및 보험 중개 기관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 또 기술 및 운용 역량을 강화하고, 상품 솔루션을 혁신하고, 보험 가치 제안을 확장해, 보험 안전망의 신뢰성과 접근성, 회복력을 강화해야 한다. 

보험사는 사업 모델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고객과 시장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는 손해보험료 급등에 따른 충격, 보험 보장 범위 축소, 첨단 기술 발전에 따른 사찰 공포 등을 오랜 기간 겪어 왔기 때문에 보험사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선 이해 당사자를 내 편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게다가 소비자 선호도와 기술 발전이 급변하는 만큼 독자적으로는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새로운 상품과 역량을 개발 또는 확보하는 것은 시간과 자본은 많이 소요되지만, 결과는 불확실한 일이다. 따라서 외부 업체와 협업하면, 고객과 중개 기관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속도와 경제, 지정학, 기후 관련 급변 사태에 효율적으로 적응할 유연성을 갖출 수 있다. 

기존 위험과 미지의 위험이 동시에 증대하는 만큼, 보험 업계는 변화와 불확실성 환경에서 재무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는 회복력의 원천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민첩하고 혁신적인 운용 모델과 첨단 기술 도입이 시급하다. 

칼 허시 딜로이트 - 미국 보험 부문 리더 미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재무학 MBA
칼 허시 딜로이트 - 미국 보험 부문 리더 미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재무학 MBA

손해보험(P&C)

지급 보험금이 늘자 손해보험사는 생존을 위해 평균보다 큰 폭으로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다. 2023년 실질 기준 전 세계 손해보험료는 전년 대비 3.9% 올랐다. 미국에서는 지난 3년간 재산 및 자동차보험료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율 및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앞질렀다. 독일과 일본은 부동산 보험료 상승률이 소득 증가율과 인플레이션율을 추월했다.

보험료 인상 전략은 보험사의 수익성은 개선하지만, 자연재해의 빈도와 피해 규모가 심화하는 환경에서 소비자는 보험 혜택을 받기가 한층 어려워진다. 이에 전 세계 규제 당국은 보험사의 투자 전략에서 기후 관련 리스크 산정 방식을 더욱 투명하게 명시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또한 취약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소비자의 보험 접근성과 혜택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025년에는 손해보험 부문 성적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이션율 상승과 공급난으로 최근 급증했던 지급 보험금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가 대폭 오르고 투자수익률도 올라 계약 보험료가 가파르게 상승한 데 힘입어 손해보험 부문 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적으로 보험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4년 약 10%에서 2025년 10.7%로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보험료는 2024년 3.3% 상승했고, 선진국이 보험료 수익 증대에 75%가량 기여했다.

손해보험사가 이처럼 회복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2025년에는 새로운 리스크와 변화하는 고객 기대가 보험 업계에 상당한 성장 기회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범산업적으로 인공지능(AI) 투자와 배치가 확산하는 만큼, AI 사용과 개발에 수반되는 배상 책임이 손해보험 업계에 큰 사업 기회로 부상할 전망이다. 딜로이트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AI 관련 보험료 총액이 2032년 약 47억달러(약 6조7492억원)에 달해 연평균 약 8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스위스리
/자료=스위스리

생명 및 연금보험(L&A)

L&A 부문에서는 고금리가 지속된 영향에 저축형 상품 수요가 촉발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높은 보장액을 찾는 가입자가 여전히 많아 확정 금리형 연금 수요가 한층 촉발되고 있다. 신흥국에서 중산층이 증가함과 동시에 각국 정부와 기업이 제공하는 연금 혜택이 줄어들면서, 향후 수년간 저축형 보험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L&A 부문은 현재 환경으로 수혜를 입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감염병 대유행)으로 촉발된 생명보험 수요나 금리 상승으로 촉발된 저축형 보험 수요는 L&A 부문 성장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운용 전문성과 전략적 민첩성을 기반으로 장기적 성장을 달성하려면, 의미 있는 전환이 필요하다.

글로벌 L&A 시장에는 여전히 충족되지 못한 니즈가 넘쳐나 그만큼 새로운 시장을 발굴할 기회도 무수히 펼쳐져 있다. 미국에서만 사망 보장 격차(사람이 필요로 하는 보장 수준과 실제 보유한 보험 보장 수준 간 격차)가 25조달러(약 3경5900조원)로 추정되고, 전 세계적으로 은퇴 연금 격차는 약 70조달러(약 10경520조원)에 달한다. 보험사가 디지털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이런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막대한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단체 보험

지난 수년간 보험 계약 유지율(갱신 보험료)이 상대적으로 높고 임금 상승률도 올라 단체 보험사가 추가 판매 증대에 의존하지 않고도 양호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고용 증가세가 둔화함에 따라 2025년에는 보험 계약 유지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딜로이트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미국 실업률이 4%를 초과하고 고용 비용 지수는 2024년 4%에서 2025년 3.3%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단체 보험사는 2025년 대체 수익원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첨단 운용 플랫폼 제공 업체 및 자체적으로는 확보하기 힘든 스킬과 역량, 데이터 소스를 제공하는 인슈어테크 기업 등 보험 생태계 내 참여자와 제휴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수익 추구와 사회 기여를 병행하는 스마트한 방법

보험 업계는 수익 추구와 사회 기여를 병행할 수 없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난 수년간 극심한 기상이변이 증가하는 가운데 물가 급등으로 자동차와 주택, 상업용 부동산 복구 비용까지 상승해, 보험 업계 손해액이 지탱하기 힘든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에 많은 보험사가 수익을 회복하기 위해 관련 상품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일부는 수익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보험상품을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돼, 인상된 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거나 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돼 보험 혜택을 충분히 또는 전혀 받지 못하는 인구가 늘었다.

하지만 혁신과 협업을 스마트하게 활용하면, 이런 비관적 환경을 회복력과 지속 가능성 강화 기회로 만들어 수익성과 공평성 사이 균형을 잡을 수 있다. 특히 첨단 기술과 대체 데이터 소스를 활용하면, 불어나는 손해액을 줄이고 수많은 이해 당사자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첨단 기술과 데이터 소스를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하면, 보험 업계가 신뢰를 구축하고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보험사와 보험 가입자, 사회 전반에 가장 이상적인 것은 보험금 청구 건수가 제로(0)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의 모든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험 산업은 적어도 이상에 근접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단을 더욱 많이 가지게 됐다. 2025년은 보험 산업이 장기적 성공을 위해 미개척 길로 들어서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칼 허시 딜로이트 미국 보험 부문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