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재생에너지 기업이 한국 해상 풍력 시장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미국 기업 퍼시피코에너지는 지난해 6월 한국 해상 풍력발전 사업에 수천억원 규모 투자를 확정했고, 덴마크의 오스테드는 1.6Gw(기가와트) 규모의 인천 해상 풍력발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노르웨이의 에퀴노르는 2023년 7월부터 울산에서 부유식 해상 풍력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14.3Gw 규모의 해상 풍력발전 설비 확충을 목표로 삼았다. 전체 발전원(198Gw)의 약 7%에 해당한다. 2월 27일 ‘해상 풍력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기존에 10개 부처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했던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가장 중요한 것은 국산 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풍력발전기 제조뿐만 아니라, 발전소 입지 선정에 필요한 시스템 개발도 필수적이다. 특히 발전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해상 풍력 단지를 조성하기 전에 특정 해역의 풍속, 풍향 등 ‘풍황’을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이러한 풍황 데이터는 해상 풍력 사업의 경제성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중요한 국가 자산이 된다. 대전 유성구에 있는 국내 기업 위본스(WeBons)는 한국 해역에 특화된 ‘부유식 라이다(LiDAR)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해 경남 통영, 전남 신안, 전남 진도, 인천 옹진 등에 상용화했다.

위본스를 설립한 경남호 대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있었던 2018년 당시 HD-13 모델을 개발했다. 이후 위본스가 기술을 이전받아 인천 옹진, 전남 신안 등에 상용화했다. 2023년에는 이를 향상한 HD-14 모델을 개발해 2024년 2월 국제 인증을 취득했다. 현재는 이보다 안정적이고 가벼운 모델인 HD-15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만난 경남호 위본스 대표는 “한국 해상 풍력 시장은 높은 발전 판매가와 낮은 경쟁, 육상 대안 부족 등의 이유로 글로벌 기업의 진출이 활발하다”며 “하지만 해외 공급업체의 풍황 데이터 수집은 에너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어, 국내 계측 기술과 관련 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경 대표와 일문일답. 

경남호 위본스 대표 / 서울대 기계공학, KAIST 기계공학 석·박사, 영국 케임브리지대 물리학과 박사후연구원, 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풍력발전연구센터장, 전 산업자원부 한국풍력에너지사업단장, 전 KAIST 겸임교수
경남호 위본스 대표 / 서울대 기계공학, KAIST 기계공학 석·박사, 영국 케임브리지대 물리학과 박사후연구원, 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풍력발전연구센터장, 전 산업자원부 한국풍력에너지사업단장, 전 KAIST 겸임교수

한국 해상 풍력 시장에 글로벌 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우선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상 풍력발전에 유리하다. 두 번째로 한국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선진국으로, 투자 예측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한국 해상 풍력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로, 선두 주자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해상 풍력 단지를 조성하기 전에 풍황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풍황 분석은 풍력발전 프로젝트의 성공에 필수적이다. 정확한 풍황 데이터는 사업 착수 여부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풍력발전 단지의 설계와 운영, 경제성,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정확한 풍황 데이터는 잘못된 예상 발전량 산출로 이어져 투자자 유치 어려움이나 투자 회수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이로 인한 비효율적인 풍력 터빈 배치는 바람의 흐름을 방해해 발전 효율을 떨어뜨리고, 이는 기기 고장을 유발해 유지 보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부유식 라이다 시스템은 기존 기상탑 방식과 달리 바다에 떠 있는 구조다. 어떤 강점이 있나.

“해상 풍력 단지 개발 시 전통적으로 해상 기상탑을 세워 풍황을 측정해 왔다. 이 방식은 해수면 기준 높이 80m, 수심 50m 이하에서 데이터 정확도가 우수하다. 그러나 풍력 터빈의 대형화로 인해 풍황 측정 높이가 150m 이상으로 상승하고, 더 나은 풍황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심 100m 이상의 해상 풍력 단지로 확대되면서 기존 방식은 기술적 한계와 고비용, 긴 설치 기간 등의 문제점이 부각됐다. 

반면 부유식 라이다 시스템은 바다 위에 부유체를 띄워 라이다와 각종 측정 장비를 설치하고 계류선과 그 끝에 달린 침추(선박이나 구조물을 고정시키는 장치)로 바닥에 고정한다. 이러한 구조는 수심이나 해저 지질과 상관없이 간단한 보정 작업만 거치면 이동과 설치가 가능해, 재사용할 수 있다. 높이 200~300m 및 깊은 수심에서도 설치 가능하며, 타설 작업이 필요 없어 인허가와 설치 일정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계측 후 원상회복이 용이해 환경적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자료=위본스
자료=위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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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본스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은 글로벌 기업이 개발한 것과 비교해 어떤 차별점이 있는가.

“위본스의 부유식 라이다 시스템은 한국 해역의 특수한 환경에 맞게 설계됐다. 한국 바다는 조류가 세고 태풍이 잦아 외국 기업이 설치한 부유식 라이다는 뒤집히거나 끊어져 떠내려간 사례가 많았다.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은 한국 바다 환경에 맞게 계류선과 침추를 하나가 아닌 세 개씩 달았다(3점 계류 방식). 삼각대처럼 힘을 분산해서 받을 수 있어 조류가 세지거나 태풍이 와도 끄떡없는 셈이다. 태풍 힌남노(2022년 11호 태풍)에도 버틸 만큼 지난 7년간 아무 사고가 없었다. 또한 태양광발전과 풍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연료전지를 추가로 설치해 전원 상실 위험을 최소화했다.”

풍황 데이터는 국가 에너지 전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해외 공급업체가 한국에서 풍황을 측정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부유식 라이다 시스템은 바람뿐만 아니라 파도, 조류, 수심, 온습도 등 다양한 해양데이터를 수집하며, 이 데이터는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업체에 송신된다. 업체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측정 결과를제공한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풍황은 서로 다를 수 있다. 특정 지점의 풍황 데이터를 정확히 얻으려면 상당한 비용과 기간을 들여 직접 계측해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국가 에너지자원 개발의 기초 자료로, 빅데이터 형태로 해외로 유출될 경우 에너지 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계측 분야의 국내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 국내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미 개발된 제품의 빠른 상용화와 보급도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현재 시행 중인 풍력 고정, 가격 입찰 제도의 평가 항목에 국내 산업 기여도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발전 판매 가격을 결정하는 입찰 평가 시 국내 산업 기여도는 풍력 단지 건설(터빈·구조물·전력선 등)의 ‘계획’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이를 풍황 계측 등 풍력 단지 타당성의 ‘실적’으로 확대한다면, 해상 풍력 단지 개발 업체가 사업 초기 단계부터 국내 기업을 적극 활용하게 돼 국내 산업 육성과 에너지 안보에 크게 기여를 할 것이다.”

한국 해상 풍력 시장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정부가 마련해야 할 필수 정책과 지원 방안은.

“한국 해상 풍력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의 동반 성장이 필수적이다. 우선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계통 확보 등 사업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해상 풍력 발전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당한 국가 지원금 투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해외 기업이 주도할 경우 국민 수용성 측면에서 지속적인 성장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시장 성장이 국내 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국내 해상 풍력 시장이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 되지 않도록, 실적이 부족한 국내 기업에 실적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풍력 고정 가격입찰 제도상의 국내 산업 육성 항목에 풍력 계측부터 풍력 단지 운영까지 모든 공급망을 포함하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