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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회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현재의 교육을 보면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2023년 12월 국회입법조사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0년 후인 2123년 총인구는 2023년 5170만 명의 약 10분의 1 수준인 514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인공지능(AI), 기후 위기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교육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인구·산업 등과 관계와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

2025년 3월 4일 오전 8시에 AI 디지털교과서가 태어났다. 학교 현장에는 3월 중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애초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를 2025학년도 1학기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영어·정보 교과 수업에 전국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AI 디지털교과서를 독립적으로 수업에 사용할 수 있다고 했으므로, AI 디지털교과서만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이 늦어지자, 2024년에 교육부는 독립적인 AI 디지털교과서 사용이 아닌 서책형과 병행 실시로 변경했다. 그리고 AI 디지털교과서 사용 여부는 학교가 정하도록 했다. 2025년 2월 17일 기준 전국 학교 중 32.4%만 AI 디지털교과서를 채택 혹은 채택할 예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3월 4일에 발표된 실제 채택 비율은 이와 큰 차이가 없지만, 시도별 채택 비율에는 큰 차이가 있다. 대구가 100%로 가장 높았으며, 강원 49%, 충북·경북 45%, 경기 44%, 제주 41%였다. 채택 비율이 가장 낮은 시도는 세종(8%)이었으며, 전남 9%, 경남 10%, 광주 12%, 울산 15%순이었다.

이에 대해 일부 학부모는 AI 디지털교과서 적용 여부가 입시에서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또한 AI 디지털교과서 사용으로 인해 학생의 문해력 저해와 스마트 기기 과다 사용이 우려된다는 시각과 적절한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교육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 현 교권N교육법포럼 회장, 전 대한교육법학회 회장, 전 중앙대 겸임교수, ‘교육법의 이해와 실제’ ‘입법 평가를 위한 실증 법학 방법론(역)’ 저자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 현 교권N교육법포럼 회장, 전 대한교육법학회 회장, 전 중앙대 겸임교수, ‘교육법의 이해와 실제’ ‘입법 평가를 위한 실증 법학 방법론(역)’ 저자

AI 교과서의 도입 목적은 교육? 산업?

정부의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목적에는 교육적·산업적 목적이 함께 포함돼 있다. 정부는 2022년부터 교육개혁을 포함한 3대 개혁을 강조했으며, 교육개혁을 위한 아홉 가지 핵심 정책에는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이 포함돼 있다. 이 정책은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방안’과 ‘에듀테크 진흥 방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처음부터 교육 혁신과 테크 산업 진흥을 함께 목표로 삼은 것이다. 2023년 2월에 교육부가 발표한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방안의 핵심 정책이 바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다.

2023년 9월에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에듀테크 진흥 방안’을 발표했다. 공교육과 에듀테크 산업이 상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에듀테크(Edutech)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는 제품·서비스를 총칭한다. 국가 차원의 에듀테크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에듀테크 진흥의 법・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다.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함께하는 에듀테크 진흥 거버넌스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법제적 기반이 마련되지 못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협력적 거버넌스도 갖춰지지 않았으며, 활발한 의사소통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AI 디지털교과서만 축구에서 원톱처럼 달려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AI 디지털교과서 법률 근거 마련 서둘러야

AI 디지털교과서는 기존의 서책형 교과서와 뚜렷하게 구별된다. 학생이 학습한 과정과 평가, 학습 결과 등이 민간 교과서 개발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 연동된다. 이에 대해학부모와 교사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결함 없이 구동되는지, 부적절한 내용이 학생 개인별 학습 과정에서 제공되지 않는지, 학생의 다양한 개인 정보가 민간 개발사나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지, 공교육의 집약된 교육 데이터가 사교육 시장이나 외부에 유출되지 않는지, 교육 격차 및 사교육비 등에 부정적 영향은 끼치지 않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 대한 답변이 충분하지 않다. 

또한 현행 대통령령에는 AI 디지털교과서의 정의, 기술적인 측면의 교과서 검정 방법 등만 포함돼 있다. 민간 개발사 플랫폼과 연동, 학생의 개인 정보 유출 방지, 공교육 데이터 외부 유출 방지, 교육 격차 및 사교육비 영향에 대한 대책 등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사항은 대부분 법률을 개정해 규율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정부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필요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지 않은 채 교과서 검정을 진행했다. 교과용 도서 검정 신청에 대한 합격 결정 시한이 법령에 규정돼 있지는 않았으나 그동안 검정 도서 최초 사용 학년도가 시작되기 6개월 이전까지 하는 것으로 공고해 왔다. 그 이유는 최소 6개월간이라도 연구 학교 등에서 시범 운영을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적절하고 교과서 질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AI 디지털교과서 합격 결정 시기의 경우에는 교육부가 제시했던 계획보다도 늦어져 2024년 11월 29일에야 발표됐다. 이로 인해 학교장의 교과서 주문 시기를 학기 전 4개월 전까지로 규정한 대통령령의 규정도 무색해졌다.

2024년 최종 검정 심사를 거쳐서 영어, 수학, 정보 교과의 AI 디지털교과서 76종이 합격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선정 비율은 학교 수의 3분의 1에 그쳤다. 또한 서책형 교과서와 병행해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선정한 것이므로, 실제 학교 수업에서 얼마나 사용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학교 현장과 교원·학부모 단체, 야당, 학계 등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국가 재정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AI 디지털교과서가 큰 문제 없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큰 문제가 발생하거나 만족도가 낮을 경우에는 시범 적용도 거치지 않고, 법률적 근거도 마련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서두른 결과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에듀테크 산업 진흥 정책을 믿고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며 참여한 관련 에듀테크 기업의 장래마저도 불투명해질 수 있으며, 관련 기술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이제라도 정부는 AI 디지털교과서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에듀테크 진흥의 법·제도적 기반도 구축해야 한다. 또한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이 교육적 목적뿐만 아니라 산업적 목적도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고, 그렇게 하려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 AI 디지털교과서를 학교에 도입하려는 교육적 목적인 ‘학생 맞춤 교육 실현’과 ‘디지털 시대 교실 수업 혁신’의 달성에도 기여할 것이다. 또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드는 예산을 교육 분야 외에서도 일부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계는 지금 디지털 대전환 또는 디지털 심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와 초고령사회로도 급속하게 진입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의 법제적·재정적 기반 마련과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인구 감소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 개혁이 성공하기 바란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