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스 허사비스(오른쪽) 구글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2024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스티브 레비 와이어드 편집장과 단백질 구조 예측 AI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데미스 허사비스(오른쪽) 구글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2024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스티브 레비 와이어드 편집장과 단백질 구조 예측 AI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구글이 과학자를 도와 생물의학 연구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인공지능(AI) 과학자를 공개했다. 구글은 이 AI가 고급 추론을 통해 방대한 양의 과학 논문과 실험 데이터를 종합하고, 새 가설을 세우는 일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실제 연구에 적용한 결과, 일부 연구에서는 10년이 걸린 것을 이틀 만에 해결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줬다고 한다. 과학계는 AI 과학자가 지식 격차를 좁히고, 아이디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시간을 벌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논문 읽고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AI

구글은 2월 19일(현지시각) 생물의학 연구를 돕는 연구 보조용 ‘AI 공동 과학자(Co- scientist)’를 공개했다. AI 공동 과학자는 연구와 관련된 논문과 과학 데이터를 종합해 새로운 가설을 생성하고, 연구 계획까지 수립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앨런 카티케살람 구글 시니어 임상 과학자는 “AI 공동 과학자는 과학자에게 초능력 같은 능력을 부여해 보자는 발상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AI 공동 과학자는 구글 제미나이와 오픈AI 챗GPT 같은 거대 언어 모델(LLM)과 과학자처럼 사고하는 기능을 결합한 형태다. 구글의 폐쇄형 LLM 서비스 제미나이 2.0을 기반으로 한다. 과학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로 연구 목표와 선호 사항, 실험 제약과 기타 속성을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AI 공동 과학자는 특정 연구 주제에서 새로운 발견을 찾아내는 데 특화돼 있다. 가령 연구자가 ‘신약을 찾아줘’라고 말하면, 15분 이내에 첫 답을 내놓는다. 이어 자신이 내놓은 가설을 바탕으로 과업 순위를 매기고, 이르면 몇 시간, 늦어도 며칠 뒤 개선된 답을 도출한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에 공개된 수많은 과학 논문과 문헌을 검색하고,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자료를 찾는다. 단백질 구조를 예측해 신약 개발에 도움을 주는 구글 알파폴드 같은 AI 도구를 사용한다. 또 AI 공동 과학자는 스스로 끊임없이 문헌을 종합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며, 이를 검증할 새로운 가설과 가능한 실험을 제안한다. 비벡 나타라잔 구글 연구 책임자는 “AI 공동 과학자는 인간처럼 계속 아이디어를 다듬고, 토론하며 비판하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자료=네이처
/자료=네이처

과학자도 생각 못 한 새 해법 제시

호세 페나데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 연구진은 2013년부터 일부 슈퍼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면역이 있는 이유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연구진은 슈퍼 박테리아가 확산한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꼬리를 형성해 다른 종으로 퍼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해당 가설은 연구진만 알고 있었던 것이었고, 외부에는 발표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구글 AI 공동 과학자에 해당 연구의 핵심 주제에 대한 짧은 질문을 던졌다. AI 공동 과학자가 단 이틀 만에 내놓은 몇 가지 결론 중에는 연구진이 10년 동안 연구한 것과 동일한 것이 있었다. 페나데스 교수는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당시 연구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AI가 정보를 찾을 수 없었는데도 (우리) 연구와 같은 결과에 도달한 것에 충격받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AI 공동 과학자는 내 연구를 재확인하는 역할 이상을 했다”라며 “현재 AI 공동 과학자가 제시한 네 가지 가설 가운데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하나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AI 공동 과학자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기존 약물 중 간섬유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찾아내는 데도 도움을 줬다. 간섬유증은 간이 손상과 염증을 반복하면서 정상 조직이 비정상 결합 조직으로 변하는 질환이다. AI 공동 과학자는 간섬유증을 억제하는 잠재력이 있는 두 가지 약물 유형을 제안했다. 구글 측은 “AI 공동 과학자는 전문가가 주문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충분히 보여줬다”며 “추가 검증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AI 시스템이 과학자 연구를 강화하고 속도를 높일 길을 열었다”고 했다. 

잠재력 인정 vs 일자리·창의성 훼손

이미 산업과 일상에서 AI 활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구글이 AI 공동 과학자를 개발한 건 이상하지 않다. 더욱이 구글 AI 사업부 딥마인드는 과학과 인연이 깊다. 딥마인드는 2016년 바둑 AI 알파고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하면서 국제사회에 이름을 알렸고,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를 개발한 공로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구글 AI 공동 과학자는 최근 미국 오픈AI, 퍼플렉시티AI, 독일 바이오엔테크, 영국 인스타딥이 수십억달러를 들여 자체 AI 과학자·연구자 모델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출시됐다. 구글은 이런 AI 과학자가 의료부터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산업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AI 과학자를 보는 반응은 엇갈린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자신의 연구를 잘 이해하고 도와주는 동료 같은 느낌을 구글 AI 공동 과학자에게 느꼈다고 했다. 

일부는 AI 공동 과학자의 능력이 지나치게 포장됐다고 평가한다. 영국 과학 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항생제 내성에 관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의 연구는 이미 2023년 일부 공개됐던 내용이며, AI 공동 과학자가 내놓은 연구 결론도 특별히 새로운 것이 없다는 평가가 과학계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구글 AI 알파폴드도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AI 과학자의 등장으로 연구실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과학 연구에 인간이 보여준 다양성과 우연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창의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도 숙제로 떠올랐다. 다만 과학계는 대체로 AI 과학자가 요구 질문에 빠르게 응답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메리 라이언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 및 기업 담당은 “세계는 코로나19 같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과 식량 안보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시급한 요구 사항을 해결하려면 AI를 활용해 연구개발(R&D) 프로세스를 지금보다 가속화하고 과학적 발견과 선구적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도 AI 공동 과학자 프로젝트가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고 인정하는 한편, AI 공동 과학자는 어디까지나 보조적 도구임을 강조한다. AI 공동 과학자는 협업용일 뿐, 연구는 전적으로 인간의 몫이라는 것이다. AI 시스템이 어떻게 인간의 독창성을 더욱 키우고, 과학적 발전을 가속화할지에 구글은 무게를 두고 있다.  

박근태 조선비즈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