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치품, 인공지능(AI)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자동차는 현재 시장, 사치품은 과거 브랜드 시장 그리고 AI는 미래 시장을 대표한다. 중국은 이 모든 시장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1위 생산국인 동시에 최대 시장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품질을 인정받기까지 최소 50년 이상 기술이 축적되어야 한다. 성실하고 근면한 국민성이 이에 적합하다. 중국은 내연기관차를 건너뛰고 훨씬 부품 수가 적은 전기차의 배터리 원료에서 소프트웨어(SW)까지 기술을 자체 개발해 짧은 시간에 전기차 생산 1위 국가가 되었다. 중국의 AI 모델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기존 AI 모델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훨씬 나은 정보를 제공한다. 2024년 기준 중국 내 AI 기업은 4700개가 넘는다. 결국 중국의 강한 돈 욕심과 근면성, 창의력으로 탁월한 가성비를 확보해 글로벌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이 기술력을 갖추게 된 주요 원인은 이공계 인력과 연구개발(R&D) 투자다. 2024년 기준 중국 대학의 이공계 졸업생 수는 매년 약 500만 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 중 공학이 60%, 자연과학이 20%, 컴퓨터 관련이 15%다. 미국의 경우 연간 이공계 졸업생은 약 80만 명이다. 2024년 기준 중국 정부와 민간이 투자한 R&D 비용은 약 725조원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68%다. 2025년에는 GDP의 3%로 늘어난다. 미국의 약 1000조원에 이어 두 번째다. 중국의 R&D 투자 중 정부 투자 비율은 20%, 민간은 80%이며 주로 AI, 반도체, 양자 컴퓨터, 전기차와 배터리, 로보틱스, 우주 기술에 투자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매년 이공계 졸업생이 약 15만 명이며, 2024년 한국 정부의 R&D 투자는 약 26조원, 민간 투자를 합해도 100조원 미만이다. 결국 중국은 매년 한국보다 30배 많은 이공계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으며, 7배 많은 R&D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R&D 비용은 중국의 약 1.5배지만, 비싼 인건비를 감안하면 순수 R&D 투자는 중국이 더 많을 수 있다. 중국 이공계 대학의 연구 품질도 급상승하고 있다. ‘네이처(Nature)’는 세계 최고 학술지 146개에 발표한 논문을 분석해 매년 자연과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이공계 대학 평가 순위를 발표한다. 2024년 기준, 미국 대학은 하버드대가 1위, 매사추세츠공대(MIT)가 10위에 올랐다. 2위부터 9위까지 8개 대학은 모두 중국 대학이었다. 80위까지 따지면 중국 대학은 총 62개이며 한국은 서울대(54위)와 카이스트(76위) 두 곳뿐이었다.미국은 관세를 올려서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낮추고, 유학과 이민을 억제해 기술 유출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런 미국의 대(對)중국 억제 정책은 결국 중국의 빠른 기술 추격에 미국이 위협을 느끼고 있음을 뜻한다. 이런 조치가 중국의 추격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는 있어도 이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중국 기술을 도태시킬 수는 없다. 화웨이는 도널드 트럼프 1기(2017~2020년) 정부 때의 강력한 대중국 집중 제재로 2021년부터 매출이 감소했으나, 4년 만인 2024년 4분기에는 중국 휴대폰 시장 1위를 탈환하고 최고 매출을 기록했던 2020년과 비슷한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그간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투자해 7나노 반도체와 컴퓨터 운영체제(OS) 등을 짧은 기간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성과다.
한국 자동차와 휴대폰, 가전제품, 디스플레이는 중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으로 인해 한국은 그나마 짧은 시간을 벌고 있다. 빠른 시간 내에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우선 원자력, 방위산업, 해군 함정 조선 산업 등 기술과 시장 우위에 있는 산업군을 골라내어 효율적인 지원책을 강하게 실행해야 한다. 이들 산업은 국가가 관련 군사 기밀과 산업 비밀에 대한 높은수준의 보안 체계를 보증해야만 수주 가능하다. 중소기업 제품의 경우 중국이 기술 개발을 소홀히 하는 제품을 골라내어 글로벌 시장의 눈높이에 맞게 신뢰를 높여야 한다. 미국이 벌어준 시간은 3년이다.