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 관세를 3월 4일(이하 현지시각)부터 발효하고, 중국에 대해선 추가 관세(10%)를 부과하겠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이 발표하자 미국 뉴욕증시의 급락장이 연출됐다. 3월 3일 다우평균은 전 거래일 대비 649.67 포인트(-1.48%) 내린 4만3191.24에,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497.09포인트(-2.64%) 내린 1만8350.19에,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04.78포인트(-1.76%) 내린 5849.72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다음 날(3월 4일) 1~2%대 급락세를 이어갔다. 뉴욕증시 급락세는 3월 5일 백악관의 캐나다·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유예 발표 이후 멈췄지만, 관세 부과 전체를 한 달 유예한 3월 6일 발표 후에는 3대 지수가 1% 안팎 주저 앉았다. 반면. 관세 발효 발표 전 107.55였던 글로벌 달러 인덱스는 3월 5일 104.29까지 내려왔다. 트럼프의 의회 연설 후 하루에만 1.36% 급락했다. 미국 경제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금 선물 가격은 2월 28일 2848.5달러(온스당)에서 3월 5일 2920.6달러로 급등했다.


1분기 美 GDP 성장률 전망치 -2.8%로 추락
1월 20일 트럼프의 두 번째 대통령 임기 시작 후 우상향을 지속했던 뉴욕 금융시장의 주요 지표는 1월 말 이후 우하향 추세로 돌아 섰다. 1월 31일 4만5055.27까지 올랐던 다우평균은 최근까지 4% 이상 하락했다. 트럼프 취임 직후 2만 선에서 거래됐던 나스닥 지수는 9% 이상 후퇴했다. 엔비디아(-22%). 테슬라(-29%) 등 미국 증시를 이끌던 기술주의 가파른 하락세 영향이다. 글로벌 달러 인덱스도 1월 중순 109까지 치솟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취임 직전 5% 돌파 가능성이 제기됐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4% 초반으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3월 3일 증시 마감 무렵 4.16%까지 떨어지며 한달 사이 0.7%포인트 급락했다. 지난 1월까지 거침없는 상승세를 지속했던 미국 뉴욕 금융시장이 2월부터 조정 국면에 빠진 것은 관세 등 트럼프 정책의 파괴력 때문이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발효된 ‘25% 관세’ 칼날이 유럽연합(EU)을 향하며 미국의 동맹 관계를 흔들고 있다. 관세 품목이 철강, 알루미늄을 넘어 4월부터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으로 확대될 경우 한국 경제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가운데 미국 경제만 독보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던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를 흔들고 있다. 3월 3일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실시간 성장률 전망 모델 ‘GDP나우(now)’를 통해 2025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8% (연율 기준)로 예측했다. GDP나우의 전망치는 2월 초 3.9%였지만, 2월 28일 -1.5%로 마이너스 전환 후 계속 후퇴하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 발표 내용을 경제 모형에 반영해 추산하는 전망치인 GDP나우가 마이너스로 뒤바뀐 것은 미국 GDP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2월 28일 발표된 1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비 0.2% 감소해, 팬데믹 시기인 2021년 2월(-0.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이에 앞서 2월 14일 발표된 1월 소매 판매(-0.9%)도 시장 예상(-0.2%)보다 훨씬 크게 감소했다. 로스앤젤레스 산불로 인한 일시적 소비 부진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관세 전쟁 등 트럼프 정책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를 급격히 악화한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시장조사 기관 콘퍼런스보드는 3개월 연속 하락해 98.3까지 내려온 2월 소비자신뢰지수에 대해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지수는 트럼프 당선 직후인 2024년 11월 112.8에서 석 달 만에 14.5포인트 내려갔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지수가 100 이하면 경기 후퇴를 전망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인플레 재발, 경기 둔화 가능성 부각
이 같은 미국 경제성장에 대한 부정적인인식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제조업 생산 등 실물 경제지표의 악화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앞서 발표된 1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0% 상승해 2024년 7월 이후 6개월 만에 3%대에 재진입했다. 반면, 3월 3일 발표된 2월 ISM(공급관리자협회)의 제조업 PMI는 50.3으로 지난 1월(50.9) 및 예상치(50.8)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세부 항목별로 신규 수주 등이 급락(55.1→48.6)한 반면, 투입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1월 54.9→62.4)하며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낸 것이 특징적이다.
인플레이션과 조업 생산 등 실물 경제지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연방 공무원 해고 등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도 미국 경제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두 번째 임기 첫날 행정명령으로 연방 공무원의 ‘고용 동결’을 선언한 트럼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휘하는 정부효율부(DOGE) 주도로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240만명에 이르는 고용인원을 줄이는 게 게 핵심이다. 백악관은 구조조정을 통해 7만5000명가량 공무원의 ‘유예 사직(deferred resignation)’을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같은 정부 구조조정을 통해 47만5000명가량 일자리 감소가 유발할 것으로 추정된다. WSJ는 “이 정도는 미국 내 비농업 일자리의 0.3%에 불과하며, 1월 중 새로 창출될 것으로 조사된 160만 개 일자리의 30% 정도 규모지만, (정부 구조조정이) 520만 명에 이르는 연방 계약 업체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지면, 그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고용률이 팬데믹 시기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경제정책, 성장률 1%포인트 하락”
이에 따라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미국 GDP 성장률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budge lab)는 최근 보고서에서 “(관세가 발효된) 캐나다, 멕시코,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 향후 1년 동안 전체 소비자물가가 1.2% 상승할 것이고, 이는 저소득층의 소비를 감소시켜 GDP 성장률을 0.6%포인트 하락하게 할 것” 이라고 진단했다. 에버코어 ISI(Evercore ISI)의 전략가는 “관세 부과의 부정적 영향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면서 “2025년
GDP 성장률을 1%포인트 하락시킬 수 있다”고 했다. WSJ는 “경제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려고 해도, 물가 상승 압력 때문에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면서 “이처럼 성장은 둔화하고, 물가는 상승하는 상황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 결정자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런 버핏 “관세는 전쟁 행위” 美 CEO들, 트럼프노믹스 비판 공세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가 3월 4일부터 발효되자,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대한 미국 CEO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CEO는 3월 2일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관세는 어떤 부분에서 전쟁 행위(an act of war )”라며 “시간이 가면, 관세는 상품에 붙는 세금이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가전 판매 업체 베스트바이의 코리 배리 CEO는 3월 3일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효로 미국 소비자가 곧 가격 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대형 유통 업체인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CEO는 “관세로 인해 이번 주에 과일과 채소 가격을 인상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 쇼크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도 강해지고 있다. 앤드루 윌슨 국제상업회의소(ICC ) 사무부총장은 3월 4일 “관세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과 유사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