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김모(45)씨는 2024년 말 아버지 소유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상속받게 됐다. 3주택자가 된 김씨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세 중과세 등 세금 문제를 놓고 고민하다가 아내와 가족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임대 수익이 나오는 상가 건물도 보유하고 있어 가족 법인에 보유 부동산을 모두 넘기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담당 세무사는 자녀가 없는 김씨에게 “증여 계획이 없다면 법인 설립의 실익이 없다”며 오히려 세금이 더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기한 내에 보유 주택 하나를 매도할 것으로 제안했다.

최근 가족 명의로 법인을 설립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지만, 법인의 부동산 투자는 여전히활발하다. 가족 법인은 주로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지만,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법인도 적지 않다. 법원 등기 정보에 따르면, 2024년 12월 법인이 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한 건수는 6001건이다. 이는 2023년 5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가족 법인으로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단순 투자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해 주거용 부동산을 구매한다면 실익보단 각종 세금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 가족 법인을 통한 주거용 부동산 투자 방법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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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으로 아파트 매입하면 취득세 2.6배 

전문가는 아파트 같은 주거용 부동산을 가족 법인으로 투자하면 개인 투자보다 각종 세금이 늘어난다고 지적한다. 법인으로 주거용 부동산을 매수할 경우 취득세는 지역과 관계없이 12%를 적용한다. 여기에 지방교육세 1.2%, 농어촌특별세 0.2%를 포함 총 13.4%의 세금을 내야 한다. 전용면적이 85㎡(약 26평) 이하인 경우에는 취득세 12.4%를 적용한다. 개인 취득세율 4.6%와 비교하면 세 배가량 늘어난다.

개인이 시가 20억원의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취득세는 9200만원이다. 법인으로 매수하면 취득세만 2억4000만원을 내야 한다. 취득세만 2.6배 증가한다.

법인이 내는 주거용 부동산 종부세의 경우 2주택은 2.7%, 3주택 이상은 5%를 내야 한다. 개인의 경우 다주택자는 9억원까지 공제되고, 장기 보유 세액공제 최대 80%가 적용된다. 공제 초과분의 60%에 대해 과세되며 세율은 0.5~2.7%다. 3주택 이상이면서 과세표준 12억원 초과 시 최대 5%까지 세율이 중과된다. 세액공제를 고려하면 개인이 종부세 측면에서도 더 유리하다.

법인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것이 무조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분간 보유 주택을 매도할 계획이 없거나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할 목적이라면 가족 법인 설립을 고려할 만하다.

다주택자가 조정 대상 지역 내 주택을 매도할 경우 양도세 중과세를 적용한다. 2주택은 기본 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기본 세율에 30%포인트를 각각 중과한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최고 세율이 68.2%에 달한다. 다만 올해 5월 9일 종료 예정이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 조치가 1년 연장됐다.

자료=국세청
자료=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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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 이후 양도세 중과⋯3주택 이상은 법인 고려할 만

법인이 부동산을 매각할 때는 지방세 포함 22%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 조치가 내년 5월 종료되면 다주택자의 경우 법인이 양도세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지방소득세를 합한 법인 세율은 최소 9.9%에서 최고 26.4%까지다. 개인에게 적용되는 소득 세율(6.6~49.5%)보다 낮다. 법인은 추후에 양도 차익(이익잉여금)에 대해 자금 인출 시 배당소득세 등이 나온다. 하지만 잉여금을 출금하지 않고 장기 재투자한다면 현금 유동성 면에서 법인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가족 법인은 증여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만약 자녀에게 대출이 없는 시가 20억원 아파트를 증여할 경우 증여세율 40%를 적용해 4억4000만원(일괄공제 5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가족 법인을 설립해 20억원의 아파트를 넘기면 2억6800만원(취득세율 13.4%)의 취득세를 내면 된다.

가족 법인을 설립하면 자녀에게 무이자로 빌려줄 수 있는 자금이 10배 늘어난다. 현행법상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빌려줄 땐 이자율 연 4.6%를 적용해 연 이자가 1000만원을 넘으면 증여세를 부과한다. 이를 역산하면 부모가 자녀에게 무이자로 빌려줄 수 있는 돈은 2억1700만원이다.

부모가 가족 법인에 자금을 무상으로 대여할 경우 연 이자 부담이 1억원을 초과하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연 이자율 4.6%를 적용해 환산하면 21억7000만원까지 가족 법인에 무이자로 대여할 수 있다. 자녀 개인에게 대여해줄 때와 비교해 10배 늘어난 금액이다. 가족 법인은 부모로부터 무이자로 대여한 자금을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에 투자할 수 있다. 이를 주거용 부동산 취득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부모, 가족 법인에 최대 21억 무상 대여 가능

수익에 대한 세금도 절세할 수 있다. 현재 지방소득세를 합한 법인 세율은 최소 9.9%에서 최고 26.4%까지다. 개인에게 적용되는 소득 세율(6.6~49.5%)보다 낮다. 개인에게만 부과되는 건강보험료까지 고려한다면 법인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녀가 직장을 다니거나 다른 소득이 있다면 수익을 배당하기보다 법인에 쌓아두는 것이 좋다. 훗날 직장을 관두거나 소득이 대폭 줄면 가족 법인에 임직원으로 등록해 급여를 받으면 종합소득세를 절세할 수 있다. 

가족 법인의 가장 큰 문제는 편법 증여나 탈세의 통로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최근 유명 연예인이나 웹툰 작가 등 자산가 중 일부가 가족 법인으로 편법 증여를 하거나 탈세를 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가족 법인은 세무 당국의 주요 타깃이 되기 때문에 합법적인 가족 법인 운영이 필요하다. 

송기영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