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전 세계 지속가능금융 발행액은 전년보다 11% 늘어난 1조6570억달러(약 2420조원)로 집계됐다. 즉, 이번 트럼프의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에너지전환에 대한 기업과 금융기관의 니즈까지 바꿔놓지는 못할 것으로 벨스 대표는 내다봤다.

ING은행은 네덜란드 최대 금융기관이다.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소매·기업금융을 제공한다. 한국엔 1991년 진출했다. 2017년 세계 최초로 지속가능성연계대출(SLL)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지속가능금융 부문 대표 주자로 꼽힌다. 벨스 대표는 ING은행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기업금융과 리스크 관리 업무를 전담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벨스 대표를 서울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야코마인 벨스 ING은행 지속가능 솔루션 그룹 글로벌 대표 /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경영학, 전 ING은행 글로벌 신용 구조조정 총괄 이사
야코마인 벨스 ING은행 지속가능 솔루션 그룹 글로벌 대표 /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경영학, 전 ING은행 글로벌 신용 구조조정 총괄 이사

지속가능금융이 생소하다. 무엇인가.

“쉽게 말해 금융을 통해 기업이 넷제로(Net Zero·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로, 풍력·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전환 기술에 투자하려는 기업 고객에 자금 대여 등 금융 지원을 해 주는 방법이 있다. 둘째로, 기업 고객의 지속 가능 전환 전략을 함께 논의하고 적절한 금융 전략을 설계해 주는 방법도 있다. ING은행도 전 세계 기업이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돕고 있다.”

금융기관이 기업의 탄소 감축까지 돕는다는 건가.

“그렇다. ING은행은 일명 ‘테라(Terra)’라는 접근법을 통해 자사 포트폴리오 내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산업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각 기업이 탄소 감축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고, 이를 이행할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도 평가한다. 만약 감축 목표가 명확하고 실행 계획이 탄탄한 기업이라면 더 낮은 금리의 지속가능연계 금융상품이나 추가 자금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반대로 에너지 전환 계획이 미흡한 기업에는 우선 공개적인 대화를 요청하고, 감축을 진행할 수 없거나 원하지 않을 경우, 때에 따라 ING은행과 해당 기업이 함께 진행하고자 하는 비즈니스에 대해더욱 엄격한 신용 조건을 적용한다. 최악의 경우 아예 금융 서비스를 중단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산업계가 받을 영향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지속가능금융엔 악재 아닌가.

“우선 ING은행이 정치적 의사 결정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할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 물론 이러한 정치적 결정이 지속 가능성 어젠다에 미칠 영향에 대해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관점에서 단기적인 변동성(turbulence)에 불과하다. 넷제로 경제로 전환이라는 장기적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지속가능금융 부문의 성과가 굉장히 좋았다. 녹색 채권을 포함한 지속가능금융 발행 규모가 2024년 1조657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1% 늘었다. 에너지전환에 대한 기업과 금융기관의 니즈가 굉장히 강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속가능금융 시장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자신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지속가능금융 시장을 강하게 이끄는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기업은 에너지전환을 위해 저탄소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기술, IT 솔루션 등 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을 도입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 투자를 뒷받침하려면, 금융 지원이 필수다. 둘째, 기업이 지속 가능성을 비즈니스 필수 요소로 받아들이면서 금융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탄소 감축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친환경 경영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도 지속가능금융 상품을 확대하고 있으며, 기업이 실질적으로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금처럼 자산 시장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투자자에게 안정적이고 유망한 투자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성이 높은 기업, 즉 명확한 전환 계획을 세운 기업은 미래 변화에 더 잘 대비된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기관은 기업을 평가할 때 탄소 감축 목표, 전환 계획의 실행 가능성, 리스크 수준을 분석한다. 이는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율과 경쟁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결국, 탄소 감축과 지속 가능 경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기업은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은 규제 변화에 따른 리스크 영향도 적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까지 훨씬 크다.”

자료=ING 리서치·BNEF
자료=ING 리서치·BN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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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워싱’에 대한 비판도 끊이질 않고 있다.

“오히려 그린 워싱 관련 비판이 제기된 후 업계 전반적으로 지속가능금융 상품에 대한 기준이 더 엄격해졌다. 지속가능금융 시장도 질적으로 발전했다. 기업이 실제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검증하는 절차가 강화됐으며, 이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지속가능금융 시장은 더 높은 투명성과 신뢰성을 유지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ING은행 역시 내부적으로 기준을 강화하며 이에 대응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한국의 기존 및 신규 고객사를 만나 지속가능금융 관련 파트너십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많은 한국 기업이 지속 가능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ING은행도 협력 기회를 폭넓게 논의하고자 한다. 이번에 BNK금융그룹과 지속가능금융 관련 업무 협약도 맺었다. 한국 정부도 신재생에너지 관련 여러 사업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ING은행의 방향성과도 잘 맞는다.”

한국의 지속가능금융 시장에 대한 첫인상은.

“매우 긍정적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가 돋보였다. 한국 기업 또한 에너지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해상 풍력, 친환경 선박, 데이터센터 등 지속가능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산업이 성장하고 있어 금융 지원의 기회도 많다고 본다.”

한국에서 인상적이었던 산업이 있나.

“조선업, 특히 친환경 선박 부문이다. 한국은 경쟁력 있는 조선사와 선사가 많다. ING은행 역시 친환경 선박이 에너지전환과 기술 발전과 맞물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분야라고 본다. 또한, ING은행은 선박 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기업이 친환경 선박을 도입하는 데 필요한 금융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지속가능금융이 정말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보는가.

“확신이 없었다면, 이 일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ING은행을 통해 실제로 기업들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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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연계대출(SLL·Sustainability-Linked Loans)

기업이 설정한 ESG 목표나 탄소 감축 계획 등 지속 가능성 지표를 달성할 경우, 대출금리나 조건에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금융 상품.

그린 워싱(Green Washing) 

일명 위장환경주의. 기업이나 조직이 실제로는 친환경 경영을 충분히 실천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것처럼 홍보·마케팅하는 행위를 말한다.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